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예과 학생의 조금 특별한 연수기 28

이영민
발행날짜: 2016-11-01 01:12:08
  • 의대생뉴스2기 필진 한림의대 의학과 1학년 이영민

하늘 아래 가까운 땅, 볼리비아 1부

어느덧 페루의 여행도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고, 그 말인 즉은 벌써 남미의 여행도 어느덧 반환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고 해도 무방한 시점이 되었다. 어느덧 필자가 서 있는 땅의 해발 고도는 4000m를 향해가고 있었다. 가빠지는 숨결과 함께 피부에는 하늘과 구름의 정기가 감돌기 시작하면서 필자는 점차 지구상에서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호수, 티티카카호에 다가가고 있었다.

티티카카호는 페루와 볼리비아의 국경에 걸쳐 펼쳐진 호수이다. 특히 이곳은 호수 위에서 거주하고 있는 잉카 원주민들로 유명한데, 짚으로 호수 위에 터전을 만들어 지금까지도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많은 상업화로 인해 원래의 모습을 많이 잃었다는 평을 받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살아가는 지혜는 여전히 지금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도 참신하게 다가온다.

다음 목적지인 볼리비아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좀 까다로운 절차를 밟아야 했는데, 한국인들의 경우 비자를 발급받고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했다. 황열병 백신주사는 콜롬비아 보고타에 있을 때 국제공항에서 무료로 접종을 해주는 곳이 있어서 접종을 받은 뒤 증명서를 발급받았으나, 볼리비아 비자는 볼리비아 대사관이 그리 많이 위치해 있지 않았기 때문에 대다수의 여행자들이 페루 쿠즈코의 볼리비아 대사관에서 1달짜리 관광용 비자를 발급받는다는 정보를 토대로 원래대로라면 쿠즈코에서 비자를 발급받으려고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하필이면 필자가 방문했을 때, 볼리비아 대사관이 잠시 문을 닫아 비자를 발급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으로 볼리비아 국경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도시이자, 티티카카 호수 변에 위치한 페루 푸노에도 볼리비아 대사관이 있다는 걸 확인하고 우여곡절 끝에 관광용 비자를 취득하는 데 성공하였다.

푸노에서 거의 반나절을 관광용 비자 취득에 써서 그런지 국경을 넘는 시점에서부터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수도인 라파즈에 가서 1박을 할 계획이었으나, 버스의 1차 행선지인 호수변의 작은 마을, 코파카바나에 들어오자마자 아직 숙소도 예약하지 않은 상태에서 고산증에 적응이 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라파즈로 움직이려고 하니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오전에 비자발급 때문에 많이 했던 터라 이미 어두워진 마을에서 근처에 보이는 숙소 아무데나 들어가 적당히 흥정하고 1박을 하게 되었다. 바깥이 전혀 안보이던 터라 그 다음날 아침이 될 때 까지 바깥의 풍경이 얼마나 예쁜지 모른 채, 온수 시설이 열악한 볼리비아의 수도 상태를 온몸으로 뼈저리게 느끼며 찬물로 샤워를 하고 이른 저녁에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방안에서 티티카카호의 아름다움이 새로운 날을 밝혀주고 있었다. 비록 새벽녘이었지만,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면서 호수의 진면목을 보고 있으니 계속되는 고산증을 잠시나마 잊고 맑은 푸른빛의 색깔 아래 잠시마나 모든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그렇다. 어쩌면 여행은 뭘 보고 뭘 입고 뭘 경험하는 지에 앞서서 잠시나마 내 겉옷을 내려놓고 나를 바라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에 서서 나의 기저와 하나가 되는 시간, 그 때 느끼는 나와의 조우는 여행에서 느껴보는 피곤속의 평온이라 표현하고 싶다. 어쩌면, 일에 허덕이고 방대한 공부에 허덕이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그런 시간은 아닐까? 잠시 시간이 허용된다면, 생각을 내려놓는 여행을 다녀오는 것은 나를 풍성하게 채우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하늘의 색과 닮아있는 티티카카호
이렇게 차츰차츰 미지의 영역에서 비워진 나라는 반석 위에 새로운 활기를 채워간다. 곧 가게 될 우유니 사막에서도 어린왕자와 같은 순수함을 마주보길 기대하며 필자는 볼리비아의 중심부로 차츰차츰 나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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