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반언(禁反言) 원칙과 건보공단

발행날짜: 2016-12-15 12:00:56
상급종합병원들의 간호·간병 통합서비스(이하 통합서비스)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올해 안에 43개 상급종합병원 대부분이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추진되는 통합서비스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이른바 빅5 병원인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이 통합서비스를 시작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고 있다.

특히 통합서비스 참여 여부를 놓고 유독 관심을 모으고 있는 곳이 서울대병원이다.

간호조무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해야 한다는 규정에도 간호사만으로 통합서비스를 진행하겠다고 선포했었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 질을 위해서 의무적으로 채용할 간호조무사 인원만큼 간호사를 더 뽑는 별도의 인력기준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서울대병원의 방침.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정책 수행기관인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허' 입장을 내면서 서울대병원은 당초 계획을 접고, 간호조무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는 정부 규정대로 통합서비스 참여를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그렇다면 서울대병원이 무턱대고 간호사만으로 운영하는 별도 인력기준을 가지고 통합서비스를 참여하려고 했을까. 당연히 사전에 복지부와 건보공단의 의중을 확인했을 터.

실제로 상급종합병원들의 통합서비스 참여가 본격화되기 전인 올해 상반기 건보공단이 별도 인력기준 적용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사를 병원들에게 전한 바 있다. 건보공단 입장에서도 제도의 정착을 위해선 상급종합병원들의 빠른 참여가 시급했기에 '당근책'이 필요했으리라.

결국 간호사만으로 운영되는 별도 기준 도입의사를 먼저 밝힌 건 서울대병원이 아닌 건보공단이었던 것이다. 건보공단의 의사에 서울대병원은 별도 인력기준을 적용하는 통합서비스를 추진했지만, 복지부와 건보공단이 불허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모든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된 것이다.

물론 건보공단 입장에서도 한 곳 병원만을 위해 별도의 지침이나 규정을 마련하기에는 다른 병원과의 형평성, 간호조무사 반발 등을 고려했을 때 어려운 점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더구나 건보공단은 법과 원칙에 따라 정책을 폈기에 이를 불허했다고 비판할만한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모든 것들을 사전에 검토 된 바 없는 것처럼 마치 서울대병원이 일방적으로 추진했던 것처럼 말할 수 있는 것일까. 정책 추진에 있어 건보공단은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고 넘어 갔어야 한다.

법률에 있어 앞에서 한 행위로 상대방에게 신뢰를 준 경우 이와 모순되는 후행행위를 함으로써 상대방의 신뢰를 저버리는 것은 신의원칙에 위반되므로 그 선행행위와 모순되는 후행행위를 해선 안된다는 '금반언 원칙'이 있다.

충분히 병원 입장에서는 건보공단이 이러한 금반언 원칙에 반하고 '한 입 가지고 두 말 한다'고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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