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날의 검 비급여주사…처방 필요 vs 법적 책임

이창진
발행날짜: 2016-10-25 05:00:55
  • 보사연, 개원의사 200명 설문조사 결과…"가이드라인 마련 바람직"

[초점]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 의사 인식도 조사

의약품 허가범위를 넘어서는 보톡스와 태반주사 등 비급여주사제 처방에 대해 의사들은 자율적 판단에 따른 전문성 존중과 함께 법적 분쟁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보건복지위)이 24일 한국의학연구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국정감사 자료로 제출받은 '비급여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실태 및 해외관리사례 조사' 정책보고서(책임연구자:박실비아 보사연 연구위원)에 개원의사들의 설문조사 결과가 수록됐다.

보건복지부 정진엽 장관이 지난 8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오프-라벨)에 대한 비급여주사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답변을 감안할 때 향후 의료단체와 협의 시 지침 마련의 중요 참고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서울 소재 의원급(2016년 1월 기준 7844개소) 중 일반의를 포함한 총 27개 진료과 947명 개원의사를 대상으로 전문조사업체 의뢰해 3월 7일부터 18일까지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 참여한 최종 응답자는 200명(남성 167명, 여성 33명)이며 표본오차는 ±6.84%p, 신뢰수준은 95%이다.

연령별 분포를 보면, 39세 미만이 11명(5.5%), 49세 미만이 85명(42.5%), 59세 미만이 85명(42.5%), 60세 이상이 19명(9.5%) 등을 차지했다.

서울 소재 개원의 200명 설문…허가범위 외 처방 57% '제한 없이 가능해야'

우선, '의약품 허가범위 외 처방은 제한 없이 가능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개원의사 200명 중 27명(13.5%) '매우 그렇다', 87명(43.5%)이 '그렇다' 등 응답자 114명(57.0%)이 허가범위 외 처방에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반면, 72명(36.0%)는 '그렇지 않다', 14명(7.0%)은 '매우 그렇지 않다' 등 부정적 인식을 보였다.

흥미로운 사실은 '허가범위 외 처방은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결과이다.

개원의사 17명(8.5%)이 '매우 그렇다', 113명(56.5%)이 '그렇다' 등 200명 중 130명(65%)이 허가범위 외 처방은 가급적 하지 않아야 한다고 답했다.

개원의사 응답자 65% "오프-라벨 처방 가급적 하지 않아야"

여기에도 63명(31.5%)이 '그렇지 않다', 7명(3.5%)이 '매우 그렇지 않다' 등 전체 35.0%가 의약품 허가범위 외 처방에 신뢰를 보였다.

이들 질문에 대한 전문과목별 의사들 응답은 통계적 차이가 없었다.

보톡스와 태반주사, 칵테일주사 등 비급여주사제 한해 처방 금액이 1000억원 이상이며 진료과와 무관하게 대부분 의원급에서 시술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진료과별 의사 간 인식 차이가 없음을 반증했다.

'의약품 허가범위 외 처방이 허가사항 처방에 비해 환자에게 위해가 될 가능성이 높인가' 질문에는 의견이 갈렸다.

개원의사 107명(53.5%)이 '매우 그렇다', '그렇다'고 답했으며, 94명(46.5%)은 '그렇지 않다', '매우 그렇지 않다'고 응답했다.

다만, 환자 대상 정보 제공과 동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은 높았다.

환자 위해 가능성 53.5%-환자 정보제공과 동의 필요성 77.5% 공감

응답자 155명(77.5%)이 '매우 그렇다', '그렇다'고 답했으며, 41명(20.5%)은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의약품 허가법위 외 처방 환자군 행태를 묻은 질문에는 노인환자가 28.4%로 가장 많았고, 이어 미용성형 환자 26.8%, 피로회복 및 영양목적 환자 25.1% 등으로 보톡스 등 비급여주사의 주요 타깃을 시사했다.

세부적으로 내과는 노인환자가 47.8%를 차지했으며 성형외과는 미용성형 환자가 90.9%, 피부과도 미용성형 환자가 58.3%,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소아환자가 92.3% 등을 보여 진료과별 특성을 반영했다.

내과와 성형외과, 노인·미용성형 환자 주 처방…문헌과 학회·세미나 '처방' 영향

'의약품 허가범위 외 처방에 가장 영향을 주는 요인'에 대한 질문에는 논문 등 문헌이 35.1%, 학회 또는 세미나 33.9%, 자신의 경험 15.3%, 동료 의사의 의견 7.7%, 제약회사 제공정보 6.6% , 기타 0.3% 등을 보였다.

다시 말해, 의사들은 동료의사나 제약회사 정보 보다 과학적 근거에 입각한 문헌과 학회, 세미나 강의 등 전문정보에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는 의미다.

의사들의 이 같은 사고의 배경은 '허가범위 외 처방 시 가장 어려운 점' 질의에 대한 답변에 그대로 반영됐다.

개원의사 200명 중 83명(45.4%)이 '법적 책임문제'를 가장 많이 우려했으며, 49명(26.8%)이 '부작용 발생 우려'를, 30명(16.4%)이 '환자에게 동의 구득' 순을 보였다.

의사 45.4% 법적 책임문제 우려…부작용 발생 우려도 26.8% 차지

'근거부족'과 '효과에 대한 우려'도 각각 11명(6.0%)과 8명(4.4%)이 답했다.

연구팀은 "허가범위 외 처방 자체는 의사의 권한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실제 처방에 있어서 매우 조심스러워하는 경향을 보였다"면서 "환자에게 위해가 될 가능성에 응답자들의 의견이 나뉘었고, 환자에게 정보제공과 동의 여부 필요성은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의사들이 가장 우려하는 사항은 법적 책임 문제로 허가사항 외 의약품 처방 시 의사의 책임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더불어 "많은 국가에서 미용시술이 확산되는 현상이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의료적 성경과 상품적 성격이 기존 의료서비스 관리체계의 범위를 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면서 "영국과 호주 등 일부 국가는 미용시술 현황 분석과 관리제도 개선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이 법적으로 가능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전문가 행동규범이 존재하지 않고, 개인 판단과 책임에 전적으로 맡겨지는 것은 전문가와 환자 모두에게 유익하지 않다"면서 "의료행위 전반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과 관련 의사들이 참고하고 규범으로 삼을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문했다.

복지부는 정진엽 장관의 국회 답변 이후 보건의료정책과(과장 이형훈)와 의료자원정책과(과장 이스란) 등이 비급여주사제 사용 등 의약품 허가범위 외 사용 관련 내부 논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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