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로빈클리닉 나공찬 원장
[메타 학술인터뷰]HA필러라도 모두 똑같은 효과를 담보하지 않아"
주입감, 형태잡는 몰딩감, 오래가는 지속성 중요
최근 유튜브의 화두는 히알루론산을 성분으로 한 HA(Hyaluronic acid, HA) 필러의 안전성 이슈였다. 성형외과 의사와 피부과로 나뉘어 각종 학술 논문 등을 인용하며 "안전하다"와 "안전하지 않다"의 대결 구도가 형성되기도 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하나의 필러를 두고 정반대의 의견이 나올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필러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운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일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논쟁에 앞서 보다 본질적인 논의를 놓쳤다는 뜻.
쉽게 말해 같은 필러 군 안에서도 각 제품별로 그 효용과 안전, 특장점이 차별화된다. 서로 다른 장점을 내걸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쥬비덤, 레스틸렌, 티슈필, 프린세스, 엘라비에, 클레비엘, 벨라스트, 퍼펙타 등의 품목 경쟁 상황만 봐도 그렇다.
따라서 관건은 '어떤 기준'으로 필러를 선택해야 하냐는 것. 피부미용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이 기준은 까다롭고도 예민한 문제다. 필러의 유지기간이 최소 2~3년이 된다고 볼 때 선택의 기준에 따라 수년간의 만족도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제조사별로 다른 등급의 원료와 제조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 제품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랜 필러 시술 경험을 가진 닥터로빈클리닉 나공찬 원장을 만나 필러 선택 기준에 대해 물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총무 이사이자 대한피부모발학회 강사, 개원의 협의회 강사, 비만연구의사회 강사, 엘러간 자문의, 종근당 자문의, 전 에스트라 고문, 파마리서치 프로덕트 고문 등을 맡았다. 필러 시술 경험은 17년이 넘는다. 필러의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몸으로 체득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환자의 만족도를 위해 필러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필러를 거의 20년간 시술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국내 필러시장의 개화기 때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알면 점차 어려워지는 게 필러인 것 같다. 가격에 좌우된 적도 있고, 특이한 물성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본질은 필러의 '기본', 즉 효과와 안전이어야 한다.
의사는 결과를 볼 수밖에 없다. 국가에서 허가를 받은 HA필러라고 모두 똑같은 효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재료가 안전하고 임산부가 맞아도 되는 등급이라는 설명 등이 의사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마치 모두 똑같은 효과를 낼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필러 주입시의 슈팅감, 형태를 잡아주는 몰딩, 오래가는 지속성, 이런 것들이 기본이 부족하면 무너지기 시작한다. 몰딩이 잘된다고 해도 1년 후 딱딱해 진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기본이 무너졌다고 하는 예에 속한다.
의사는 환자의 안전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모양이 얼마나 조직 친화적인지, 나중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인지가 최우선 과제다. 일부 후배들이 필러 몇번 써보고 괜찮은 것 같다고 하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겨우 20명, 두 세달 써보고 판단할 수 없는게 필러다. 따라서 필러의 기준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선택 기준은 제일 좋은 원료를 사용했냐 여부다. 싸니까 환자에게 권하거나 마진이 많이 남는다고 추천하지 않는다. 의사가 직접 퀄러티가 가져다 주는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이런 인식이 만연해져야 업체들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본인의 경우, 어떤 원료를 썼는지 확인하는 편이다.
▲좋은 원료의 기준은?
히알루론산은 원래 피부가 아니라 관절 등 몸 구조물의 쿠션 역할로 쓰였다. 신체에서 오래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던 약물이었다. 흡수되기 편한 상태였다. 만약 주사한 후에 알러지 반응이 없으면 흡수가 빨라져 잔여물을 약간 남길 뿐 거의 흡수돼 사라지게 되는 것이 히알루론산의 특징이다.
품목 허가를 내주는 것도 비슷하다. 심각한 알러지 반응, 이상반응이 없으면 허가를 내주는 게 당연했다. 다만 필러와 같이 히알루론산에 가교제를 쓸 때는 내 몸에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 그러는 사이 몸의 면역체계가 필러에 반응할 시간이 생긴다. 그럴 때 문제가 된다.
제조 공정도 중요하지만 원료 자체도 고품질 써야 한다. 각 제품마다 아주 미세한 붓기 차이 등이 생긴다. 미용은 생명에 관계되지 않아도 외형적으로 가장 티가 많이 난다. 제조사가 우린 중국산 쓴다는 그런 말은 안한다. 다들 제일 좋은 거 쓴다고 한다.
본인은 일단 가장 균질한 상태를 가졌는지, 그리고 불순물 순도가 어떻게 되는지 고운 물성을 가진 것인지 확인한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원료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수입 필러의 경우 원료부터 까다롭게 채택하는 제조사들이 많다. 때문에 제품 제조의 시작인 원료를 어떤 것으로 사용했는지가 안전한 필러를 선택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고추가루 넣으면서 단맛을 낼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음식을 잘 만들어도 고추가루를 넣으면서 달아질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쉽게 말해 아무리 시술을 잘해도 저가의 저품질 원료 필러를 넣으면 1년후 시술 부위가 어떻게 되겠나. 시술 부위가 얼마 안되 트러블을 일으킨다면 초기에는 잘된 시술일지 몰라도 결코 좋은 시술은 아니다. 왜 좋은 재료 써야 하는지는 간단하다. 당장 수치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향후에는 큰 결과로 다가온다.
초기 필러시장뿐 아니라 지금까지 싼 것만 고집하는 의료진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환자들이 필러 맞은 부위가 딱딱해 졌다는 피드백이 왔을 때 고품질 필러를 써 본 적 없는 의료진들은 "원래 필러는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수입산이 사실상 가장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나?
일반적으로 HA 원료의 경우 3가지 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등급의 기준은 원료의 불순물을 처리하는 기준으로 나뉜다. 이 기준은 원료 회사마다 다른데 비싸고 높은 등급의 원료 일수록 까다로운 기준으로 관리돼 염증 및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원료이다.
이런 원리로 말하자면 수입산이 가장 공신력 있다. 국내 업체의 수십배의 R&D투자를 하는 쥬비덤, 레스틸렌, 벨로테로 같은 수입산 필러들은 H사의 고가/고순도의 유럽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원료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국내 업체 중에서는 파마리서치 프로덕트에서 출시하는 리쥬비엘이라는 제품이 국내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다고 들었다.
▲보톡스가 가격에서 효과, 액상형, 내성 문제로 그 트렌드가 바뀌었다. HA 필러 시장은?
마찬가지다. HA 필러 시장의 트렌드 역시 변한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필러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 물과 같은 점성을 가진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필러는 크게 모노페이직과 바이페이직 필러로 나뉘는데 모노페이직 대표 품목이 쥬비덤이다. 바이페이직은 레스틸렌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무엇이 최고라고 꼽을 순 없다. 모노페이직은 입자가 고와 모양이 잘 유지되고 잘 머무는 성질이 있고 바이페이직은 볼륨감을 높이는데 좋다.
초기엔 바이페이직 필러가 선호됐다. 왜 그랬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원하는 성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몸에 들어갔을 때 모양 유지, 유지 기간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모노페이직도 바이페이직 못지 않은 특성 갖게 되면서 시술도 좋고, 시술 유지 기간의 부작용 생체 적합성 등 장점도 나타나면서 바이페이직이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금은 트렌드가 업체들마다 바이/모노로 나누질 않는다. 제품마다 질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기 때문이다. 청군 백군으로 나눌 수 있는게 아니라 회색처럼 이쪽 저쪽 장점을 섞어야 좋은 제품, 질 좋은 제품이 나오니까 하이브리드 시장이 생기고 있다.
▲여러 실험을 직접 보여주며 필러를 홍보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믿을만 한가?
학회나 제품 설명회에서 실제로 필러를 통한 실험을 많이 보여준다. 몇 그램의 필러로 압력을 견디는 실험, 물에 필러를 넣고 점성 유지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인체 내의 환경과 유사하냐는 것이다.
필러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의 온도, 습도, 근육의 움직임, 압력 등이 설명회에서 보여주는 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약 60%인데 수분을 가진 인체에 친수성의 필러가 들어간다. 필러는 근육의 위아래에 위치하는데 그 근육의 위치에 따라 한달에 수만번의 근육 움직임을 견뎌야 할 수도 있다.
공기 중에 노출된채 진행된 제품 설명회의 '쇼'가 인체와 동일한 환경이라고 믿는 건 순진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몸으로 체득한 오랜 기간의 빅데이터 결과가 신뢰로 이어지고, 이는 필러 선택의 기준이 된다.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각 제품별 특성이 보인다.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특성을 체득하게 된다. 기준이 잡히면 신제품이 나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다시 그런 테스팅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쇼'로 섣불리 판단하기 보다는 좀 더 본질에 집중했으면 한다. 의사라면 그래야 한다. 본인이 원료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원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눈속임도 없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했을까. 하나의 필러를 두고 정반대의 의견이 나올 수 있을까.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필러란 '하나의 카테고리'로 묶기 어려운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일면적인 답변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논쟁에 앞서 보다 본질적인 논의를 놓쳤다는 뜻.
쉽게 말해 같은 필러 군 안에서도 각 제품별로 그 효용과 안전, 특장점이 차별화된다. 서로 다른 장점을 내걸고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쥬비덤, 레스틸렌, 티슈필, 프린세스, 엘라비에, 클레비엘, 벨라스트, 퍼펙타 등의 품목 경쟁 상황만 봐도 그렇다.
따라서 관건은 '어떤 기준'으로 필러를 선택해야 하냐는 것. 피부미용에 관심을 가진 소비자들뿐 아니라 의사들에게도 이 기준은 까다롭고도 예민한 문제다. 필러의 유지기간이 최소 2~3년이 된다고 볼 때 선택의 기준에 따라 수년간의 만족도가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각 제조사별로 다른 등급의 원료와 제조방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각 제품별 동일한 효과를 기대하는 건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오랜 필러 시술 경험을 가진 닥터로빈클리닉 나공찬 원장을 만나 필러 선택 기준에 대해 물었다.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대한미용성형레이저의학회 총무 이사이자 대한피부모발학회 강사, 개원의 협의회 강사, 비만연구의사회 강사, 엘러간 자문의, 종근당 자문의, 전 에스트라 고문, 파마리서치 프로덕트 고문 등을 맡았다. 필러 시술 경험은 17년이 넘는다. 필러의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몸으로 체득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가 됐다.
▲환자의 만족도를 위해 필러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조건은?
필러를 거의 20년간 시술하면서 많은 걸 배웠다. 국내 필러시장의 개화기 때는 정보가 많지 않았다.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이 있듯이 알면 점차 어려워지는 게 필러인 것 같다. 가격에 좌우된 적도 있고, 특이한 물성에 매력을 느끼기도 했지만 본질은 필러의 '기본', 즉 효과와 안전이어야 한다.
의사는 결과를 볼 수밖에 없다. 국가에서 허가를 받은 HA필러라고 모두 똑같은 효과를 담보하지 않는다. 재료가 안전하고 임산부가 맞아도 되는 등급이라는 설명 등이 의사의 판단을 흐리게 한다. 마치 모두 똑같은 효과를 낼 것 같은 착각을 들게 하기 때문이다.
필러 주입시의 슈팅감, 형태를 잡아주는 몰딩, 오래가는 지속성, 이런 것들이 기본이 부족하면 무너지기 시작한다. 몰딩이 잘된다고 해도 1년 후 딱딱해 진다든지 하는 것이 바로 기본이 무너졌다고 하는 예에 속한다.
의사는 환자의 안전에 가장 집중해야 한다. 모양이 얼마나 조직 친화적인지, 나중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을 것인지가 최우선 과제다. 일부 후배들이 필러 몇번 써보고 괜찮은 것 같다고 하면 불안하기까지 하다. 겨우 20명, 두 세달 써보고 판단할 수 없는게 필러다. 따라서 필러의 기준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
본인의 선택 기준은 제일 좋은 원료를 사용했냐 여부다. 싸니까 환자에게 권하거나 마진이 많이 남는다고 추천하지 않는다. 의사가 직접 퀄러티가 가져다 주는 무게감을 느껴야 한다. 이런 인식이 만연해져야 업체들도 좋은 제품을 만들어낸다. 본인의 경우, 어떤 원료를 썼는지 확인하는 편이다.
▲좋은 원료의 기준은?
히알루론산은 원래 피부가 아니라 관절 등 몸 구조물의 쿠션 역할로 쓰였다. 신체에서 오래 남아있을 필요가 없었던 약물이었다. 흡수되기 편한 상태였다. 만약 주사한 후에 알러지 반응이 없으면 흡수가 빨라져 잔여물을 약간 남길 뿐 거의 흡수돼 사라지게 되는 것이 히알루론산의 특징이다.
품목 허가를 내주는 것도 비슷하다. 심각한 알러지 반응, 이상반응이 없으면 허가를 내주는 게 당연했다. 다만 필러와 같이 히알루론산에 가교제를 쓸 때는 내 몸에 지속적으로 남게 된다. 그러는 사이 몸의 면역체계가 필러에 반응할 시간이 생긴다. 그럴 때 문제가 된다.
제조 공정도 중요하지만 원료 자체도 고품질 써야 한다. 각 제품마다 아주 미세한 붓기 차이 등이 생긴다. 미용은 생명에 관계되지 않아도 외형적으로 가장 티가 많이 난다. 제조사가 우린 중국산 쓴다는 그런 말은 안한다. 다들 제일 좋은 거 쓴다고 한다.
본인은 일단 가장 균질한 상태를 가졌는지, 그리고 불순물 순도가 어떻게 되는지 고운 물성을 가진 것인지 확인한다. 아직도 많은 의사들이 원료 부분을 크게 고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제품의 품질을 결정하는 데에 있어 무엇으로 만들었는지가 중요한 요소다.
수입 필러의 경우 원료부터 까다롭게 채택하는 제조사들이 많다. 때문에 제품 제조의 시작인 원료를 어떤 것으로 사용했는지가 안전한 필러를 선택하는 데에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고추가루 넣으면서 단맛을 낼 수 없다. 내가 아무리 음식을 잘 만들어도 고추가루를 넣으면서 달아질 것을 기대하면 안된다.
쉽게 말해 아무리 시술을 잘해도 저가의 저품질 원료 필러를 넣으면 1년후 시술 부위가 어떻게 되겠나. 시술 부위가 얼마 안되 트러블을 일으킨다면 초기에는 잘된 시술일지 몰라도 결코 좋은 시술은 아니다. 왜 좋은 재료 써야 하는지는 간단하다. 당장 수치상으로는 차이가 없지만 향후에는 큰 결과로 다가온다.
초기 필러시장뿐 아니라 지금까지 싼 것만 고집하는 의료진들도 있다. 문제는 이들에게 환자들이 필러 맞은 부위가 딱딱해 졌다는 피드백이 왔을 때 고품질 필러를 써 본 적 없는 의료진들은 "원래 필러는 그렇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한다.
▲수입산이 사실상 가장 메리트가 있다고 볼 수 있나?
일반적으로 HA 원료의 경우 3가지 등급으로 나눠져 있다. 등급의 기준은 원료의 불순물을 처리하는 기준으로 나뉜다. 이 기준은 원료 회사마다 다른데 비싸고 높은 등급의 원료 일수록 까다로운 기준으로 관리돼 염증 및 과민반응을 일으키는 불순물이 거의 없는 고순도 원료이다.
이런 원리로 말하자면 수입산이 가장 공신력 있다. 국내 업체의 수십배의 R&D투자를 하는 쥬비덤, 레스틸렌, 벨로테로 같은 수입산 필러들은 H사의 고가/고순도의 유럽산 원료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원료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국내 업체 중에서는 파마리서치 프로덕트에서 출시하는 리쥬비엘이라는 제품이 국내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동일한 원료를 사용한다고 들었다.
▲보톡스가 가격에서 효과, 액상형, 내성 문제로 그 트렌드가 바뀌었다. HA 필러 시장은?
마찬가지다. HA 필러 시장의 트렌드 역시 변한다. 유럽에서 만들어진 필러가 처음 한국에 상륙했을 때 물과 같은 점성을 가진 품목이 대부분이었다. 필러는 크게 모노페이직과 바이페이직 필러로 나뉘는데 모노페이직 대표 품목이 쥬비덤이다. 바이페이직은 레스틸렌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어서 무엇이 최고라고 꼽을 순 없다. 모노페이직은 입자가 고와 모양이 잘 유지되고 잘 머무는 성질이 있고 바이페이직은 볼륨감을 높이는데 좋다.
초기엔 바이페이직 필러가 선호됐다. 왜 그랬을까 지금 돌이켜 보면, 원하는 성상에 대한 욕심보다는 몸에 들어갔을 때 모양 유지, 유지 기간이 훨씬 더 좋았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반면 모노페이직도 바이페이직 못지 않은 특성 갖게 되면서 시술도 좋고, 시술 유지 기간의 부작용 생체 적합성 등 장점도 나타나면서 바이페이직이 가라앉는 분위기다.
지금은 트렌드가 업체들마다 바이/모노로 나누질 않는다. 제품마다 질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기 때문이다. 청군 백군으로 나눌 수 있는게 아니라 회색처럼 이쪽 저쪽 장점을 섞어야 좋은 제품, 질 좋은 제품이 나오니까 하이브리드 시장이 생기고 있다.
▲여러 실험을 직접 보여주며 필러를 홍보하는 업체들이 늘고 있다. 믿을만 한가?
학회나 제품 설명회에서 실제로 필러를 통한 실험을 많이 보여준다. 몇 그램의 필러로 압력을 견디는 실험, 물에 필러를 넣고 점성 유지가 어떻게 되는지 등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것이 과연 인체 내의 환경과 유사하냐는 것이다.
필러가 인체에 들어왔을 때의 온도, 습도, 근육의 움직임, 압력 등이 설명회에서 보여주는 환경과는 많이 다르다. 약 60%인데 수분을 가진 인체에 친수성의 필러가 들어간다. 필러는 근육의 위아래에 위치하는데 그 근육의 위치에 따라 한달에 수만번의 근육 움직임을 견뎌야 할 수도 있다.
공기 중에 노출된채 진행된 제품 설명회의 '쇼'가 인체와 동일한 환경이라고 믿는 건 순진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몸으로 체득한 오랜 기간의 빅데이터 결과가 신뢰로 이어지고, 이는 필러 선택의 기준이 된다. 시간이 지나야만 보이는 각 제품별 특성이 보인다. 시행착오를 거쳐 이런 특성을 체득하게 된다. 기준이 잡히면 신제품이 나와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다시 그런 테스팅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눈앞에 보이는 '쇼'로 섣불리 판단하기 보다는 좀 더 본질에 집중했으면 한다. 의사라면 그래야 한다. 본인이 원료를 유심히 관찰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원료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눈속임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