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메르스-코로나19 발병, '해법'은 도돌이표

발행날짜: 2020-02-27 05:45:50
  •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그때도 신신당부를 했어요. 어차피 잊혀질 것이라고."

최근 코로나19와 관련한 취재를 하다가 뜨끔했다. 모 감염내과 교수가 메르스 사태 때를 거론하며 당시와 지금이 바뀐 게 있냐고 반문했기 때문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잠잠해지면 제기되던 다양한 해법들이 또 쓰레기통으로 직행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측.

메르스 유행 당시에도 비슷했다. 바뀐 부분을 떠올리려 했지만 막연했다.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부터 역학조사관 충원까지 다양한 '해법'은 과거에도 이미 나와있지만 실제 적용은 다른 문제였다. 해법의 적용은 메르스 사태 이후 5년간 공회전만 했다는 뜻.

등 떠밀어 민간에 맡긴 방역 및 감염 방지 대응을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게 감염병 전문병원의 취지지만 메르스 때도, 코로나19에서도 방역의 주역은 민간이었다. 감염병 전문병원은 부지 확보 및 소음 환경 기준 등을 이유로 수년간 제자리였다. 그 틈으로 코로나19가 고개를 들었다.

그때나 지금이나 감염병은 행정 및 관리의 영역에서 정치의 영역으로 확장됐다. 중국인 입국 금지의 책임부터, 마스크 수출 허용량의 제한까지 미래의 대책 마련보다는 현재의 책임 소재 및 추궁에 집중되는 양상이다.

"지금까지 뭐했냐"는 비판에 언론도 자유롭진 않다. '감염내과' 자체가 기자들에게, 심지어 전문지 기자들에게도 생소한 과다. 감염내과는 주목받는 과도, 의료행정의 주역도 아니다. 코로나19의 확산 이후에야 친분도 없는 감염내과 교수들에게 얼굴을 들이밀었을 뿐,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병은 머리 속에서 잊고 있던 주제다.

그날 모 교수도 당황한 기색이 많았다. 30분간의 인터뷰 도중 모르는 번호로부터 걸려온 기자들의 전화만 네 통이 넘었다. 심지어는 "바쁘니까 그런 일반적인 얘기는 검색후 물어봐 달라"는 언급도 얼핏 들었다.

평소에는 관심도 없다가 감염병 확산 이후에야 단골처럼 들려 멘트만 뽑아낸다는 게 그의 속내. 인터뷰 말미에 당부도 잊지 않았다. 바이러스 특성상 날씨가 따뜻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코로나19도 사라질 것이라고. 그럴 때 언론만큼은 반드시 해법으로 제시된 시스템의 구축이 얼마나 됐는지, 주기적으로 확인해 보도해 달라는 것이다.

변이가 쉬운 코로나 바이러스는 언제든 얼굴을 바꾸고 다시 찾아올 가능성 크다. 모 교수는 사스 발병과 메르스, 현재 코로나19의 발생 주기를 유심히 관찰하라고 조언했다. 전세계적인 인구 증가 및 유통, 관광 인프라 발달로 비슷한 유형의 신종 감염병의 발병, 전파, 그에 따른 확산의 가속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가까운 미래, '코로나20'의 발병 이후 모 교수를 또 다시, 그리고 똑같은 주제로, 엇비슷한 해법에 대해 인터뷰하지는 않을지. 그때는 어떻게 얼굴을 마주하고 있어야 할까. "코로나19 이후 바뀐 게 있냐"는 질문을 다시 듣지는 않을까. 기시감에 시달리는 게 교수만의 몫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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