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개발 고갈·수익성 약화…'전자 의약' 해법될까?

발행날짜: 2018-09-17 12:00:48
  • '의약품을 넘어(Beyond the Pill)' 기치 아래 생체전자공학 접목 시도…"적자생존 대신 협력적 경쟁 시대"

제약산업이 신약 개발 대상의 고갈과 수익성 약화라는 한계가 나타나면서 의약품 이외 부문에서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생체전자공학 기술에 기반한 '전자의약품' 분야의 개발 노력이 다각도로 전개되면서 전통 제약산업과 ICT 기반 기술, 의료기기 업체 등과의 협력적 경쟁도 모색되고 있다.

17일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는 최신 ICT 이슈 보고서를 통해 전자의약품 시장 동향과 향후 전망을 조망했다.

제약기업들의 적극적 산학연구 결과 개발된 항체 의약품은 효과성과 안전성 면에서 획기적 치료법이 됐으나 높은 가격으로 인해 환자와 정부 재정의 부담이라는 문제를 낳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약품을 넘어(Beyond the Pill)' 이라는 기치 아래 생체전자공학 기술에 기반한 '전자 의약품' 개발 노력이 전개되고 있는데, 혁신적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 서는 새로운 기술과 전통 제약산업 사이의 충돌보다는 협력적 경쟁이 요구되고 있다.

보고서는 "제약 산업은 보건당국의 규제와 의료보장제도에 종속적이며, 과학 및 기술의 발전과 한계에도 크게 좌우되는 산업이다"며 "최근 제약 산업을 둘러싼 급격한 내·외부 환경의 변화는 기존 가치 사슬의 틀을 넘어선 새로운 사업 모델의 구축이나 기존과 다른 기술영역으로의 진출을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저분자를 중심으로 한 신약 개발 대상이 고갈되고 있으며, 기존 연구 방법에서는 신약의 단초가 나오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항체 의약품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형태로 전환한 곳도, 새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할수록 제조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이 약화되는 문제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제약산업은 구조적 문제를 타파하기 위해 의료기기 및 검사·진단 기술의 발전, 의료 ICT와 IoT의 진전, 헬스케어와 기능성 식품의 진화 등 다른 업종간 접점을 모색하고 있다는 것.

보고서는 "말초 신경계의 이상 신호를 모니터링하고 조정함으로써 자가면역 질환과 정신 건강을 치료하는 신경 조절(뉴로 모듈레이션, Neuro Modulation) 장치, 소위 전자 약은 타 산업의 첨단기술을 응용해 기존 약물 치료를 대체할 수 있는 대표적 사례"라며 "복합적인 치료법의 등장 또한 서로 다른 업종 간의 접점 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이 기술들을 제약사들이 보유한 비즈니스 및 기술 자산과 잘 조합해 활용함으로써 새로운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며 "제약업계로서도 의약품 이외의 사업 기회를 모색하고 차세대 의료의 패러다임을 앞서 파악할 수 있는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전통 제약사들이 이같은 신규 사업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얻게 되는 자산은 본업인 의약품의 기술 및 사업 기반을 강화시킬 수 있어 제약업계 내에서도 적극 대응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보고서는 "전통적인 제약산업과 전혀 다른 접근방식을 택한 연구 결과물 중 하나가 전자 약으로 대표적 사례는 미국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의 일렉트릭스(ElectRX) 프로젝트"라며 "말초신경계의 이상 신호를 모니터 링한 후 조정함으로써 자가면역 질환과 정신 건강을 치료하는 연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일렉트릭스 프로젝트는 당분간 류마티스, 전신염증반응증후군, 염증성 장질환 등 자가면역 질환 및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우울증 등을 연구 대상으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다른 질환까지 다루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며 "전자 약 개발 흐름은 민간 기업에서도 이미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차세대 신경 조절 장치 개발이나 전자약학에 주력하고 있는 GSK와 구글의 자회사 베릴리(Verily)가 대표적인 전자약 개발의 대표 사례로 떠오른다.

보고서는 "이전부터 전기 자극을 이용한 치료는 파킨슨병, 난치성 통증, 강직 개선 등에 이용돼 왔지만, 그 외연과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며 "GSK는 차세대 뉴로 모듈레이션이나 전자약학에 주력하고 있는 기업으로 2016년에 베릴리와 합작으로 생체전자공학 의약품 개발을 목표로 한 갈바니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GSK와 베릴리 양사는 7년간 최대 약 7,600억 원을 공동 출자하기로 했는데 이는 거대 제약회사의 투자 규모에 상응하는 금액이다"며 "갈바니 바이오일렉트로닉스가 2023년경 승인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인 것은 한차례 시술로 효과가 수십 년간 지속되는 내장 형식의 전자약학 기기다"고 덧붙였다.

이어 "전자 약은 약물 부작용 및 거부 반응을 일으키는 환자들에게 효과적인 면도 있고, 기존 약제의 효과의 증강 및 보강 효과도 있기 때문에 임상 도입이 빠르게 진전될 수도 있다"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치료비용의 절감이 기대되는 것이다"고 효용성을 설명했다.

전자 약은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기술 기반과 파트너십을 요구하므로, 향후 제약산업에 요구되는 역량은 경쟁우위가 아닌 타산업과의 협력적 경쟁 능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는 "전자 약은 제약회사들에게 완전히 새로운 혁신적 방식이 될 수 있고, 위기이자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문제는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기술 기반과 제휴가 필요하다는 점이다"며 "이러한 기술 기반은 기존 기기제조 업체들이 보유하지 못한 공학적 지식, 센싱 기술, 시스템 및 UI 구축 능력 등을 전제로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대형 의료기기 기업들은 전통적으로 외부 스타트업과의 제휴에 소극적이며,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이 가진 유무형 자산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며 "따라서 현재 상황은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사업자가 새로운 지평을 열 수도 있고, 기존 의료기기 업체나 제약업체들이 신기술을 수용해 성장을 지속하거나 혹은 혁신 기술에 밀려 도태될 수도 있는 등 여러 다양성이 공존하는 혼돈의 시기"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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