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틴 치료법 한계…피브레이트 등 잔존 위험 저해제 부각
고지혈증 환자 증가와 더불어 급증하는 진료비 문제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스타틴 처방 요법에도 불구하고 고지혈증 환자가 증가하는 이유와 중성지방의 관리 필요성, 새로운 치료 옵션 등을 짚었다. -편집자 주서구화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운동 부족 등으로 고지혈증 환자의 수가 급증하며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1. 고지혈증 150만명 시대…"중성지방 무시하면 반쪽 치료"
2. "스타틴 만능 아냐…중성지방 관리 재조명해야"
3. "복약순응도가 관건" 고지혈증 치료제 선택 기준은?
4. "중성지방 관리로 고지혈증 잡았다" 의사들이 말하는 '이 약'
그간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스타틴 처방이 대표적인 치료방법이었지만, 중성지방과 심혈관질환의 연관성이 밝혀지며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페노피브레이트 계열 약물이 새로운 옵션으로 부각되고 있다.
고지혈증이란 혈액 내 지질의 양이 비 정상적으로 증가된 상태. 혈액 내 LDL 콜레스테롤이 기준치 이상인 경우(고콜레스테롤혈증)와 혈액 내 중성지방이 많은 경우(고중성지방혈증)가 이에 해당한다.
권장되는 혈중 지질의 적정 수준은 ▲총 콜레스테롤 200mg/dl 미만 ▲중성지방 150mg/dl 미만 ▲LDL 콜레스테롤 130mg/dl 미만 ▲HDL 콜레스테롤 40mg/dl 이상이다.
보통 공복 상태에서 혈청 콜레스테롤이 220mg/dl 이상이거나 중성지방이 150mg/dl 이상인 경우 고지혈증으로 분류된다.
고지혈증은 곧 당뇨나 동맥경화 등 합병증 유발 위험이 높지만 특별한 자각증상이 없이 '침묵의 암살자'로 불리기도 한다.
사회가 도시화, 고도화 되면서 고지혈증 환자의 증가와 그에 따른 급여 비용 지출도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고지혈증 환자 증가세…사회적 비용도 급증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질병소분류별 다빈도 상병 급여현황을 살펴보면 2005년 지질단백질대사장애 및 기타 지질증 진료 인원은 46만 1849명, 진료비는 246억 6572만원이었다. 전체 상병 순위로는 87위.
고지혈증의 상병 순위는 2005년 87위에서 2007년 77위, 2009년 65위, 2010년 55위, 2015년 44위까지 한해도 빠짐없이 상승한다.
2005년 46만명이었던 고지혈증 진료인원은 10년간 228% 상승한 150만명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진료비는 246억원에서 약 3,000억원으로 무려 1,107%가 증가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진료인원 100만명, 진료비 2,000억원 시대로 접어든다. 증가세를 고려하면 2017년은 160만명 이상을 기록할 것으로 관측된다.
고지혈증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뭘까.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도시화로 인해 점점 체중이 늘고 활동량 떨어져서 2000년대 초반보다 활동량이 약 10% 줄은 것으로 보고된다"며 "반면 지방은 10% 이상 더 먹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유전이나 여성의 폐경 이후 호르몬에 영향을 받더라도 중성지방은 비만도, 흡연과 운동, 스트레스 등 환경과 생활 습관의 지표"라며 "따라서 야근이나 업무 스트레스, 서구화된 식습관이 고착될 수록 고지혈증 환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진료비의 증가 속도다.
2005년부터 2015년까지 고지혈증 환자가 46만명에서 150만 명으로 3.3배 늘어나는 사이 이에 따른 진료비는 연간 247억원 수준에서 2976억원으로 12배 증가했다.
고지혈증을 조기 진단, 관리를 해야만 사회적인 비용의 절감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이유다.
스타틴 쓰자니 부작용 우려…중성지방 관리 옵션은?
고지혈증 치료제는 스타틴과 에제티미브 계열, 피브레이트, 오메가3 계열이 대표적.
지금까지는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떨어뜨리는 스타틴 처방이 대표적인 요법이었지만 스타틴의 당뇨병 발생 부작용이 대두되며 중성지방을 조절하는 새로운 치료 옵션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다.
최근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약물을 복용하는 여성 노인들은 당뇨병에 노출될 위험이 비복용자에 비해 33∼50% 높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은 75세 이상 여성 8천 372명의 처방 기록 등 10여 년간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스타틴 계열의 고지혈증 약물 복용자의 당뇨병 위험이 비복용자에 비해 평균 33%, 고용량 복용시 그 위험이 50% 높다는 점을 확인했다.
특히 스타틴을 사용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도, 중성지방을 조절하지 않으면 관상동맥심질환 재발 비율이나 심혈관질환 위험도를 증가시킨다는 연구가 뒤따르는 것도 페노피브레이트가 옵션으로 부각되는 현상과 무관치 않다.
실제로 2013년 국제학술지 '건강과 질환의 지질'(Lipids in Health and Disease)은 33만 566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메타분석 결과 혈중 중성지방이 88mg/dL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질환의 위험도가 22%씩 증가한다는 내용을 다뤘다.
또 미국의사협회 내과학회지(JAMA Intern Med.)에는 고지혈증과 급성췌장염 논문에서는 혈중 중성지방이 100mg/dL 오를 때마다 급성췌장염의 위험도가 4%씩 증가한다는 보고가 실렸다.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 동맥경화를 유발, 협심증과 심근경색에 이어 급성췌장염 위험도까지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콜레스테롤 수치뿐 아니라 중성지방에도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구체화된 진단 기준…중성지방·HDL 수치 부각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한기훈 교수는 "LDL을 낮추기 위해 스타틴 제제를 사용하는 방식은 포화상태에 근접했다"며 "스타틴을 기본적으로 복용하돼 추가로 중성지방 등 잔존 위험을 줄이기 위한 방법이 떠오르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스타틴을 사용해 LDL 콜레스테롤만 낮추는 것이 가장 명확한 첫번째 치료 옵션이었지만 최근에는 LDL 콜레스테롤이 많은 경우, HDL 콜레스테롤이 적은 경우, 중성지방이 많은 경우로 이상지질혈증의 진단 기준이 구체화됐다"고 강조했다.
스타틴이 LDL 콜레스테롤만 낮추는 만큼 HDL 수치가 낮거나 중성지방 수치가 높은 경우는 다른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는 것.
한기훈 교수는 "중성지방과 HDL 콜레스테롤 수치는 시소를 타는 관계라고 보면 된다"며 "LDL 콜레스테롤 수치에 따라 높아지는 위험과, 중성지방이 높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아서 올라가는 위험은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예전에는 스타틴을 써서 LDL 콜레스테롤을 낮춰 심혈관 질환을 관리했다"며 "반면 최근엔 중성지방 수치가 올라가고 HDL 콜레스테롤이 낮아졌을 때 발생하는 잔존 위험에 대한 인식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건 주된 위험을 낮추는 것이다"며 "중성지방 올라가고 HDL-C 수치가 낮아졌을 때 피브레이트같은 약제를 써서 정상화하는 건 잔존위험을 낮추는 것으로 비용 효과성에 대한 판단은 필요하지만 학문적으로는 유익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