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뉴스| 드라마와 현실사이 흉부외과 의사

마새별
발행날짜: 2017-08-07 12:00:30
  • 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의학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주로 흉부외과 의사들이다.

심장이라는 중요한 장기를 다루는 탓에 병원 안팎에서 큰 수술들을 집도하며 바쁘게 하루를 보낸다.

그런데 정작 현실 속에서는 대학병원에서 제일 찾기 힘든 전공과 의사가 흉부외과 의사이다.

언제부터인가 흉부외과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필자가 의료계에 발을 들이기 전부터도 자주 들었으니 이제는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만큼 부족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흉부외과를 살리자는 법안이 국회에서도 논의되었고, 그 덕에 흉부외과에 대해 지원을 늘려서 인재 양성을 활발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구체적인 방안까지 제시되기도 하였다.

그러나 필자가 실습을 돌고 있는 지금도 대학병원에서 흉부외과 전공의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흉부외과에 지원하면 타과에 비해 연봉을 더 받을 수 있음에도 지원자가 없다. 과연 왜 그런 것일까?

동기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않았으나 대략적인 분위기를 살펴보면, 전반적으로 위험부담이 큰 일을 꺼리는 것 같다.

물론 의사라는 직업 자체가 환자의 건강을 다루는 일이기에 어떤 전공이든 위험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환자의 바이탈(vital)을 다루는 메이저과는 조금 더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그 중에서도 수술과는 더 급박한 상황들을 자주 마주하게 되며, 또 수술파트 중에서도 24시간 365일 일을 해야하는 심장이라는 장기를 수술하는 흉부외과는 조금 더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이다.

시대가 발전하고 환자들의 정보력과 주권이 커지면서 의료 소송과 분쟁도 많아졌고, 이젠 대학병원에서도 심심치 않게 크고 작은 소동들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만큼 의사들은 치료에 있어 환자와 보호자의 의견을 더 존중하게 되었고 신경 써서 조심해야 할 부분도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최대한 안전하고 보수적으로 행동하려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런 시대적 흐름 때문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조금 더 편한 과를 선호하는 현상은 분명히 존재하고 결과적으로 환자를 보지 않는 전공들은 인기가 많아지고 흉부외과를 포함하여 몸과 마음이 힘든 과들은 인력난에 시달리게 되었다.

하지만 실습을 돌아보니 흉부외과는 인간의 중요 장기인 심장과 폐를 다루는 매우 중요한 과이고, 최근 늘어나는 성인병과 인구의 뚜렷한 고령화로 인해 고령의 나이에도 심장 수술을 받는 환자들이 매우 많아졌기에 없어서는 절대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 역시도 흡연을 하거나 요새는 미세먼지 등 환경이 나빠지면서 폐기능이 약해진 환자들이 많기에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되는 부분이고, 그 외에도 흉부외과에서 다루는 식도도 인간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장기이기에 치료에 힘써야 한다.

현재는 예전부터 수술을 집도해 온 경력 있는 교수님들께서 계시기에 수술에 큰 무리가 없지만, 이 분들이 모두 은퇴를 하시고 난 시점에는 어떻게 될지 미래의 상황이 우려가 되기 시작했다.

필자 스스로도 흉부외과 의사 중에 여자가 얼마나 될까라는 선입견부터 들었기에 이를 기피하는 전반적인 사회현상은 짧은 시간 내에는 해결되기 어려우리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의료계에는 분명 이런 말이 있다. 인기 있는 과는 돌고 돌며 지금 인기 있는 과가 언제 인기가 떨어질지 모르고 지금 허덕이는 과가 언제 인기가 치솟을지 모른다.

그렇기에 신념을 갖고 자신의 적성을 판단해 하고 싶다 또는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면 그 전공을 택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기에 수술하는 것을 좋아하고, 환자를 살릴 수 있다는 사명감을 큰 가치로 여길 수 있다면 정말 의사로서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전공임은 틀림 없을 것이다.

의학 드라마에서만 흉부외과 의사의 모습을 조명하기 보다는 현실에서도 그들의 노력과 가치를 좀 더 인정해주고, 더 나은 조건과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미래의 지원자들도 늘어나고 지금의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타개할 수 있으리라는 믿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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