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윤희 심사위원
과도한 업무에 임상심사위원들 줄줄이 퇴사...3명더 줄어 현재 12명이 근무
투자가 없으면서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자원만 효율적으로 써도 가능해져
"전문성을 확보를 위해 의사를 충원해 달라."
이같은 목소리가 허공 속의 묻혔다. 의사 출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심사위원이 국회 1인 시위에 나서며 인력 충원을 주장했지만 상황이 정반대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
시위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근무의사는 15명에서 되레 12명으로 줄었고, 해당 위원은 시위 등을 이유로 연이은 감사 대상에 올랐다. 식약처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지난 달 18일 국회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의사 출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윤희 심사위원을 만나 내막을 들었다.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지 한달이 지났다. 근황은?
1인 시위가 끝난 다음부터 현재 감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총 4번 받았다. 계약서에 비밀유지, 품위 손상, 상관의 명령 불복종 등에 관한 내용을 빌미로 감사를 받았다. 처음 감사는 이해가 됐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직의 명예 훼손할 수 있다든지, 다른 동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평상시 언행이나 근무, 지각 상황, 보고 태도로 화두가 옮겨가고 있다. 솔직히 내쫓기 위한 근거 찾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식약처 내부 감사라면 독립된 제3의 기관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감사 요청은 누가 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마땅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인력 충원 요구는 받아들여졌나?
시위 당시만 해도 근무 의사가 15명이었다. 지금은 12명으로 한달새 3명이 더 퇴사했다. 지금 퇴사 의사를 밝힌 사람들도 여럿이다. 이것만 봐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가장 큰 문제는 업무 로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 몸이 편하자고 시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과한 업무 로딩이 안전한 의약품 관리와 정면으로 대치되기 때문에 행동에 옮긴 것이다.
최근 식약처의 환자안전 기반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보면 변경계획서를 제외하고 주 계획서 검토에만 26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심의 인력이 12명이다. 변경 계획서만 일년에 500건이 넘는다. 변경 계획서까지 검토하려면 26명으로 어림도 없다는 소리다.
주 계획서는 연간 800건이다. 변경계획서는 1500건 정도 되는데 의사가 꼭 봐야 하는건 500건이다. 이외 중대한 약물 부작용은 1년에 2000건이 넘는다. 그밖에 의사들이 여러 자문까지 다 하고 있다.
임상심사위원들이 계속 그만두고 있다. 피켓 시위 당시 15명인데 이제 12명이다. 올해는 예산이 없어서 충원이 안된다고 하니까 더 이상 못버티고 나가는 것이다. 나갈 때마다 남은 인력에게 일이 더 가중된다. 지금도 나갈 사람이 계속 생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달라.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결코 일이 많다고 불평하는게 아니다. 단순한 일이 아닌 심사 업무라는 전문적인 일은 투입 시간을 두 배 늘리면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공장같은 게 아니다.
▲예산은 현실적인 문제다. 안전관리 제고 방안은?
본인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대형병원에도 근무했고 100병상급 작은 병원에서도 근무해 봤다. 100병상이 서울대병원급으로 진료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환자 생명,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하는 선이라는 게 있다.
예산을 핑계로 들지만 자유가 공짜가 아니듯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투자도 안하면서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필요한 것은 줄이면 전문 인력을 충분히 충원할 수 있다. 각 국에 연구과가 있고 그 인원만 50명 쯤 되는 것 같다. 기재부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유럽에서 허가된 약을 자체적으로 반려한 케이스 있나? 없다면 굳이 외국에서 허가된 약을 재심사할 필요가 있을까. 그만큼 엉망이라는 것이다. 유럽/미국/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미국/유럽에서 허가한 의약품도 제대로 심사해서 반려하기도 한다. 연구용역에도 예산이 들어가는데 연구용역 이후 제도에 반영이 안된다면 굳이 왜 하는가? 그런 예산을 아끼라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FDA/EMA처럼 할 수는 없지만 자원을 효율적으로 썼으면 한다. 미국/유럽에서 허가 난 약들 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된다고 본다. 인종간 데이터와 허가 심사 자료만 확인하고 차라리 나머지 인력을 국내 신약에만 신경을 쓰고 그랬으면 한다. 효율적인 일이 필요하다.
▲제도적 측면에서 안전관리 제고 방안은?
의료기관 평가에 의약품안전관리위원회 설치 여부를 넣으면 된다. 병원감염을 막기위해 전문간호사가 생겼다. 의료기관 평가에 병원감염 관리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약품/의료기기는 그렇지 않다. 무관심하고 그러니까 전문가가 거의 없다. 병원에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위원회 신설했으면 한다. 서울대병원에 약사+간호사 포함해서 7명으로 구성된 약물(부작용) 감시팀이 있다. 이게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료기관 평가에도 없지만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하면 좋지만 어렵다. 따라서 저런 시스템을 만들수 있도록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해야 한다. 부작용 관리하는 전담 약사/의사 이런 분들이 5년, 10년 후 전문가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가 있어야만 식약처에도 전문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이고 이런 것이 바로 인프라가 된다.
▲최근 청와대 청원을 넣은 것으로 안다. 무슨 내용인가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예산 중 30%를 안전관리에 투입해 달라는 내용이다. 최근 정부는 2020년부터 1조 2800억원을 바이오헬스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화가 많이 났다. 산업 부분에 대한 투자다. 안전에 대한 투자없이는 건실한 산업이 육성될 수 없다. 최근의 모 의약품 세포주 변경 사태, 인공유방 리콜 사태를 봐라. 안전은 평소에 잘 지키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투자를 안한다. 식약처 내부 게시판에 행안부, 기재부에 가서 시위하라는 글도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는 없지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청와대 청원을 했다.
▲향후 계획은
진단검사의학과는 원래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검사 질 어떻게 높일 것인가, 시스템 효율화할 것인가 이런 걸 다루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런 시스템을 배우려고 식약처에 들어왔다. 들어와서 보니 기초가 안돼 있는 부분이 보였다. 2년 내내 여러번 개선할 점에 대해 말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전주기 안전관리는 커녕 각주기 안전관리라도 철저히 해달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인 시위가 그 당시에는 최선이었다. 그만 두더라도 실상은 알리고 그만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본인은 계약직으로 올해 12월까지다. 올해 다시 재계약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아직까지 계약 안 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번에 계약이 해지되면 괘씸죄가 적용된 것일 수도 있다.
감사를 받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시위 이후 여러 의료계 단체, 심지어 약사회 단체로부터 지지, 격려 전화를 받기도 했다. 내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 많다는 걸 알게됐다. 지금 모든 커리어를 다 포기할 생각으로 위험을 무릎쓰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누구는 제약사에 들어가기 위해 이런다고 하는데 대관업무를 해야하는 제약사에서 누가 나를 뽑겠는가. 정말 국민을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 확보를 위해 순수한 마음에서 하는 일이다.
힘이 닫는 한 끝까지 할 생각이다. 식약처 내부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있다. 필요하면 제보도 할 것이다. 안전 관리를 얼마나 부실하게 하고 허가 관리 부실하게 하는지 그런 내용들이다.
이같은 목소리가 허공 속의 묻혔다. 의사 출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심사위원이 국회 1인 시위에 나서며 인력 충원을 주장했지만 상황이 정반대 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것.
시위 이후 한달이 지났지만 근무의사는 15명에서 되레 12명으로 줄었고, 해당 위원은 시위 등을 이유로 연이은 감사 대상에 올랐다. 식약처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지난 달 18일 국회 앞에 모습을 드러냈던 의사 출신 식품의약품안전평가원 강윤희 심사위원을 만나 내막을 들었다.
▲인력 충원을 요구하는 시위에 나선지 한달이 지났다. 근황은?
1인 시위가 끝난 다음부터 현재 감사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총 4번 받았다. 계약서에 비밀유지, 품위 손상, 상관의 명령 불복종 등에 관한 내용을 빌미로 감사를 받았다. 처음 감사는 이해가 됐다. 이렇게 하는 것이 조직의 명예 훼손할 수 있다든지, 다른 동료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평상시 언행이나 근무, 지각 상황, 보고 태도로 화두가 옮겨가고 있다. 솔직히 내쫓기 위한 근거 찾기 위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식약처 내부 감사라면 독립된 제3의 기관이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감사 요청은 누가 한 것이냐고 물었지만 마땅한 답변은 듣지 못했다.
▲인력 충원 요구는 받아들여졌나?
시위 당시만 해도 근무 의사가 15명이었다. 지금은 12명으로 한달새 3명이 더 퇴사했다. 지금 퇴사 의사를 밝힌 사람들도 여럿이다. 이것만 봐도 뭔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가장 큰 문제는 업무 로딩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내 몸이 편하자고 시위한 것이 아니다. 지금의 과한 업무 로딩이 안전한 의약품 관리와 정면으로 대치되기 때문에 행동에 옮긴 것이다.
최근 식약처의 환자안전 기반 '임상시험 발전 5개년 종합계획'을 보면 변경계획서를 제외하고 주 계획서 검토에만 26명의 인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지금 심의 인력이 12명이다. 변경 계획서만 일년에 500건이 넘는다. 변경 계획서까지 검토하려면 26명으로 어림도 없다는 소리다.
주 계획서는 연간 800건이다. 변경계획서는 1500건 정도 되는데 의사가 꼭 봐야 하는건 500건이다. 이외 중대한 약물 부작용은 1년에 2000건이 넘는다. 그밖에 의사들이 여러 자문까지 다 하고 있다.
임상심사위원들이 계속 그만두고 있다. 피켓 시위 당시 15명인데 이제 12명이다. 올해는 예산이 없어서 충원이 안된다고 하니까 더 이상 못버티고 나가는 것이다. 나갈 때마다 남은 인력에게 일이 더 가중된다. 지금도 나갈 사람이 계속 생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말아달라. 의사들은 과중한 업무에 익숙한 사람들이다. 결코 일이 많다고 불평하는게 아니다. 단순한 일이 아닌 심사 업무라는 전문적인 일은 투입 시간을 두 배 늘리면 생산량이 두 배로 늘어나는 공장같은 게 아니다.
▲예산은 현실적인 문제다. 안전관리 제고 방안은?
본인은 진단검사의학과 전문의 출신이다. 대형병원에도 근무했고 100병상급 작은 병원에서도 근무해 봤다. 100병상이 서울대병원급으로 진료를 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의 환자 생명, 치료를 위해 지켜야 하는 선이라는 게 있다.
예산을 핑계로 들지만 자유가 공짜가 아니듯 안전은 공짜가 아니다. 투자도 안하면서 안전을 강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불필요한 것은 줄이면 전문 인력을 충분히 충원할 수 있다. 각 국에 연구과가 있고 그 인원만 50명 쯤 되는 것 같다. 기재부 핑계만 댈 것이 아니라 자원의 효율적 분배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미국/유럽에서 허가된 약을 자체적으로 반려한 케이스 있나? 없다면 굳이 외국에서 허가된 약을 재심사할 필요가 있을까. 그만큼 엉망이라는 것이다. 유럽/미국/일본은 다르다. 일본은 미국/유럽에서 허가한 의약품도 제대로 심사해서 반려하기도 한다. 연구용역에도 예산이 들어가는데 연구용역 이후 제도에 반영이 안된다면 굳이 왜 하는가? 그런 예산을 아끼라는 말이다.
우리나라가 갑자기 FDA/EMA처럼 할 수는 없지만 자원을 효율적으로 썼으면 한다. 미국/유럽에서 허가 난 약들 다 우리나라에서 허가된다고 본다. 인종간 데이터와 허가 심사 자료만 확인하고 차라리 나머지 인력을 국내 신약에만 신경을 쓰고 그랬으면 한다. 효율적인 일이 필요하다.
▲제도적 측면에서 안전관리 제고 방안은?
의료기관 평가에 의약품안전관리위원회 설치 여부를 넣으면 된다. 병원감염을 막기위해 전문간호사가 생겼다. 의료기관 평가에 병원감염 관리위원회가 있었기 때문이다. 의약품/의료기기는 그렇지 않다. 무관심하고 그러니까 전문가가 거의 없다. 병원에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위원회 신설했으면 한다. 서울대병원에 약사+간호사 포함해서 7명으로 구성된 약물(부작용) 감시팀이 있다. 이게 병원 수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의료기관 평가에도 없지만 만들었다. 자발적으로 하면 좋지만 어렵다. 따라서 저런 시스템을 만들수 있도록 의약품/의료기기 안전관리위원회를 설치토록 해야 한다. 부작용 관리하는 전담 약사/의사 이런 분들이 5년, 10년 후 전문가로 탄생하는 것이다. 이런 전문가가 있어야만 식약처에도 전문 인력이 들어올 수 있는 것이고 이런 것이 바로 인프라가 된다.
▲최근 청와대 청원을 넣은 것으로 안다. 무슨 내용인가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예산 중 30%를 안전관리에 투입해 달라는 내용이다. 최근 정부는 2020년부터 1조 2800억원을 바이오헬스 산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런 내용을 보면서 화가 많이 났다. 산업 부분에 대한 투자다. 안전에 대한 투자없이는 건실한 산업이 육성될 수 없다. 최근의 모 의약품 세포주 변경 사태, 인공유방 리콜 사태를 봐라. 안전은 평소에 잘 지키면 돈이 아깝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안전이 중요하다면서 투자를 안한다. 식약처 내부 게시판에 행안부, 기재부에 가서 시위하라는 글도 봤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이런 것밖에는 없지만 주의를 환기시키기 위해 청와대 청원을 했다.
▲향후 계획은
진단검사의학과는 원래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우리는 검사 질 어떻게 높일 것인가, 시스템 효율화할 것인가 이런 걸 다루기 때문이다. 식약처는 잘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런 시스템을 배우려고 식약처에 들어왔다. 들어와서 보니 기초가 안돼 있는 부분이 보였다. 2년 내내 여러번 개선할 점에 대해 말했지만 변화가 없었다. 전주기 안전관리는 커녕 각주기 안전관리라도 철저히 해달라고 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1인 시위가 그 당시에는 최선이었다. 그만 두더라도 실상은 알리고 그만둬야 겠다고 생각했다.
본인은 계약직으로 올해 12월까지다. 올해 다시 재계약 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긴 하지만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아직까지 계약 안 된 사례는 없다고 한다. 이번에 계약이 해지되면 괘씸죄가 적용된 것일 수도 있다.
감사를 받고 있지만 후회는 없다. 시위 이후 여러 의료계 단체, 심지어 약사회 단체로부터 지지, 격려 전화를 받기도 했다. 내 생각을 지지하는 사람 많다는 걸 알게됐다. 지금 모든 커리어를 다 포기할 생각으로 위험을 무릎쓰고 이런 일을 하고 있다. 누구는 제약사에 들어가기 위해 이런다고 하는데 대관업무를 해야하는 제약사에서 누가 나를 뽑겠는가. 정말 국민을 위한 안전관리 시스템 확보를 위해 순수한 마음에서 하는 일이다.
힘이 닫는 한 끝까지 할 생각이다. 식약처 내부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있다. 필요하면 제보도 할 것이다. 안전 관리를 얼마나 부실하게 하고 허가 관리 부실하게 하는지 그런 내용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