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가 90%…한국형 의료전달체계 구축하자"

박양명
발행날짜: 2018-03-08 06:00:01
  • 외과계의사회 토론회…외과계 동네의원은 어떻게 바뀌어야 하나

"전문의가 90%인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 맞는 의료전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외과계 의사들의 바람이다. 이를 위해 1차 의료기관을 운영하고 있는 외과계 의원들은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외과계 의사회 협의체는 7일 서울 스페이스쉐어에서 일차의료 외과계 역할 재조명 및 정책 제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외과계 의사회 협의체는 대한외과의사회, 대한정형외과의사회, 대한성형외과의사회, 대한신경외과의사회,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 (직선제)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비뇨기과의사회, 대한안과의사회,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등 9개 의사회가 모인 단체다.

토론회 참석자들은 의료전달체계 개편 과정에서 외과계 의원을 배려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을 했다. 그러면서도 외과계 의원도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삼성서울병원 외과 이우용 교수는 "환자들은 대학병원이 뭔가 더 잘하겠지라는 환상이 있다"며 "개원가에 있는 외과적 수술의 우수한 성과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 더불어 시설이나 직원 교육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특성화와 전문화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며 "외과는 같은 외과라도 대장항문, 유방 등 특성화 해서 환자의 선택을 받아야 한다. 지방은 포괄적인 수술을 해야겠지만 대도시에 있는 외과계 의원은 특성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건국의대 예방의학과 이건세 교수는 '안전성' 부분에 특히 신경 써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재원기간, 비용 관련 이슈가 주로 이야기되고 있는데 안전성(safety) 이슈를 간과해서는 안된다"며 "국민은 대학병원도 불안해하는 상황인데 1차 의료기관이 대학병원보다 더 빨리, 더 싸게 잘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도 설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3차 병원에 가지 않고 1차 의원에서 수술했을 때도 안전성이 같다는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한외과의사회 천성원 회장은 "문제가 될 수 있는 환자를 구분하는 게 1차 의원의 역할"이라며 "수술을 했을 때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환자는 알아서 전원을 한다. 그런 부분에서 안전성 문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고 반박했다.

"정부 변화도 필요…상대가치 개선 1순위"

물론 정부의 변화도 필요하다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1순위는 저평가된 외과계 행위에 대한 상대가치점수의 개선이다.

이우용 교수는 "저수가, 저비용의 악순환을 끊어야 한다"며 "외과는 상대가치가 상당히 저평가 돼 있다. 위험도와 상대가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 어홍선 부회장도 "외과적 행위에는 항상 재료비가 포함돼 있다"며 "행위 가치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경증환자의 단순 수술인데 상급종합병원과 맞먹는 수준의 수술실 규제는 말이 안 된다. 수술실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 우리나라의 특수성을 고려한 의료전달체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어 부회장은 "이미 전문의가 많이 배출된 상황에서 내과계와 외과계를 나눠서 생각해야 한다"며 "1차 외과계 의료기관 유형도 많이 나눌 수 있다. 한국적인 의료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지부 "권고문 합의 불발 아쉬움…수가 개선은 고민 중"

정부 역시 외과계 1차 의료기관을 고려한 의료전달체계 구축을 고민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보건복지부 정통령 보험급여과장은 가장 먼저 의료전달체계 개선 권고문에 대해 합의점을 찾지 못한 데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정 과장은 "권고문은 복지부가 실무적인 작업을 해나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향성에 대한 것이었다"며 "의원의 입원실 폐지 등 구체적인 내용이 담기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여유를 갖고 합의를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원래 있는 병상을 갑자기 폐지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병상 과잉 상태에 있는 현 상황을 적정수가가 가능할지 등의 측면에서 생각해보면 병상의 단계적 축소가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외과계 수가 개선 방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외과계 교육상담료 신설에 대한 검토를 시작했고 자원이 투입돼야 하는 행위가 무리하게 진찰료에 녹아 들어 간 게 없는지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정 과장은 "개원가에서 잘 할 수 있는 시술 범위가 어디까지고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상급종합병원과의 영역 문제 해결을 이해서는 진찰료 차등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상급종합병원 지정기준 중 경증환자 비중 강화 등도 고민 중이다"라며 "다만 의원과 중소병원의 역할 분담이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의문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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