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 전 식약처 임상심사위원
필자는 수년 전 메디톡스라는 회사를 우연히 알게 됐는데, 메디톡신이라는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만드는 회사였다. 비록 블록버스터급의 약물은 아니지만, 이제 우리나라에도 전세계에 수출하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회사가 생긴 것 같아서 무척 반가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가 메디톡신의 시험성적서와 원액 정보를 조작했다는 것이 내부고발자에 의해 드러나, 품목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식약처는 해당 제품이 유통되는 시기에는 전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왜 식약처는 해외규제기관이나 내부고발자의 제보가 아니면 품질의 문제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것은 다름 아닌 식약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전문성이 미약한 식약처가 허가와 취소에 관한 무소불위의 검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품목 허가가 취소된 코오롱 인보사의 경우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세포가 뒤바껴서일까? 물론 이 점도 매우 심각한 문제였지만 의외로 관절염에 관한 전문가 집단인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제기한 문제는 애초에 허가할 만큼의 유효성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인보사 허가를 심의하기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 7명 중 6명의 위원이 반대 의견을 피력한 점, 대한슬관절학회에서 인보사의 급여에 반대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즉, 애초에 허가해서는 안되는 약물을 허가한 것이다.
그럼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무리한 허가를 한 식약처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코오롱 뒤에 숨어 모든 책임을 코오롱에 던지고 품목허가 취소라는 검을 휘둘렀다. 심지어 식약처장이 세포가 뒤바뀌었지만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후에 말이다.
반면, 세포 뒤바뀜의 문제를 처음 발견한 미국의 FDA는 철저히 환자에 미치는 안전 중심이었다(물론 여러 차례 말하지만 미국 FDA가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세포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이 우려돼 임상시험을 보류시켰지만 추가자료로 어느 정도 우려가 해소되자 임상시험 재개를 허락한 것이다.
FDA의 환자 중심, 안정 중심 마인드는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데이터 조작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노바티스의 자회사 아벡시스는 졸겐스마의 허가시 신청한 자료 중 일부가 조작됐음을 고백했다. 문제는 자료 조작을 알았음에도 허가시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이었고, FDA는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다가 올해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없다고 발표했다.
FDA는 문제가 발견된 그 당시에도 졸겐스마의 허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왜냐하면 해당 데이터 조작이 동물시험 자료로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데이터 조작은 심각한 문제지만, 품목허가의 취소는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과 유효성에만 기초해서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작년에 발생한 에스앤지바이오텍의 혈관용 스텐트의 예를 통해 식약처 규제가 얼마나 환자와는 무관한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급여 문제로 혈관용 스텐트 보급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이 회사가 제조하는 대동맥 텐트가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환자마다 대동맥의 크기나 모양이 다르므로, 회사는 환자맞춤형 스텐트를 제조해서 의료기관에 보급했고, 의료진과 환자는 이로 인해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 환자맞춤형 스텐트가 불법이었던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규격이 다르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이를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환자 맞춤형 스텐트를 일일이 허가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즉각 해당 스텐트의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를 명했고, 언론과 방송은 무허가 의료기기로 시술했다고 떠들어댔다. 식약처는 자신들의 경직된 규제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회사에 돌린 것이다. 결국 환자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맞춤형 스텐트는 물 건너갔다.
각 나라마다 자국의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조금씩 있다. 제 아무리 환자 중심의 FDA일지라도 이런 모습은 있다. 예를 들어 FDA는 유럽이 앨러간의 인공유방에 대해 허가를 취소할 때 비교적 충분한 안전성 위해의 증거가 있었음에도 즉각 취소하지 않았다.
선형가돌리늄 제제를 유럽은 취소했지만 FDA는 취소하지 않았는데 해당 제제는 대부분 미국 회사의 제품이다. 물론 이런 모습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품목 허가 취소가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해외규제기관은 허가도 매우 어렵고, 허가취소도 매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허가도, 허가취소도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데이터 조작은 매우 심각한 것이며, 이에 대한 응당의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허가취소를 하려면 환자의 안전 및 치료효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 '호빗'에서 간달프는 빌보에게 스팅이라는 검을 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검을 사용해야 할 때 다음을 기억해라. 진정한 용기란 생명을 빼앗을 때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살릴 때를 아는 것이라는 걸'. 식약처는 허가와 허가 취소에 대해 모두 무소불위의 검을 쥐고 있다. 부디 그 검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기를 바란다.
그런데 최근 이 회사가 메디톡신의 시험성적서와 원액 정보를 조작했다는 것이 내부고발자에 의해 드러나, 품목허가가 취소될 위기에 처해 있다. 이번에도 역시 식약처는 해당 제품이 유통되는 시기에는 전혀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왜 식약처는 해외규제기관이나 내부고발자의 제보가 아니면 품질의 문제를 전혀 발견하지 못하는 걸까? 어떻게 보면 국민의 안전을 해치는 것은 다름 아닌 식약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참으로 아이러니하게도 이렇게 전문성이 미약한 식약처가 허가와 취소에 관한 무소불위의 검을 가지고 있다.
최근에 품목 허가가 취소된 코오롱 인보사의 경우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세포가 뒤바껴서일까? 물론 이 점도 매우 심각한 문제였지만 의외로 관절염에 관한 전문가 집단인 대한류마티스학회에서 제기한 문제는 애초에 허가할 만큼의 유효성이 아니었다는 점이었다.
이는 인보사 허가를 심의하기 위한 중앙약사심의위원회 1차 회의에서 7명 중 6명의 위원이 반대 의견을 피력한 점, 대한슬관절학회에서 인보사의 급여에 반대의견을 표명했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즉, 애초에 허가해서는 안되는 약물을 허가한 것이다.
그럼 누구의 책임이 더 클까? 무리한 허가를 한 식약처의 책임이 훨씬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는 코오롱 뒤에 숨어 모든 책임을 코오롱에 던지고 품목허가 취소라는 검을 휘둘렀다. 심지어 식약처장이 세포가 뒤바뀌었지만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고 발표한 후에 말이다.
반면, 세포 뒤바뀜의 문제를 처음 발견한 미국의 FDA는 철저히 환자에 미치는 안전 중심이었다(물론 여러 차례 말하지만 미국 FDA가 항상 정답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세포가 뒤바뀌었기 때문에 환자에 미치는 안전성이 우려돼 임상시험을 보류시켰지만 추가자료로 어느 정도 우려가 해소되자 임상시험 재개를 허락한 것이다.
FDA의 환자 중심, 안정 중심 마인드는 세계적인 다국적 제약회사인 노바티스의 데이터 조작 사건에서도 드러난다. 작년 노바티스의 자회사 아벡시스는 졸겐스마의 허가시 신청한 자료 중 일부가 조작됐음을 고백했다. 문제는 자료 조작을 알았음에도 허가시 해당 자료를 제출했다는 점이었고, FDA는 강력한 민,형사상 조치를 예고했다가 올해 추가적인 조치는 필요없다고 발표했다.
FDA는 문제가 발견된 그 당시에도 졸겐스마의 허가에는 영향을 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왜냐하면 해당 데이터 조작이 동물시험 자료로서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즉, 데이터 조작은 심각한 문제지만, 품목허가의 취소는 환자에게 미치는 안전성과 유효성에만 기초해서 판단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면 작년에 발생한 에스앤지바이오텍의 혈관용 스텐트의 예를 통해 식약처 규제가 얼마나 환자와는 무관한지를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급여 문제로 혈관용 스텐트 보급이 매우 어려운 상황이고, 이 회사가 제조하는 대동맥 텐트가 시장 점유율 43%를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환자마다 대동맥의 크기나 모양이 다르므로, 회사는 환자맞춤형 스텐트를 제조해서 의료기관에 보급했고, 의료진과 환자는 이로 인해 도움을 받고 있었다. 그런데, 이 환자맞춤형 스텐트가 불법이었던 것이다.
즉, 우리나라는 규격이 다르면 일일이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가 이를 간과한 것이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환자 맞춤형 스텐트를 일일이 허가받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식약처는 즉각 해당 스텐트의 판매중지와 회수 조치를 명했고, 언론과 방송은 무허가 의료기기로 시술했다고 떠들어댔다. 식약처는 자신들의 경직된 규제를 고칠 생각은 하지 않고, 모든 책임을 회사에 돌린 것이다. 결국 환자에게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환자맞춤형 스텐트는 물 건너갔다.
각 나라마다 자국의 제약회사, 의료기기회사를 보호하려는 경향이 조금씩 있다. 제 아무리 환자 중심의 FDA일지라도 이런 모습은 있다. 예를 들어 FDA는 유럽이 앨러간의 인공유방에 대해 허가를 취소할 때 비교적 충분한 안전성 위해의 증거가 있었음에도 즉각 취소하지 않았다.
선형가돌리늄 제제를 유럽은 취소했지만 FDA는 취소하지 않았는데 해당 제제는 대부분 미국 회사의 제품이다. 물론 이런 모습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그만큼 품목 허가 취소가 미치는 파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좀 더 신중에 신중을 기한다는 것이다.
해외규제기관은 허가도 매우 어렵고, 허가취소도 매우 어렵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허가도, 허가취소도 너무 쉽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데이터 조작은 매우 심각한 것이며, 이에 대한 응당의 행정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러나 허가취소를 하려면 환자의 안전 및 치료효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 '호빗'에서 간달프는 빌보에게 스팅이라는 검을 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검을 사용해야 할 때 다음을 기억해라. 진정한 용기란 생명을 빼앗을 때를 아는 것이 아니라, 살릴 때를 아는 것이라는 걸'. 식약처는 허가와 허가 취소에 대해 모두 무소불위의 검을 쥐고 있다. 부디 그 검을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를 알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