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월간의료기기규제연구회 활동 위원 좌담회
2018년은 의료기기업계 ‘변혁의 해’…사회적 합의 소통·설득 나서야
올해 국내 의료기기산업계에는 그 어느 때보다 큰 변혁이 일어난 해였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의료기기 등장과 발맞춰 새로운 의료기기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혁신성장을 위한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주문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혁신의료기기지원법·체외진단의료기기법 등 무게감 있는 의료기기산업 육성법 마련에도 속도가 붙었다.
비록 해를 넘기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일부 감염 관련 체외진단의료기기 ‘선진입·후평가’ 우선 적용, 혁신의료기기 별도 평가트랙 마련 등 세부적인 제도 시행도 앞두고 있다.
물론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혁신에 대한 반발 또한 적지 않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와 함께 의료상업화·영리화 추진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하다.
메디칼타임즈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월간의료기기규제연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사·수입사·다국적기업 종사자이자 전문가 4명을 한 자리에 초청했다.
올해 의료기기업계를 관통한 큰 틀에서의 규제혁신 변화를 살펴보고, 2019년 기해년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Q: 2018년 무술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의료기기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대통령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주문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올 한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예정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었습니다. 대통령이 발표한 규제혁신안은 사실 의료기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가장 파급력이 컸던 선진입·후평가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변화에 발맞춰 첨단의료기기에 대한 별도허가와 규제완화도 논의됐습니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세계 11위권을 차지하는 한국 의료기기산업이 더 발전하기 위한 디딤돌을 쌓아간 한 해였습니다.
박선주 월간의료기기규제연구회 기획이사: 올해는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육성안 발표와 함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회의 첨단의료기기 생태계 조성 계획이나 국무조정실·복지부·중기청 등이 도출한 의료기기 규제혁신안 등 의미가 큰 해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도 컸습니다. 대표적으로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는 의료기기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습니다.
앞서 메디칼타임즈가 보도를 통해 지적한대로 의료기기업계가 시민단체와의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대안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신동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설치장비소위원장: 사회가 변하면 제도 또한 당연히 변하는 것이 맞습니다. 올해는 많은 변화가 시작된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그간 의료기기법 말고는 의료기기 관련법이 없었다가 최근 3가지 법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이 가운데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법·혁신의료기기지원법이 하나로 합쳐져 지금은 2개 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체외진단기기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의료기기에서 독립된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추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경쟁력이 높은 국내 체외진단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진휴 월간의료기기규제연구회 위원: 다른 분들의 의견처럼 어느 해보다 의료기기 규제혁신과 제도개선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 대통령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의지에 부응해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 노력도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됩니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기기심사부에서 주관한 소통포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허가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주제였지만 의료기기안전국·심사부가 모두 참여해 열린 마음으로 미래 허가제도와 사후관리에 대한 전주기적 발전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의지 표명으로 당장의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혁신의료기기 규제완화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규제혁신을 꾀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 의료기기 규제혁신의 의미와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정훈 부위원장: 지난 7월 대통령이 발표한 규제혁신안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우선 선진입·후평가의 경우 체외진단기기중 감염에 한정되기는 했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확대 시행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관련해 복지부·심평원·NECA가 협의체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의료기기 인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통합심사 또한 식약처 내 TF가 꾸려져 관련 제도개선 성과가 기대됩니다.
이밖에 혁신의료기기 별도 허가체계는 이미 식약처·NECA가 여러 차례 민원설명회를 통해 그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부처가 상당한 노력을 해주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업계의 기대감 또한 높습니다.
박선주 기획이사: 4차 산업혁명의 산업적 측면에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출범했고,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회가 여러 규제혁신 주제 중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얼마 전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해커톤(끝장토론)에 참석해 혁신 제품의 그레이존 개선을 위한 일환으로 첨단 당뇨진단렌즈 상용화에 필요한 규제혁신 방안을 만드는데 참여했습니다.
이를 통해 규제에 대한 막연한 경직성을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당뇨진단렌즈는 상당히 어려운 해커톤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로 규제완화와 시장출시에 대한 업계와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해당 제품의 시장 출시 전 일부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하지만 제도적 불확실성을 일정부분 제거해 개발자의 상상력이 중간에 사장되지 않고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규제혁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동운 소위원장: 국회 계류 중인 의료기기 관련 2개 법안이 올해 아깝게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통과될 것으로 전망돼 기대가 큽니다.
다만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고 계류 중인 과정에서 의료기기업계 노력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의 경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용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는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의료기기의 틀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컨베이어가 없이 노트북 하나로 연구·개발·제조가 한 번에 이뤄지고 이를 통해 진단·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유전자 분석기술 발전으로 개인 맞춤형 진단·치료 또한 상용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는 항암제 등 동반진단이나 유전자 분석을 통한 발병률 진단으로 시작한 기술이 점차 건강과 예방이라는 영역으로 빠르게 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불어 IoT(사물인터넷)를 이용한 의료기기나 관련 소프트웨어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기기 허가체계로는 이 모든 것을 담아 낼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의료기기인가에 대한 법 규정상 논란이 생기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미 미국은 이러한 변화를 제도에 반영해 기업형 인증이나 리얼 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모델링 앤 시뮬레이션(Modeling & Simulation)을 활용한 임상시험 대체 등 허가체계를 바꾸고 이를 적용해 허가를 내주기도 합니다.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중장기적 방안 중 하나인 만큼 미래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합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 또한 기존 의료기기와 진단제품과의 차이점을 반영해 이미 유럽·미국에서도 의료기기법과 분리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체외진단시장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관련법을 마련해 안전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통해 관리해야한다는 취지로 발의됐습니다.
체외진단기기 발전이 향후 개인 맞춤형시장에서의 성공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혁신의료기기지원법 등과 함께 시행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발표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와 함께 의료영리화 추진을 위한 규제완화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진휴 위원: 시민단체의 우려와 의견에 우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단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여러 면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세계 최초 제품에 대한 시장진입을 임상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승인을 못 받는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 임상에 대한 투자가 강제돼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제조사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셋째 비급여 제품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판매할 수 있습니다.
넷째 체외진단기기와 같이 의사 술기에 상대적 영향이 적음에도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점을 보완해 국내 제조와 규제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채택한 선진입·후평가는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제품의 시장진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대부분 나라에서 인허가를 받은 제품에 대해 시장진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보험체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보험등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사전평가 중 하나가 신의료기술평가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식약처 허가 제품은 이미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은 것입니다. 외국에서 수입한 제품은 해당 국가 허가를 이미 받았고 임상자료도 풍부해 바로 시장진입이 가능합니다.
반면 국내 제조의 경우 상대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니 이에 대한 숨통을 틔어 개발 의지를 고양시키고 시장출시 기간도 단축하자는 의미에서 선진입·후평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사는 의료기기 개발을 하더라도 판로에 문제가 많습니다.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 특성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산·병협력체를 만들고 공동 연구한 제품의 경우 사용 기전을 만들어 주자는 게 정부 정책입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특허권이나 이윤은 정부·의료계·업계·시민단체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면 될 것입니다.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가치는 의료기기업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만큼 대안을 만들어나가고 제도를 개선한다면 적용 가능한 합의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2019년 기해년, 의료기기업계로서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게 사실입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업계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예정훈 부위원장: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매년 4%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향후 인구고령화와 수명 연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더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나 사회적 시스템으로 볼 때 성장 가능성 또한 충분히 높습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의료기기산업 발전 측면에서 규제혁신을 통해 물꼬를 터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첨단 기술로 인한 많은 변화가 있어나고 있으며 그 변화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제품이 나올지 예상조차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의료기기업계와 정부 모두가 인식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선주 기획이사: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빅데이터를 이용한 의료기기가 범용화 되고, 리얼 월드 데이터·모델링 앤 시뮬레이션이 임상을 대체되면 의료기기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가격 또한 낮아져 환자 혜택이 커지고 의료 접근성 또한 향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벌써부터 개인정보 소유권, 인권 그리고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의 집중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지적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이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통한 변화를 무작정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내에서는 높은 규제에 가로 막혀 있는 개인의뢰유전자 검사(DTC)가 이미 선진국에서는 의료에 적용돼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늦는 만큼 기술 종속을 더 오래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도 앞서 언급했듯이 진정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신동운 소위원장: 변화에는 그만큼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의료기기는 사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조차 없이 정책이 운영되었습니다.
이제는 법이 제정되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업계가 힘을 모아 혁신의료기기 개발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의료기기 규제혁신 의지를 천명한 만큼 의료기기업계도 정책적 대안 마련에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의견의 다양성이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것이고, 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업계는 또한 대안을 법제화하거나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대안제시 능력을 키워야합니다. 의료기기산업의 다양한 발전은 항상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습니다.
기술의 보편화가 갖는 가치가 편익을 주었다면 의료가 주는 새로운 가치 또한 삶의 질과 함께 산업적 발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부·의료계·시민단체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설득에 나서 의료기기 규제혁신 우려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요구됩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인공지능(AI)·빅데이터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의료기기 등장과 발맞춰 새로운 의료기기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특히 지난 7월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나서 혁신성장을 위한 의료기기 규제혁신을 주문했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혁신의료기기지원법·체외진단의료기기법 등 무게감 있는 의료기기산업 육성법 마련에도 속도가 붙었다.
비록 해를 넘기겠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일부 감염 관련 체외진단의료기기 ‘선진입·후평가’ 우선 적용, 혁신의료기기 별도 평가트랙 마련 등 세부적인 제도 시행도 앞두고 있다.
물론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혁신에 대한 반발 또한 적지 않았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와 함께 의료상업화·영리화 추진을 위한 규제완화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여전하다.
메디칼타임즈는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월간의료기기규제연구회에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사·수입사·다국적기업 종사자이자 전문가 4명을 한 자리에 초청했다.
올해 의료기기업계를 관통한 큰 틀에서의 규제혁신 변화를 살펴보고, 2019년 기해년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Q: 2018년 무술년이 얼마 안 남았습니다. 의료기기업계가 그 어느 때보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월 대통령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주문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올 한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예정훈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법규위원회 부위원장: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었습니다. 대통령이 발표한 규제혁신안은 사실 의료기기업계의 오랜 숙원이었습니다.
이를 통해 가장 파급력이 컸던 선진입·후평가 시범사업이 시행되고, 4차 산업혁명의 세계적 변화에 발맞춰 첨단의료기기에 대한 별도허가와 규제완화도 논의됐습니다. 이는 상당히 고무적인 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세계 11위권을 차지하는 한국 의료기기산업이 더 발전하기 위한 디딤돌을 쌓아간 한 해였습니다.
박선주 월간의료기기규제연구회 기획이사: 올해는 정부의 의료기기산업 육성안 발표와 함께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회의 첨단의료기기 생태계 조성 계획이나 국무조정실·복지부·중기청 등이 도출한 의료기기 규제혁신안 등 의미가 큰 해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반향도 컸습니다. 대표적으로 시민단체들이 제기한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는 의료기기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습니다.
앞서 메디칼타임즈가 보도를 통해 지적한대로 의료기기업계가 시민단체와의 소통을 통한 사회적 합의와 대안 마련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신동운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설치장비소위원장: 사회가 변하면 제도 또한 당연히 변하는 것이 맞습니다. 올해는 많은 변화가 시작된 중요한 한 해였습니다.
그간 의료기기법 말고는 의료기기 관련법이 없었다가 최근 3가지 법이 국회에 발의됐습니다. 이 가운데 의료기기산업 육성지원법·혁신의료기기지원법이 하나로 합쳐져 지금은 2개 법이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체외진단기기 발전 가능성을 인정받아 의료기기에서 독립된 체외진단의료기기법 추진도 이뤄지고 있습니다. 해당 법이 통과되면 경쟁력이 높은 국내 체외진단산업이 발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진휴 월간의료기기규제연구회 위원: 다른 분들의 의견처럼 어느 해보다 의료기기 규제혁신과 제도개선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점에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특히 대통령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의지에 부응해 관련 부처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 노력도 의미가 있었다고 평가됩니다.
얼마 전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의료기기심사부에서 주관한 소통포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의 허가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사실 말을 꺼내기조차 어려운 주제였지만 의료기기안전국·심사부가 모두 참여해 열린 마음으로 미래 허가제도와 사후관리에 대한 전주기적 발전 방향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대통령의 의지 표명으로 당장의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혁신의료기기 규제완화 논의의 물꼬를 텄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규제혁신을 꾀할 수 있는 계기도 됐다고 생각합니다.
Q: 정부 의료기기 규제혁신의 의미와 현재 진행 상황은 어떻습니까.
예정훈 부위원장: 지난 7월 대통령이 발표한 규제혁신안은 상당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우선 선진입·후평가의 경우 체외진단기기중 감염에 한정되기는 했지만 시범사업을 통해 확대 시행 기반을 다지고 있습니다.
관련해 복지부·심평원·NECA가 협의체를 만들어 추진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의료기기 인허가와 신의료기술평가 통합심사 또한 식약처 내 TF가 꾸려져 관련 제도개선 성과가 기대됩니다.
이밖에 혁신의료기기 별도 허가체계는 이미 식약처·NECA가 여러 차례 민원설명회를 통해 그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부부처가 상당한 노력을 해주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업계의 기대감 또한 높습니다.
박선주 기획이사: 4차 산업혁명의 산업적 측면에서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가 출범했고, 산하 헬스케어특별위원회가 여러 규제혁신 주제 중 헬스케어 생태계 조성을 위한 제도개선 방향을 얼마 전 발표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4차산업혁명특별위원회 해커톤(끝장토론)에 참석해 혁신 제품의 그레이존 개선을 위한 일환으로 첨단 당뇨진단렌즈 상용화에 필요한 규제혁신 방안을 만드는데 참여했습니다.
이를 통해 규제에 대한 막연한 경직성을 업계뿐만 아니라 정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게 됐습니다.
특히 당뇨진단렌즈는 상당히 어려운 해커톤 주제였음에도 불구하고 각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로 규제완화와 시장출시에 대한 업계와의 간극을 좁힐 수 있었습니다.
물론 해당 제품의 시장 출시 전 일부 제도개선이 선행돼야 하지만 제도적 불확실성을 일정부분 제거해 개발자의 상상력이 중간에 사장되지 않고 현실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규제혁신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신동운 소위원장: 국회 계류 중인 의료기기 관련 2개 법안이 올해 아깝게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내년 상반기에는 통과될 것으로 전망돼 기대가 큽니다.
다만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고 계류 중인 과정에서 의료기기업계 노력이 부족한 점은 아쉬운 대목입니다.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의 경우 지금까지 없었던 새로운 기술에 대한 적용 방법을 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AI)·빅데이터는 기계적이고 물리적인 의료기기의 틀을 완전히 바꾸고 있습니다. 컨베이어가 없이 노트북 하나로 연구·개발·제조가 한 번에 이뤄지고 이를 통해 진단·치료 성공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또 유전자 분석기술 발전으로 개인 맞춤형 진단·치료 또한 상용화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현재는 항암제 등 동반진단이나 유전자 분석을 통한 발병률 진단으로 시작한 기술이 점차 건강과 예방이라는 영역으로 빠르게 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더불어 IoT(사물인터넷)를 이용한 의료기기나 관련 소프트웨어 그리고 빅데이터 분석기술 등도 급속히 발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의료기기 허가체계로는 이 모든 것을 담아 낼 수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의료기기인가에 대한 법 규정상 논란이 생기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이미 미국은 이러한 변화를 제도에 반영해 기업형 인증이나 리얼 월드 데이터(Real World Data)·모델링 앤 시뮬레이션(Modeling & Simulation)을 활용한 임상시험 대체 등 허가체계를 바꾸고 이를 적용해 허가를 내주기도 합니다.
혁신의료기기지원법은 이러한 변화에 따른 중장기적 방안 중 하나인 만큼 미래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해 반드시 시행해야합니다.
체외진단의료기기법 또한 기존 의료기기와 진단제품과의 차이점을 반영해 이미 유럽·미국에서도 의료기기법과 분리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체외진단시장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독자적인 관련법을 마련해 안전성을 높이고 전문성을 통해 관리해야한다는 취지로 발의됐습니다.
체외진단기기 발전이 향후 개인 맞춤형시장에서의 성공요인 중 하나이기 때문에 혁신의료기기지원법 등과 함께 시행한다면 상당한 성과를 낼 것으로 기대됩니다.
Q: 정부의 의료기기 규제혁신 발표 이후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와 함께 의료영리화 추진을 위한 규제완화로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이진휴 위원: 시민단체의 우려와 의견에 우선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일단 의료기기 안전성 우려에 대해 설명하고자 합니다.
신의료기술평가는 여러 면에서 불합리한 점이 있습니다. 첫째 세계 최초 제품에 대한 시장진입을 임상이 충분치 않다는 이유로 승인을 못 받는 문제가 있습니다.
둘째 임상에 대한 투자가 강제돼 상대적으로 영세한 국내 제조사가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셋째 비급여 제품의 경우 신의료기술평가 없이 판매할 수 있습니다.
넷째 체외진단기기와 같이 의사 술기에 상대적 영향이 적음에도 평가를 받아야 합니다. 이 같은 불합리한 점을 보완해 국내 제조와 규제 장벽을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채택한 선진입·후평가는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제품의 시장진입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아시는 바와 같이 대부분 나라에서 인허가를 받은 제품에 대해 시장진입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국가보험체계를 가지고 있다 보니 보험등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한 사전평가 중 하나가 신의료기술평가입니다.
다시 이야기하면 식약처 허가 제품은 이미 안전성·유효성 검증을 받은 것입니다. 외국에서 수입한 제품은 해당 국가 허가를 이미 받았고 임상자료도 풍부해 바로 시장진입이 가능합니다.
반면 국내 제조의 경우 상대적으로 근거가 부족하니 이에 대한 숨통을 틔어 개발 의지를 고양시키고 시장출시 기간도 단축하자는 의미에서 선진입·후평가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의료영리화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국내 제조사는 의료기기 개발을 하더라도 판로에 문제가 많습니다.
인간 생명을 다루는 의료계 특성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산·병협력체를 만들고 공동 연구한 제품의 경우 사용 기전을 만들어 주자는 게 정부 정책입니다.
이 과정에서 논란이 될 수 있는 특허권이나 이윤은 정부·의료계·업계·시민단체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영리적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책을 만들면 될 것입니다.
의료의 공공성에 대한 가치는 의료기기업계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만큼 대안을 만들어나가고 제도를 개선한다면 적용 가능한 합의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2019년 기해년, 의료기기업계로서는 기대와 걱정이 공존하는 게 사실입니다. 국내 의료기기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와 업계가 어떠한 노력이 필요할까요.
예정훈 부위원장: 국내 의료기기산업은 매년 4% 이상 꾸준히 성장하고 있습니다. 향후 인구고령화와 수명 연장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더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재나 사회적 시스템으로 볼 때 성장 가능성 또한 충분히 높습니다. 당장 중요한 것은 의료기기산업 발전 측면에서 규제혁신을 통해 물꼬를 터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미 첨단 기술로 인한 많은 변화가 있어나고 있으며 그 변화 속도 또한 더욱 빨라지고 있기 때문에 어떠한 제품이 나올지 예상조차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의료기기업계와 정부 모두가 인식해 지금부터라도 준비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박선주 기획이사: 4차 산업혁명시대 인공지능·빅데이터를 이용한 의료기기가 범용화 되고, 리얼 월드 데이터·모델링 앤 시뮬레이션이 임상을 대체되면 의료기기 개발 속도가 빨라지고 그만큼 가격 또한 낮아져 환자 혜택이 커지고 의료 접근성 또한 향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런 흐름 속에서 벌써부터 개인정보 소유권, 인권 그리고 기술 발전에 따른 혜택의 집중이 문제로 제기되고 있습니다. 시민단체들의 지적 또한 이와 비슷한 맥락이며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우려입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을 통한 변화를 무작정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국내에서는 높은 규제에 가로 막혀 있는 개인의뢰유전자 검사(DTC)가 이미 선진국에서는 의료에 적용돼 활성화되고 있는 점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늦는 만큼 기술 종속을 더 오래 감내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도 앞서 언급했듯이 진정 무엇을 위한 규제인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신동운 소위원장: 변화에는 그만큼 성장통이 따르기 마련입니다. 의료기기는 사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법적 근거조차 없이 정책이 운영되었습니다.
이제는 법이 제정되고 있는 만큼 의료기기업계가 힘을 모아 혁신의료기기 개발 필요성에 대해 국민들을 설득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혜택은 국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의료기기 규제혁신 의지를 천명한 만큼 의료기기업계도 정책적 대안 마련에 노력해야 합니다. 사회가 고도화될수록 의견의 다양성이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것이고, 이는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업계는 또한 대안을 법제화하거나 제도 개선을 위한 구체적 대안제시 능력을 키워야합니다. 의료기기산업의 다양한 발전은 항상 사회적 논란의 중심에 있어왔습니다.
기술의 보편화가 갖는 가치가 편익을 주었다면 의료가 주는 새로운 가치 또한 삶의 질과 함께 산업적 발전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정부·의료계·시민단체와의 적극적인 소통과 설득에 나서 의료기기 규제혁신 우려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점을 찾아나가는 노력이 요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