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혈맥약침 위법성 공판…한의계 "문제 없다" 반박
"의료법 체계에서 한의학과 의학을 구분하고 있다. 혈관에 주입하는 약침이 외관상으로는 의학에서 말하는 정맥주사와 같은데 한의학적 원리가 무엇인가?"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지철 판사는 혈맥약침의 의료법 위법성을 다투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원광대 한방병원 주종천 교수에게 이같이 질문했다.
주 교수는 "환자 진단을 한의학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설문으로 환자의 기가 허한 정도를 평가한 후 산삼약침, 즉 혈맥약침을 어느 정도 투약할지 결정한다"고 답했다.
그는 "의료법에는 의사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며 "환자를 진단, 치료, 평가하는 원리가 한의학적 이론에 부합하는가를 따지는 게 한방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A한방병원에서 말기 암 치료 일환으로 혈맥약침을 맞은 환자들이 약침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제기한 소송전에 A한방병원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법정 싸움은 현재까지 5개의 사건이 병합된 상태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A한방병원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환자가 최소 5명은 된다는 소리다. A한방병원 대표원장과 병원장 등 3명의 피고인은 사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주 교수에 따르면 혈맥약침은 산삼 한 뿌리를 증류해 주사제로 만들어 혈맥에 주사하는 것이다. 한 뿌리를 증류하면 20cc 정도 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 재량껏 주입하면 된다. A한방병원은 한 번에 120cc까지 주입하기도 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혈맥은 혈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5장6부를 돌아다니는 물질 개념을 혈이라고 한다. 이를 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혈관이다.
주 교수는 "보통 환자의 기가 부족하면 기운을 보충하는 약재인 산삼, 당귀, 인삼을 달여서 복용토록 한다"며 "비교적 빠른 흡수 효과가 필요할 때 혈맥약침을 놓는데 말기 암 환자가 주대상이고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도 혈맥약침을 놓는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에 대해 검사와 판사는 허를 찌르는 질문들을 이어갔다.
"정맥주사를 통해 즉각적이고 빠른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의학적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 아닌가?" 남철우 검사는 질문했다.
혈맥약침의 역사가 10여년에 불과하다는 데서 나온 의문점이었다. 주 교수에 따르면 1995년경부터 한의대에서 약침학 강의가 정식으로 이뤄졌고, 약침술이 시행된지는 60~70년이나 지났다. 혈맥약침술은 10여년 정도 됐다. 현재 혈맥약침술을 하는 한방의료기관은 수천여 곳은 될 것이라는 게 주 교수의 생각.
주 교수는 "의학적 원리를 모방했다기보다는 주사기라는 없던 기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며 "주사기는 혈맥약침술 외에도 근육 내, 피하, 경혈 등에 이미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사는 특정 기기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기기 사용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게 목적을 갖고 한의학적 관점만 지킨다면 현대의학을 얼마든지 차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주 교수는 "한의사도 청진기, 혈압기 사용을 비롯해 주사기 사용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혈맥주사도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당연하게 생각하는 추세다. 과학, 기기 발전과 더불어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철 판사는 물었다.
"극단적인 예를 들겠다. 한의학적 원리만 갖춰지면 수술까지도 가능한 것인가."
주 교수는 "수술은 해부학적 원리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의학에도 종기를 째는 개념이 있고, 고대 문헌에는 수술한 예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감염이나 통증 같은 환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환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근거, 윤리의식이 있으면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무열 교수 "의학과 한의학은 섞일 수 없다"
'혈맥약침은 곧 정맥주사'라는 것을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증인으로 참석한 중앙대의대 이무열 교수는 정맥주사의 위험성부터 말했다.
그는 "혈관으로 약물을 주입하면 우리 몸에 100% 흡수되기 때문에 효과가 더 좋다"며 "그만큼 위험성도 더 높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사는 근육주사 약을 정맥주사 했다가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겨 법적 책임을 지기도 한다"며 "주사제에 관해서는 명백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의대 교육과정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투입 속도와 양을 엄격히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정맥주사는 의학적 지식에 기반을 둬서 이뤄져야 한다"며 "의대에서는 혈관에 대한 기본 지식을 비롯해 실습시간까지 갖고 체혈법, 혈관 찾는 방법, 주사법 등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학 바탕 이론에서 정맥주사 후 혈액 안에서 약물 대사 과정이 교육과정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혈맥약침 관련 논문들도 살펴봤는데 내용 자체가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의학과 의학은 섞일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2004년 발표된 혈맥약침 관련 한 논문에서 한의사 스스로도 정맥주사제 사용은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있었다"며 "저자 본인이 안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법이나 환경이 그사이 바뀐 것도 아닌데 한의학이 의학의 영역으로 자리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
2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8단독 김지철 판사는 혈맥약침의 의료법 위법성을 다투는 재판에 증인으로 참석한 원광대 한방병원 주종천 교수에게 이같이 질문했다.
주 교수는 "환자 진단을 한의학적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설문으로 환자의 기가 허한 정도를 평가한 후 산삼약침, 즉 혈맥약침을 어느 정도 투약할지 결정한다"고 답했다.
그는 "의료법에는 의사의 의료행위와 한의사의 한방의료행위를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며 "환자를 진단, 치료, 평가하는 원리가 한의학적 이론에 부합하는가를 따지는 게 한방의료행위"라고 설명했다.
주 교수는 A한방병원에서 말기 암 치료 일환으로 혈맥약침을 맞은 환자들이 약침의 효과와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제기한 소송전에 A한방병원 측 증인으로 참석했다.
2014년부터 시작된 법정 싸움은 현재까지 5개의 사건이 병합된 상태로 3년째 이어지고 있다. A한방병원에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환자가 최소 5명은 된다는 소리다. A한방병원 대표원장과 병원장 등 3명의 피고인은 사기,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주 교수에 따르면 혈맥약침은 산삼 한 뿌리를 증류해 주사제로 만들어 혈맥에 주사하는 것이다. 한 뿌리를 증류하면 20cc 정도 되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의사 재량껏 주입하면 된다. A한방병원은 한 번에 120cc까지 주입하기도 했다.
한의학에서 말하는 혈맥은 혈이 지나다니는 길이다. 5장6부를 돌아다니는 물질 개념을 혈이라고 한다. 이를 의학적으로 표현하자면 혈관이다.
주 교수는 "보통 환자의 기가 부족하면 기운을 보충하는 약재인 산삼, 당귀, 인삼을 달여서 복용토록 한다"며 "비교적 빠른 흡수 효과가 필요할 때 혈맥약침을 놓는데 말기 암 환자가 주대상이고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에게도 혈맥약침을 놓는다"고 설명했다.
주 교수에 대해 검사와 판사는 허를 찌르는 질문들을 이어갔다.
"정맥주사를 통해 즉각적이고 빠른 효과를 기대한다는 것은 의학적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 아닌가?" 남철우 검사는 질문했다.
혈맥약침의 역사가 10여년에 불과하다는 데서 나온 의문점이었다. 주 교수에 따르면 1995년경부터 한의대에서 약침학 강의가 정식으로 이뤄졌고, 약침술이 시행된지는 60~70년이나 지났다. 혈맥약침술은 10여년 정도 됐다. 현재 혈맥약침술을 하는 한방의료기관은 수천여 곳은 될 것이라는 게 주 교수의 생각.
주 교수는 "의학적 원리를 모방했다기보다는 주사기라는 없던 기기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며 "주사기는 혈맥약침술 외에도 근육 내, 피하, 경혈 등에 이미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의사는 특정 기기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법적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의료기기 사용에 특별한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치료하고 살리는 게 목적을 갖고 한의학적 관점만 지킨다면 현대의학을 얼마든지 차용할 수 있다고도 했다.
주 교수는 "한의사도 청진기, 혈압기 사용을 비롯해 주사기 사용을 당연시하고 있다"며 "혈맥주사도 역사가 길지는 않지만 당연하게 생각하는 추세다. 과학, 기기 발전과 더불어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지철 판사는 물었다.
"극단적인 예를 들겠다. 한의학적 원리만 갖춰지면 수술까지도 가능한 것인가."
주 교수는 "수술은 해부학적 원리 하에 이뤄지는 것"이라며 "한의학에도 종기를 째는 개념이 있고, 고대 문헌에는 수술한 예가 있기도 하다. 하지만 감염이나 통증 같은 환자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영향이 있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환자에게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근거, 윤리의식이 있으면 한방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무열 교수 "의학과 한의학은 섞일 수 없다"
'혈맥약침은 곧 정맥주사'라는 것을 의학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증인으로 참석한 중앙대의대 이무열 교수는 정맥주사의 위험성부터 말했다.
그는 "혈관으로 약물을 주입하면 우리 몸에 100% 흡수되기 때문에 효과가 더 좋다"며 "그만큼 위험성도 더 높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의사는 근육주사 약을 정맥주사 했다가 환자에게 부작용이 생겨 법적 책임을 지기도 한다"며 "주사제에 관해서는 명백히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만큼 의대 교육과정에서도 필수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투입 속도와 양을 엄격히 제한해야 하기 때문에 정맥주사는 의학적 지식에 기반을 둬서 이뤄져야 한다"며 "의대에서는 혈관에 대한 기본 지식을 비롯해 실습시간까지 갖고 체혈법, 혈관 찾는 방법, 주사법 등을 교육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학 바탕 이론에서 정맥주사 후 혈액 안에서 약물 대사 과정이 교육과정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혈맥약침 관련 논문들도 살펴봤는데 내용 자체가 해외에서는 물론 국내에서도 인정받기에는 부족한 수준이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한의학과 의학은 섞일 수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는 "2004년 발표된 혈맥약침 관련 한 논문에서 한의사 스스로도 정맥주사제 사용은 한방 의료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인정하고 있었다"며 "저자 본인이 안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법이나 환경이 그사이 바뀐 것도 아닌데 한의학이 의학의 영역으로 자리한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