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성산부인과 박혜성 원장의 '따뜻한 의사로 살아남는 법'(3)
"아유, 아파 죽겠어. 빨리 낫게 좀 해 줘"
"왜 이렇게 안 나아? 큰 병원 가게 진료의뢰서 써 줘!"
"검사는 필요 없고, 주사하고 약만 주세요!"
"검사는 다른데서 다 했으니까, 치료만 해 주세요"
"큰 병원 갈 테니까, 그동안 검사한 것이랑 차트 모두 복사해 주세요!"
"X-ray랑 초음파는 다른 병원에 봤으니까, 약만 주세요!"
"수술은 다른 병원에서 했으니까, 실밥만 빼 주세요. 멀어서 거기까지 못 가겠어요."
"분만은 다른 병원에서 할 테니까, 감기약만 주세요!"
"내가 당신 의사 못하게 할 거야. 어디 두고 봐."
"내가 언제 검사하라고 했어? 검사하려면 물어보고 해야지? 인터넷에 올릴 거야!"
환자들이 던진 말은 가슴에 콕 박혀 상처가 되었다. 왜 의사가 됐는지 이유도 잊어버리고, 하루 종일 마음이 아팠던 날들이 정말 많았다.
'내가 저 정도의 말을 들을 정도로 쉬워 보이나? 내가 정말 그렇게 하찮케 보이나? 내가 시골에서 작은 의원을 하니까, 우스워 보이나? 내가 지방의대를 졸업해서 그런가? 내가 여의사라서 저렇게 함부로 대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를 악물고 개원한지 6년 만에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지었다. 하지만 병원을 지어도 여전히 환자들은 반말과 상처 주는 말을 했다. '의사를 그만둘까?'라는 고민을 심각히 했을 정도니 말이다.
우울해서 달달한 커피를 몇 잔씩 마시고, 진료가 끝나면 간호사와 술을 마시면서 '18'이라는 숫자를 내뱉으며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술을 마셔도, 달달한 것을 먹어도 문제해결이 안 되었다.
개원 10년 쯤 지나면서 나름의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성학(Sexology)'을 공부하면서부터다. 남녀의 뇌, 남녀의 호르몬, 남녀의 대화, 남녀의 생리 등을 공부하다 남녀, 특히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서서히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사람은 사랑을 받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데, 사랑을 받지 못하면 까칠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까칠해진 사람은 누구를 만나든지 부정의 에너지가 나오고, 말도 곱게 안 하고, 행동도 삐딱하게 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람들이 상처의 말을 뱉는데는 대표적인 이유가 있었다.
1. 마음이 편치 않으면 말이 곱게 나오지 않는다.
2. 가정, 경제, 일, 직장, 부부 사이의 갈등이 가장 큰 이유다.
3. 불행함, 우울함의 방어적 표현으로 공격적, 방어적으로 행동한다.
4. 특히 부부 갈등이 심하거나, 경제적으로 살기 팍팍하거나, 몸이 아프면 고운 말이 안 나온다.
예를 들어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검사할 돈이 없으면 "그런 검사 필요 없어! 왜 말도 말도 않고 검사를 하는거야?"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는 게 먼저다. 검사할 돈이 없다고 먼저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환자가 암에 걸렸다. 그는 통증을 조절할 돈 밖에 없는데 의사가 수술을 해라, 항암제를 맞아라, 방사선 치료를 해라고 말을 해 봤자 그 환자는 절대로 의사가 말한 치료를 따라서 할 수가 없다.
모든 검사나 치료가 환자의 경제적인 능력과 관련 있기 때문에 환자의 행동을 그대로 볼 것이 아니라, 행간(行間)을 읽어야 한다. 환자가 말하지 않는 것을 읽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환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개원 초창기 새끼의사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능력이다. 의사로서 연륜이 쌓이고, 환자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의사는 공부 잘 하고, 암기 잘 하고, 머리가 좋다고 환자를 잘 보거나, 의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의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일 중요한 능력은 환자를 읽고, 환자와 소통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냥 의사는 오감에 지식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명의'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오감(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에다 육감이 더해져야 한다. 육감이라는 것은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보면 괜히 기분이 이상해 큰 병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자를 전원했는데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조짐이 있다든가, 뭔가 있을 것 같으니까 자세한 검사를 하자고 했는데 암이 진단됐다거나 등 환자의 큰 병을 미리 알아내는 능력이다. 뭔가 이상하지만 설명하기는 힘든 그런 느낌이 육감이다.
환자를 많이, 오랫동안, 고민 하면서 자세히 보면 그런 육감이 발달하게 되는데 육감이 발달해야 명의가 될 수 있다.
'소의'가 되기도 힘든데 육감까지 발달한 명의가 되는 것은 더 힘들 것이다. 육감은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능력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환자가 하는 말 뒤에 숨겨져 있는 행간(行間)을 읽고, 환자의 마음을 읽고, 환자의 신체를 자세히 관찰해야 가능하다. 육감이 생겨야 의료사고도 줄일 수 있고 내가 볼 환자, 종합병원에 보낼 환자도 가려낼 능력이 생기는 듯 하다. 꼭 의도적으로 명의가 되려는 노력을 해 보기를 바란다.
"왜 이렇게 안 나아? 큰 병원 가게 진료의뢰서 써 줘!"
"검사는 필요 없고, 주사하고 약만 주세요!"
"검사는 다른데서 다 했으니까, 치료만 해 주세요"
"큰 병원 갈 테니까, 그동안 검사한 것이랑 차트 모두 복사해 주세요!"
"X-ray랑 초음파는 다른 병원에 봤으니까, 약만 주세요!"
"수술은 다른 병원에서 했으니까, 실밥만 빼 주세요. 멀어서 거기까지 못 가겠어요."
"분만은 다른 병원에서 할 테니까, 감기약만 주세요!"
"내가 당신 의사 못하게 할 거야. 어디 두고 봐."
"내가 언제 검사하라고 했어? 검사하려면 물어보고 해야지? 인터넷에 올릴 거야!"
환자들이 던진 말은 가슴에 콕 박혀 상처가 되었다. 왜 의사가 됐는지 이유도 잊어버리고, 하루 종일 마음이 아팠던 날들이 정말 많았다.
'내가 저 정도의 말을 들을 정도로 쉬워 보이나? 내가 정말 그렇게 하찮케 보이나? 내가 시골에서 작은 의원을 하니까, 우스워 보이나? 내가 지방의대를 졸업해서 그런가? 내가 여의사라서 저렇게 함부로 대하나?'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를 악물고 개원한지 6년 만에 산부인과 전문병원을 지었다. 하지만 병원을 지어도 여전히 환자들은 반말과 상처 주는 말을 했다. '의사를 그만둘까?'라는 고민을 심각히 했을 정도니 말이다.
우울해서 달달한 커피를 몇 잔씩 마시고, 진료가 끝나면 간호사와 술을 마시면서 '18'이라는 숫자를 내뱉으며 마음을 달랬다. 하지만 술을 마셔도, 달달한 것을 먹어도 문제해결이 안 되었다.
개원 10년 쯤 지나면서 나름의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성학(Sexology)'을 공부하면서부터다. 남녀의 뇌, 남녀의 호르몬, 남녀의 대화, 남녀의 생리 등을 공부하다 남녀, 특히 인간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서서히 사람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
사람은 사랑을 받으면 정서적으로 안정이 되는데, 사랑을 받지 못하면 까칠해진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게 까칠해진 사람은 누구를 만나든지 부정의 에너지가 나오고, 말도 곱게 안 하고, 행동도 삐딱하게 하면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상처 주는 말을 하는 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의 문제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사람들이 상처의 말을 뱉는데는 대표적인 이유가 있었다.
1. 마음이 편치 않으면 말이 곱게 나오지 않는다.
2. 가정, 경제, 일, 직장, 부부 사이의 갈등이 가장 큰 이유다.
3. 불행함, 우울함의 방어적 표현으로 공격적, 방어적으로 행동한다.
4. 특히 부부 갈등이 심하거나, 경제적으로 살기 팍팍하거나, 몸이 아프면 고운 말이 안 나온다.
예를 들어 검사를 해야 하는데, 검사할 돈이 없으면 "그런 검사 필요 없어! 왜 말도 말도 않고 검사를 하는거야?"라고 소리를 지르면서 화를 내는 게 먼저다. 검사할 돈이 없다고 먼저 얘기하기란 쉽지 않다.
어떤 환자가 암에 걸렸다. 그는 통증을 조절할 돈 밖에 없는데 의사가 수술을 해라, 항암제를 맞아라, 방사선 치료를 해라고 말을 해 봤자 그 환자는 절대로 의사가 말한 치료를 따라서 할 수가 없다.
모든 검사나 치료가 환자의 경제적인 능력과 관련 있기 때문에 환자의 행동을 그대로 볼 것이 아니라, 행간(行間)을 읽어야 한다. 환자가 말하지 않는 것을 읽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환자의 마음을 읽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의사가 환자를 치료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사항이다.
하지만 개원 초창기 새끼의사는 절대로 얻을 수 없는 능력이다. 의사로서 연륜이 쌓이고, 환자의 마음을 읽으려는 노력을 해야 가능한 일이다. 의사는 공부 잘 하고, 암기 잘 하고, 머리가 좋다고 환자를 잘 보거나, 의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직업이 아니다. 의사로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제일 중요한 능력은 환자를 읽고, 환자와 소통하는 능력일지도 모른다.
그냥 의사는 오감에 지식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명의'라는 수식어가 붙으려면 오감(시각, 청각, 촉각, 미각, 후각)에다 육감이 더해져야 한다. 육감이라는 것은 오감으로 느낄 수 없는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예를 들어 보면 괜히 기분이 이상해 큰 병원에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환자를 전원했는데 심근경색이나 뇌출혈 조짐이 있다든가, 뭔가 있을 것 같으니까 자세한 검사를 하자고 했는데 암이 진단됐다거나 등 환자의 큰 병을 미리 알아내는 능력이다. 뭔가 이상하지만 설명하기는 힘든 그런 느낌이 육감이다.
환자를 많이, 오랫동안, 고민 하면서 자세히 보면 그런 육감이 발달하게 되는데 육감이 발달해야 명의가 될 수 있다.
'소의'가 되기도 힘든데 육감까지 발달한 명의가 되는 것은 더 힘들 것이다. 육감은 절대로 그냥 얻어지는 능력은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싶다.
환자가 하는 말 뒤에 숨겨져 있는 행간(行間)을 읽고, 환자의 마음을 읽고, 환자의 신체를 자세히 관찰해야 가능하다. 육감이 생겨야 의료사고도 줄일 수 있고 내가 볼 환자, 종합병원에 보낼 환자도 가려낼 능력이 생기는 듯 하다. 꼭 의도적으로 명의가 되려는 노력을 해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