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진 "획득내성 및 이차감염 부담 상당해, 광범위 내성에 과도한 규제 풀어야"
'결핵 발병률 및 사망률 1위, 다제내성결핵 3위.'
전 세계 의료계가 결핵 퇴치를 주창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결핵 관리 위험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더욱이 일반 결핵과 달리 치료와 환자 관리가 까다로운 다제내성결핵 분야에서는, 글로벌 분위기와 달리 치료지침 업데이트마저도 요원하기만 한 것이다.
세계결핵의 날(3월 24일)을 즈음해 세계보건기구(WHO) 주도로 국가별 결핵 퇴치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내 결핵 관리방안에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된다.
질병관리본부 '2017년 국제 결핵 현황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 발병률은 10만명당 70.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 결핵 발생률의 경우,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라트비아(인구 10만 명당 32.0명) 보다 2배, 영국(8.9명)이나 프랑스(8.0명), 독일(7.5명)등 유럽국가들에 비해 8배 가량 높았으며, 가장 낮은 미국(3.1명)에 비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결핵 사망률은 2013년 10만명당 4.4명에서 2017년 5.0명으로 오히려 증가했으며,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기간이 길고 치료성공률이 낮은 다제내성결핵(MDR/PR-TB) 발생률 또한 OECD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한 것이다.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과 결핵협회는 제9회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결핵퇴치史'를 열고, 국내 결핵 퇴치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다제내성결핵은 일반 결핵 대비 오랜 치료기간과 많은 의료비용이 소요됨에도 전 세계적으로 치료 성공률이 55%에 불과하다"며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이 2017년 66.6%였으나, 2018년 3분기 60.2%로 감소하면서 치료성공률을 제고하는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WHO 다제내성결핵 치료지침 업데이트, 미국 및 유럽학계도 개정 절차
다제내성결핵은 대표적 결핵 치료제인 '아이소니아지드'와 '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결핵으로, 결핵 약제의 임의 복용 중단으로 인한 획득내성 발생과 다른 다제내성결핵 환자에 감염되어 발병한다.
보통 다제내성 결핵은 8개월간의 집중치료기간을 포함, 총 20개월 가량 2차 약제를 포함한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게 학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엔 세계보건기구(WHO)의 다제내성결핵 치료지침도 최신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개정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작년 12월 공개된 WHO 개정안에서는,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 향상과 부작용 및 사망률을 줄이고자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한 약제 순서대로 치료제 등급을 개편했다.
이번 치료약제 등급개정은, 논문 50여 건에 소개된 26개국 환자 1만2030명의 증례를 근거로 다제내성결핵 약물을 분석 반영한 결과였다.
주목할 점은, 사용 시 치료 실패와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들이 대거 배제됐다는 대목. 이들 치료제 대부분이 주사제로 이독성을 비롯한 신독성 등 부작용이나 시력 및 청력 등을 잃을 수 있는 비가역적인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기점으로 글로벌 호흡기학회 진료지침도 개정작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유럽호흡기학회(ERS)는 학회지를 통해, 2018년 11월 WHO의 주요 변화를 골자로 해당 개정내용을 반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결핵치료가이드라인(ESTC) 전체 12개 항목 중 다제내성결핵 치료제와 관련된 12번째 항목(Standard 12)은 WHO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약제등급이 바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미국흉부학회(ATS) 및 미국감염성질환학회(IDSA)와 협력해 다제내성결핵 개정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현재 CDC의 검토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국내 결핵진료지침 개정 늦어져 "권고 약제 괴리 크다"
그런데, 정작 사망률과 발생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국내에서는 다제내성결핵 치료가이드라인 개정조차 속도를 못내고 있다.
실제 2017년 마지막 개정을 거친 국내 결핵 진료지침(개정3판)은, WHO의 2014년 가이드라인을 주로 반영한 것으로 최근 업데이트한 권고등급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국내 다제내성결핵 치료 처방 원칙은, 최소 5가지 항결핵제(다제내성결핵 약물 4가지+ 피라진아미드)로 구성되며 이 때 항결핵주사제 4가지 중 1가지가 포함되도록 권고한다.
관건은 국내 가이드라인에서 1차로 추천하는 항결핵주사제 4종 중 '카나마이신' '카프레오마이신'은 치료 실패 및 재발위험을 높여 이번 2018 WHO 지침의 권고등급에서는 아예 제외됐다.
또한 WHO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Group B나 Group C로 분류된 약제가 국내에서는 1차 권고약제로 유지되며, 우선권고약물(Group A)로 상향 조정된 '베다퀼린'과 '리네졸리드'는 국내 가이드라인에 5군 치료제로 분류해 거의 최후 단계로 밀려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국정 감사장에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은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초기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들이 치료제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 및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최신 의료기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WHO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신속 도입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치료 성공률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많은 치료 방식을 택할 경우, 입원률과 부가적인 치료가 늘어 오히려 치료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나라 획득내성 및 이차감염 부담 높아…"치료 비순응자 관리 맹점"
노숙자 등 사회 취약계층에 중증 결핵 환자의 내원율이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내는 공공 서울시립서북병원의 경우도 이러한 다제내성 결핵환자 관리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북병원 서해숙 진료부장은 "진료현장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료진의 처방을 이행하지 않는 비순응자 관리 영역"이라고 말했다. 약물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치료제를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 등에서 나타나는 내성 문제나 다른 사람에 이차감염 전파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라는 것.
서 진료부장은 "서북병원은 전국에 소재한 국공립병원중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가장 힘든 환자들이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대략 15% 정도가 비순응 환자로 추산된다"면서 "이러한 취약계층 치료에는 단순 환자 한 명의 질환 치료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제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되는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경우 치료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부터 강도 높은 치료를 권고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
서 진료부장은 "이들에서 초치료가 잘 안 되면 두 번째 치료 역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성 환자에서는 오랜기간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하지만 결국엔 힘든 과정 속에서 약을 중단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로인해 더 많은 내성 환자가 발생하면서 환자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 포기 환자 악순환 "광범위 내성 환자엔 과도한 규제 풀어야"
최근 다제내성결핵을 대상으로 세계보건기구나 미국 및 유럽호흡기감염학회 치료지침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의 경우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서 진료부장은 "실제 진료현장에 마주하는 환자들은 더이상 치료가 힘들어서 전원 오는 결핵 환자들이 많다"며 "업데이트를 통해 우선권고된 베다퀼린과 같은 결핵 신약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러한 치료 옵션을 국가에서는 현재 사전심사제를 통해 6개월 먹고 투약을 종료하라고 권고한다"며 "강력한 치료가 권고되는 해당 환자들에서 약을 갑자기 끊으라는 것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옵션으로 경구제 '리네졸리드'라는 약물의 경우, 부작용이 없으면 6개월이라는 기간에 상관없이 쓸 수 있지만 효과가 정말 좋은 반면 장기간 복용할 경우 말초신경염이나 시신경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실제 처방에 딜레마가 크다는 평가다.
그는 "단순 환자가 아닌 광범위 내성 등 마지막 치료 환자가 대상"이라며 "무조건 고가 신약이라는 이유로 질병관리본부, 심평원에 사전심사 승인을 받아야 쓸 수 있게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약물 모두 딜레마가 있다. 베다퀼린은 상대적으로 고가 약물이다보니 국가에서 규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리네졸리드로 치료가 안 된 환자에서 베다퀼린을 사용했을때 치료 결과를 봐야한다"며 "환자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약물을 먹는데 비용효과성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못박았다.
서 진료부장은 "베다퀼린이 국내에 진입했을때 가장 처음 써본 장본인으로 작년 학회에서 다제내성이 아닌 광범위 약제내성 환자에 임상결과를 발표했다"며 "단순 일반 결핵이 아닌 이들에서 치료성공률 70%를 넘겼다는 것은 과거 30%와 비교해 상당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작년 세계보건기구 주도로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서 베다퀼린 등을 쓴 환자 증례를 모집했을 때, 국내에 서북병원의 임상 증례도 포함됐다. WHO의 새로운 다제내성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임상 자료가 들어갈 예정으로 전했다.
끝으로 서 진료부장은 "환자와 24개월 정도를 동행하다보면,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우울이나 불안증을 대부분 동반하고 있다. 어떤 약제를 써야하는지 치료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만 여기에 환자가 처한 기저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엔 가장 중요한게 환자다. 단순히 비용효과를 고려해 약물을 선택하는 한쪽 측면만 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급·기·야'는 '급여기준 이젠 이야기 할 때'의 줄임말로, 건강보험 재정절감 때문에 제한적인 의약품 및 치료행위 등의 급여기준을 개선해, 환자의 의료서비스 혜택 확대를 추구하는 메디칼타임즈의 특별 기획 컨텐츠입니다.
전 세계 의료계가 결핵 퇴치를 주창하고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결핵 관리 위험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더욱이 일반 결핵과 달리 치료와 환자 관리가 까다로운 다제내성결핵 분야에서는, 글로벌 분위기와 달리 치료지침 업데이트마저도 요원하기만 한 것이다.
세계결핵의 날(3월 24일)을 즈음해 세계보건기구(WHO) 주도로 국가별 결핵 퇴치를 위한 적극적인 실천이 강조되는 가운데, 국내 결핵 관리방안에 문제점이 꾸준히 지적된다.
질병관리본부 '2017년 국제 결핵 현황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결핵 발병률은 10만명당 70.0명으로, OECD 회원국 중 결핵 발병률과 사망률 모두 1위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국내 결핵 발생률의 경우,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은 라트비아(인구 10만 명당 32.0명) 보다 2배, 영국(8.9명)이나 프랑스(8.0명), 독일(7.5명)등 유럽국가들에 비해 8배 가량 높았으며, 가장 낮은 미국(3.1명)에 비해 20배 이상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서 결핵 사망률은 2013년 10만명당 4.4명에서 2017년 5.0명으로 오히려 증가했으며, 일반 결핵에 비해 치료기간이 길고 치료성공률이 낮은 다제내성결핵(MDR/PR-TB) 발생률 또한 OECD 회원국 중 3위를 차지한 것이다.
때문에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과 결핵협회는 제9회 결핵예방의 날을 맞아 지난 19일부터 20일까지 국회의원회관에서 '대한민국 결핵퇴치史'를 열고, 국내 결핵 퇴치에 대한 사회 각계의 관심을 촉구한 바 있다.
의료계 관계자는 "다제내성결핵은 일반 결핵 대비 오랜 치료기간과 많은 의료비용이 소요됨에도 전 세계적으로 치료 성공률이 55%에 불과하다"며 "결핵 퇴치를 위해서는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이 2017년 66.6%였으나, 2018년 3분기 60.2%로 감소하면서 치료성공률을 제고하는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WHO 다제내성결핵 치료지침 업데이트, 미국 및 유럽학계도 개정 절차
다제내성결핵은 대표적 결핵 치료제인 '아이소니아지드'와 '라팜피신'을 포함한 2개 이상의 결핵치료제에 내성이 있는 결핵으로, 결핵 약제의 임의 복용 중단으로 인한 획득내성 발생과 다른 다제내성결핵 환자에 감염되어 발병한다.
보통 다제내성 결핵은 8개월간의 집중치료기간을 포함, 총 20개월 가량 2차 약제를 포함한 꾸준한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게 학계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최근엔 세계보건기구(WHO)의 다제내성결핵 치료지침도 최신 임상데이터를 토대로 개정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
작년 12월 공개된 WHO 개정안에서는, 다제내성결핵 치료 성공률 향상과 부작용 및 사망률을 줄이고자 안전성과 효과성을 입증한 약제 순서대로 치료제 등급을 개편했다.
이번 치료약제 등급개정은, 논문 50여 건에 소개된 26개국 환자 1만2030명의 증례를 근거로 다제내성결핵 약물을 분석 반영한 결과였다.
주목할 점은, 사용 시 치료 실패와 재발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치료제들이 대거 배제됐다는 대목. 이들 치료제 대부분이 주사제로 이독성을 비롯한 신독성 등 부작용이나 시력 및 청력 등을 잃을 수 있는 비가역적인 부작용 발생 위험이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를 기점으로 글로벌 호흡기학회 진료지침도 개정작업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유럽호흡기학회(ERS)는 학회지를 통해, 2018년 11월 WHO의 주요 변화를 골자로 해당 개정내용을 반영한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유럽결핵치료가이드라인(ESTC) 전체 12개 항목 중 다제내성결핵 치료제와 관련된 12번째 항목(Standard 12)은 WHO 가이드라인과 동일하게 약제등급이 바꼈다.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미국흉부학회(ATS) 및 미국감염성질환학회(IDSA)와 협력해 다제내성결핵 개정 가이드라인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며, 현재 CDC의 검토절차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국내 결핵진료지침 개정 늦어져 "권고 약제 괴리 크다"
그런데, 정작 사망률과 발생률 1위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는 국내에서는 다제내성결핵 치료가이드라인 개정조차 속도를 못내고 있다.
실제 2017년 마지막 개정을 거친 국내 결핵 진료지침(개정3판)은, WHO의 2014년 가이드라인을 주로 반영한 것으로 최근 업데이트한 권고등급과는 많은 차이를 보인다.
국내 다제내성결핵 치료 처방 원칙은, 최소 5가지 항결핵제(다제내성결핵 약물 4가지+ 피라진아미드)로 구성되며 이 때 항결핵주사제 4가지 중 1가지가 포함되도록 권고한다.
관건은 국내 가이드라인에서 1차로 추천하는 항결핵주사제 4종 중 '카나마이신' '카프레오마이신'은 치료 실패 및 재발위험을 높여 이번 2018 WHO 지침의 권고등급에서는 아예 제외됐다.
또한 WHO 개정 가이드라인에서 Group B나 Group C로 분류된 약제가 국내에서는 1차 권고약제로 유지되며, 우선권고약물(Group A)로 상향 조정된 '베다퀼린'과 '리네졸리드'는 국내 가이드라인에 5군 치료제로 분류해 거의 최후 단계로 밀려있는 것이다.
이에 지난 국정 감사장에 국회 보건복지위 김명연 의원은 "국내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초기 치료 성공률을 높이고 환자들이 치료제 부작용으로 인한 치료 중단 및 실패의 위험을 최소화하고 최신 의료기술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WHO 가이드라인 개정안의 신속 도입의 필요성"을 지적한 바 있다.
치료 성공률이 떨어지고 부작용이 많은 치료 방식을 택할 경우, 입원률과 부가적인 치료가 늘어 오히려 치료비용이 증가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우리나라 획득내성 및 이차감염 부담 높아…"치료 비순응자 관리 맹점"
노숙자 등 사회 취약계층에 중증 결핵 환자의 내원율이 전국 최고 수준을 나타내는 공공 서울시립서북병원의 경우도 이러한 다제내성 결핵환자 관리에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서북병원 서해숙 진료부장은 "진료현장에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료진의 처방을 이행하지 않는 비순응자 관리 영역"이라고 말했다. 약물 치료를 임의로 중단하거나 치료제를 제대로 복용하지 않는 환자 등에서 나타나는 내성 문제나 다른 사람에 이차감염 전파가 여전히 풀어야할 과제라는 것.
서 진료부장은 "서북병원은 전국에 소재한 국공립병원중 사회 경제적 취약계층으로 가장 힘든 환자들이 내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대략 15% 정도가 비순응 환자로 추산된다"면서 "이러한 취약계층 치료에는 단순 환자 한 명의 질환 치료가 아니라 사회 전반적인 제반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되는 다제내성결핵 환자의 경우 치료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초기부터 강도 높은 치료를 권고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는 설명.
서 진료부장은 "이들에서 초치료가 잘 안 되면 두 번째 치료 역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성 환자에서는 오랜기간 약물치료를 유지해야 하지만 결국엔 힘든 과정 속에서 약을 중단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이로인해 더 많은 내성 환자가 발생하면서 환자 관리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 포기 환자 악순환 "광범위 내성 환자엔 과도한 규제 풀어야"
최근 다제내성결핵을 대상으로 세계보건기구나 미국 및 유럽호흡기감염학회 치료지침이 크게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의 경우 제자리걸음을 보이고 있다.
서 진료부장은 "실제 진료현장에 마주하는 환자들은 더이상 치료가 힘들어서 전원 오는 결핵 환자들이 많다"며 "업데이트를 통해 우선권고된 베다퀼린과 같은 결핵 신약은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환자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러한 치료 옵션을 국가에서는 현재 사전심사제를 통해 6개월 먹고 투약을 종료하라고 권고한다"며 "강력한 치료가 권고되는 해당 환자들에서 약을 갑자기 끊으라는 것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신규 옵션으로 경구제 '리네졸리드'라는 약물의 경우, 부작용이 없으면 6개월이라는 기간에 상관없이 쓸 수 있지만 효과가 정말 좋은 반면 장기간 복용할 경우 말초신경염이나 시신경염 등의 부작용이 나타나 실제 처방에 딜레마가 크다는 평가다.
그는 "단순 환자가 아닌 광범위 내성 등 마지막 치료 환자가 대상"이라며 "무조건 고가 신약이라는 이유로 질병관리본부, 심평원에 사전심사 승인을 받아야 쓸 수 있게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두 약물 모두 딜레마가 있다. 베다퀼린은 상대적으로 고가 약물이다보니 국가에서 규제를 하고 있다. 하지만 리네졸리드로 치료가 안 된 환자에서 베다퀼린을 사용했을때 치료 결과를 봐야한다"며 "환자들은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약물을 먹는데 비용효과성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못박았다.
서 진료부장은 "베다퀼린이 국내에 진입했을때 가장 처음 써본 장본인으로 작년 학회에서 다제내성이 아닌 광범위 약제내성 환자에 임상결과를 발표했다"며 "단순 일반 결핵이 아닌 이들에서 치료성공률 70%를 넘겼다는 것은 과거 30%와 비교해 상당한 의미"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작년 세계보건기구 주도로 전 세계 25개국 이상에서 베다퀼린 등을 쓴 환자 증례를 모집했을 때, 국내에 서북병원의 임상 증례도 포함됐다. WHO의 새로운 다제내성 가이드라인에는 해당 임상 자료가 들어갈 예정으로 전했다.
끝으로 서 진료부장은 "환자와 24개월 정도를 동행하다보면, 다제내성 결핵 환자는 우울이나 불안증을 대부분 동반하고 있다. 어떤 약제를 써야하는지 치료 부분이 가장 중요하지만 여기에 환자가 처한 기저상태를 고려해야 한다"며 "결국엔 가장 중요한게 환자다. 단순히 비용효과를 고려해 약물을 선택하는 한쪽 측면만 봐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편집자주|'급·기·야'는 '급여기준 이젠 이야기 할 때'의 줄임말로, 건강보험 재정절감 때문에 제한적인 의약품 및 치료행위 등의 급여기준을 개선해, 환자의 의료서비스 혜택 확대를 추구하는 메디칼타임즈의 특별 기획 컨텐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