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 실습생의 자투리 시간 활용하기

마새별
발행날짜: 2017-01-04 05:00:00
  •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일 년 간 실습을 하면서 이래저래 자주 생기는 비는 시간들이 아까울 때가 많았다.

실습의 특성 상 교수님들의 스케줄과 병원의 외래 시간, 수술 및 시술 시간에 따라야 하고 이러한 것들은 학생들 편의에 맞게 계획대로 시간을 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의 사정과 교수님의 일정, 그리고 병원의 여러 요인들에 달려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비는 시간이 생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술과 다음 수술 사이의 시간, 외래 일정 후 교수님 회진 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자투리 시간이 생기게 되는데 이런 시간들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그저 시간을 죽이는 killing time이 될 수 도 있고 짬짬이 있는 시간들이 모이고 모이면 무언가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이 시간들을 활용해야겠다는 깨달음이 너무 늦게 왔다는 것이다. 초반에는 무엇을 해야할지도 모르고 그 시간에 어디서 무얼 하고 있어야 할지 이래저래 눈치가 보이기도 해서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돌이켜 보면 정규 실습 외의 그 많은 시간들은 철저히 내가 만들어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우선 병원의 일정 상 아침 컨퍼런스가 자주 있고, 오전 회진을 빨리 도는 교수님들이 계시기 때문에 매우 이른 시간에 아침 일정이 시작된다. 오전 일정이 없더라도 외래가 아홉시면 시작되기 때문에 늘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자기 전에 긴장을 하고 잤던 것 같다.

그래서 병원에 와서는 조금이라도 긴장이 풀리거나 따뜻한 공간에 있으면 꾸벅꾸벅 졸곤 했는데 이 때문에 시간이 꽤 길게 빌 때면 휴게실에 가서 부족한 잠을 청했다. 실습을 할 때는 특히 체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틈나는 시간에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님 회진 대기를 할 때는 보통 간호사 스테이션에 앉아서 긴 시간을 기다리곤 했는데 이 때는 참고서나 교과서를 공부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회진 중에 환자에 대한 질문을 하는 교수님들이 꽤 계시고 이 때 대답을 잘 하려면 해당 실습 과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이 있어야 하는데 짧은 기간을 두고 여러 과를 돌다 보니 2학년 때 배웠던 내용들이 잘 기억이 나지 않아 여러 번 다시 봐야 했기 때문이다.

실습이 끝나고 나면 몸이 많이 지치고 힘들어서 집에서는 도저히 책을 펴고 책상에 오래 앉아서 공부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깨어 있는 시간 동안 최대한 틈틈이 공부를 해두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비는 시간에 생산성 있는 무언가를 하는 것도 좋지만 또 도움이 되었던 일은 병원 내의 주변을 많이 살피는 것이었다. 우리는 학생으로서 대학 병원에서 실습을 하는 신분이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드나들 수 없는 구역에도 들어가는 것이 허용이 되었고, 이 때문에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는 뜻 깊은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주변의 사소한 것도 잘 살피고 의사 외에 병원에서 일하시는 다른 분들도 많이 접하면서 병원이라는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고 운영되는지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아직 한 학기 가량의 실습이 더 남아있고 앞으로 더 배울 것이 많겠지만 그동안 놓쳐서 아쉬웠던 것들을 좀 더 신경 쓴다면 더 뜻깊게 남은 실습을 돌 수 있으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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