응급환자 전원의 은밀한 내막

조석주
발행날짜: 2016-10-19 11:58:42
  •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장

통탄할 사건들이 있었다. 대구에서는 장중첩 소아가 병원을 전전하다가 사망하였고, 서울의 응급실에서 메르스가 퍼져나갔다. 가장 큰 병원들이었다.

이번에는 전주의 2세 소아가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골반골절이 있었고, 다리의 미세수술이 필요했다고 했다.

처음에 이송된 대학병원에는 진행 중인 응급수술 2개가 있었다. 다수의 대학병원이 전원을 거부했다. 서울의 전원 조정센터에 의뢰한 3시간 후에야, 경기도 병원의 외상외과 의사가 전원을 승낙했다. 헬기출동이 지연되었다. 뒤늦은 대처의 결과는 참혹했다.

로마멸망의 원인에 대한 수많은 이론이 존재하듯이, 이번 사건의 원인도 다양하다. 그중 중요한 것이 병원간 전원의 어려움이다. 실무자 이외에는 알 필요가 없는, 내밀한 사정이 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이 있었다. 사회 전체에 알릴 시기가 된 것 같다.

의사교육은 환자진료에 집중되고 있으며, 다른 병원으로 환자를 보내거나 받는 방법은 관심항목이 아니다.

응급환자의 병원간 전원과 관련한 매뉴얼이 존재하지 않거나, 실무교육이 없다.

첫 대학병원의 의사가 전국의 13개 대학병원에 전화했다가 거절당했다. 전원의뢰 의사는 수용할 병원의 당직 정형외과 전공의와 전문의의 이름과 휴대폰 전화번호를 모른다.

응급실로 전화할 것이다. 전원을 의뢰하고 의뢰받는 의사는 대개 서로 초면이다. 얼굴도 모르는 상대에게 자존심을 굽혀야 한다. 많은 경우에는 거절 당한다. 전원과정의 노력은 금전적 보상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전원의뢰는 귀찮고 자존심 상하는 업무이다.

그 결과, 직급이 낮은 의사가 전원의뢰를 행하고 있으며, 이번에서는 정형외과 저년차 전공의들이었다. 그런데, 전원의뢰 업무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한다. 다리 골절의 미세혈관 수술보다는 골반 골절이 중요한 환자였다.

문제는 골반골절의 중증도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눕혀 놓는 것이 치료인 경우도 있지만, 출혈로 인해 생사가 달린 환자였다. 골반골절의 심각성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 그래서, 다리의 미세수술 의사 부재가 전원 거절의 사유였다.

한편, 전원을 의뢰받는 측은 대개 응급실 간호사 혹은, 응급의학과 전공의나 전문의들이다. 그런데, 이번처럼, 그들이 전원을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수술은 외과의사가 행하기 때문이다.

각 의사의 능력이 각각 다르다. 외상외과는 골반골절로 인한 출혈로 생사가 엇갈리는 환자를 진료하지만, 다리 절단은 아니다.

한편, 다리골절은 정형외과 의사가 수술하지만, 생사와 관련되는 진료에 약하다. 그런데, 절단된 다리의 미세혈관을 있는 수술은 다른 전문가의 역할이다.

세상에는 미세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적고, 그런 수술을 행하는 의사도 적다. 전원을 의뢰받은 의사들은 수술을 행할 의사들에게 다시 연락해야 한다. 정형외과 전공의가 전원의뢰에 응대한다. 그들은 다시 전문의에게 보고해야 한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사정도 알아 보아야 한다. 중증 환자의 전원을 승락했더니, 지불능력이 없어서 던져버린 환자였던 경우도 있다. 그래서, 전원을 의뢰받는 것도 귀찮고 어려운 업무이다.

응급환자의 전원에는 많은 문제가 존재하고, 의사와 의사 간의 전원은 어렵다. 판사와 피고을 잇는 변호사와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상점이 필요하듯이, 그래서, 병원간 전원에도 중개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과거에 우리나라에는 전원에 대한 전문성을 가진 전국적 조직이 존재했었다. 1339 응급의료정보센터이다.

전원조정센터는 역할과 관할구역이 퇴화된 형태의 1339이다. 1339가 폐지된 이유는 우리 사회가 그 중요성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원간 전원의 은밀한 내막을 우리 사회가 알아야할 시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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