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17주년 기획 설문]현장에서 바라본 의사인력과 공공의대
"공공의대 나온 의사는 무기한 공공의료 종사해야" 극단적 주장도
의사들은 정부‧여당의 생각과는 180도 달랐다. 오히려 우리나라는 의사수가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은 나라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또한 의사 정원 확대를 위한 방안으로 제시된 공공의대 신설도 설문에 참여한 의사 10명 중 9명은 반대표를 던졌다.
특히 설문 참여자 상당수는 정부‧여당이 의도대로 공공의대를 신설한다면 졸업 후 면허를 취득한 의사는 무기한 공공의료 분야에만 근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답변도 주저하지 않았다.
메디칼타임즈는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코로나19로 대두된 의사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의사들이 어떤 생각과 인식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온라인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인증된 의사 208명이 응답했으며, 병원장과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등 다양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로 31.3%(65명)였고, 그다음으로 50대와 40대가 30.8%(64명), 60대 이상 5.8%(12명), 20대 1.4%(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의사 인력 과잉, 정원 감축 의견도 상당수
먼저 의료현장에서는 현재 국내 의사 인력 수준이 부족하다기보다 과잉된 측면이 크다고 보는 한편, 그 이유로 개원가 경쟁 과열을 꼽았다.
설문 중 '국내 의사 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과잉'이 47.6%, '매우 과잉'이 16.3%로 응답자 중 60% 이상이 국내 의사 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사 인력이 부족 혹은 매우 부족하다고 본 응답자는 총 10.1%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여당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의사들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고 평가한 응답자마저 전체의 26%에 그치면서 의사들은 인력이 부족하기는커녕 과잉됐다고 봤다.
과잉됐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잉' 혹은 '매우 과잉됐다'고 답한 응답자 중 105명은 '개원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돼 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았다. 'OECD 국가 중 의사 수 증가율이 제일 높다'는 점(61명)과 '객관적인 수치상 충분'하다(27명)는 점도 의사정원 확대의 우려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의사 인력 '과잉' 의식은 정원 축소 주장으로 이어졌다. 응답자 중 36.1%가 500명 이상 1000명 이하로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00명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27.8%에 달했다. 즉 1000명 이하로 의사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가 60% 이상이었다.
'의사 수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묻는 말에는 '의과대학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으며, 기초의학과 연구 인력의 인건비 획기적으로 지원해 인기 임상과 편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응답도 존재했다.
이 밖에 의사와 한의사 통합으로 일원화된 의료체계 구축한다면 추가적인 의대 신설이나 정원 없이도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존재했다.
10% 불과했던 부족론자도 "개원가는 많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등장한 의사 수 부족론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208명의 응답자 중 21명만이 '부족' 혹은 '매우 부족'하다고 답한 것.
'어디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복수응답으로 물었더니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 부족한 것 같다고 답했다. 공공 혹은 지방의료원 등에도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봤지만 개원가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즉 의사 인력 과잉이나 부족했다고 본 응답자 모두 '개원가'는 인력이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의사가 부족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기피' 현상이 문제라고 봤다. '격오지를 포함한 지방 근무'나 '흉부나 소아외과 등 기피 전문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의사 부족현상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여기에 환자 의료이용이 이전보다 증가하면서 업무량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의사 수 부족론을 펼친 응답자들은 문제 해결 대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언급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은 기피 현상을 우선 해결하기 보다는 눈앞에 닥친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다.
일각에서 제기된 '해외 의사 수입론'의 경우 극소수의 불과했으며,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대안으로 꼽은 의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공의대 현실적 대안일까
정부‧여당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 정원 확대론을 펼치면서 그 해법으로 제시한 공공의대 신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의 이름으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민초 의사들은 '공공의대 신설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전체 응답자 208명 중 193명에 해당하는 92.8%가 반대표를 던졌다. 응답자 중 15명에 해당하는 7.2%만이 공공의대 신설에 동의했다.
주목할 점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21명의 응답자 중 일부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신설은 반대했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는 부족하지만 공공의대 신설은 대안이 아니라는 평가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공공의료 의사 양성에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불필요한 세금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단일 보험체계인 우리나라 의료제도 상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혔다.
그렇다면 민초 의사들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공의대를 신설한다면 향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2.3%(88명)가 '의사 면허 취득 후 무기한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공공의대를 진학한 만큼 민간 의료기관이 아닌 공공병원이나 의료원 등에서만 근무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나머지 답변들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공공의대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할 경우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28.8%)나 공공병원(15.4%), 내‧외‧산‧소 등 필수과목(7.7%) 진료를 의무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고 응답자들은 주장했다.
만약 '공공의대 신설 시 지역은 어디가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순천과 목포 등 전라남도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40.4%(84명)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서울이 17.8%(37명), 창원 10.6%(22명), 포항 8.2%(17명)였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신설 국립의대를 위해선 최소 3000~4000억원이 소요되고 이후 국립의료원이 실습병원이 되었을 때 병원자립도도 문제"라며 "중견 의과대학의료원의 수입이 5000억대에서 2조를 돌파했다. 현재의 국립의료원 규모를 보면 자생불능"이라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한 의과대학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는 데는 약 20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그럴 예산이 있다면 의료인 전체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의료인 교육에 투자되는 것이 훨씬 합당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설문 참여자 상당수는 정부‧여당이 의도대로 공공의대를 신설한다면 졸업 후 면허를 취득한 의사는 무기한 공공의료 분야에만 근무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답변도 주저하지 않았다.
메디칼타임즈는 6월 17일부터 22일까지 코로나19로 대두된 의사 정원 확대 문제에 대해 의사들이 어떤 생각과 인식을 하고 있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온라인 모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에는 인증된 의사 208명이 응답했으며, 병원장과 개원의, 봉직의, 교수, 전공의 등 다양했다. 설문에 참여한 이들 중 가장 많은 연령대는 30대로 31.3%(65명)였고, 그다음으로 50대와 40대가 30.8%(64명), 60대 이상 5.8%(12명), 20대 1.4%(3명) 순으로 나타났다.
의사 인력 과잉, 정원 감축 의견도 상당수
먼저 의료현장에서는 현재 국내 의사 인력 수준이 부족하다기보다 과잉된 측면이 크다고 보는 한편, 그 이유로 개원가 경쟁 과열을 꼽았다.
설문 중 '국내 의사 수를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과잉'이 47.6%, '매우 과잉'이 16.3%로 응답자 중 60% 이상이 국내 의사 인력이 필요 이상으로 많다고 지적했다. 반면, 의사 인력이 부족 혹은 매우 부족하다고 본 응답자는 총 10.1%에 불과했다. 이는 정부‧여당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는 의사들이 그만큼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수준이 '적당하다'고 평가한 응답자마저 전체의 26%에 그치면서 의사들은 인력이 부족하기는커녕 과잉됐다고 봤다.
과잉됐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잉' 혹은 '매우 과잉됐다'고 답한 응답자 중 105명은 '개원 시장에서 경쟁이 과열'돼 있다는 데에서 이유를 찾았다. 'OECD 국가 중 의사 수 증가율이 제일 높다'는 점(61명)과 '객관적인 수치상 충분'하다(27명)는 점도 의사정원 확대의 우려감으로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러한 의사 인력 '과잉' 의식은 정원 축소 주장으로 이어졌다. 응답자 중 36.1%가 500명 이상 1000명 이하로 정원을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500명 이하로 축소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전체의 27.8%에 달했다. 즉 1000명 이하로 의사 정원을 줄여야 한다는 응답자가 60% 이상이었다.
'의사 수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을 묻는 말에는 '의과대학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주장이 주를 이뤘으며, 기초의학과 연구 인력의 인건비 획기적으로 지원해 인기 임상과 편중을 해소해야 한다는 응답도 존재했다.
이 밖에 의사와 한의사 통합으로 일원화된 의료체계 구축한다면 추가적인 의대 신설이나 정원 없이도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존재했다.
10% 불과했던 부족론자도 "개원가는 많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등장한 의사 수 부족론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전체의 10%에 불과했다. 208명의 응답자 중 21명만이 '부족' 혹은 '매우 부족'하다고 답한 것.
'어디에 부족하다고 생각하는지'를 복수응답으로 물었더니 종합병원과 병원급 의료기관에 부족한 것 같다고 답했다. 공공 혹은 지방의료원 등에도 의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봤지만 개원가에 의사가 부족하다고 답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즉 의사 인력 과잉이나 부족했다고 본 응답자 모두 '개원가'는 인력이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다고 본 것이다.
이들은 의사가 부족한 근본적인 원인으로는 '기피' 현상이 문제라고 봤다. '격오지를 포함한 지방 근무'나 '흉부나 소아외과 등 기피 전문과목'을 기피하는 현상이 의사 부족현상을 불러왔다는 평가다. 여기에 환자 의료이용이 이전보다 증가하면서 업무량 대비 의사 수가 부족하다는 의견도 존재했다.
의사 수 부족론을 펼친 응답자들은 문제 해결 대안으로 '의대 정원 확대'를 언급했다.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은 기피 현상을 우선 해결하기 보다는 눈앞에 닥친 의사 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의대 정원을 확대하는 편이 더 낫다고 봤다.
일각에서 제기된 '해외 의사 수입론'의 경우 극소수의 불과했으며,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비대면 진료 활성화'를 대안으로 꼽은 의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공공의대 현실적 대안일까
정부‧여당이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사 정원 확대론을 펼치면서 그 해법으로 제시한 공공의대 신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1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보건복지위원회 여당 간사의 이름으로 공공의대 설립 법안을 발의하는 등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하지만 민초 의사들은 '공공의대 신설 필요성'을 묻는 질문에 반대가 압도적이었다.
전체 응답자 208명 중 193명에 해당하는 92.8%가 반대표를 던졌다. 응답자 중 15명에 해당하는 7.2%만이 공공의대 신설에 동의했다.
주목할 점은 의사가 부족하다고 응답한 21명의 응답자 중 일부는 정부가 추진 중인 공공의대 신설은 반대했다는 것이다. 결국 의사는 부족하지만 공공의대 신설은 대안이 아니라는 평가를 한 것으로 풀이된다.
공공의대 신설을 반대하는 이유로는 '공공의료 의사 양성에 효과가 없을 것 같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불필요한 세금 낭비'라는 지적과 함께 '단일 보험체계인 우리나라 의료제도 상 민간병원과 공공병원의 역할이 크게 다르지 않다'라는 점도 반대 이유로 꼽혔다.
그렇다면 민초 의사들은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공공의대를 신설한다면 향후 어떻게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전체 응답자 중 절반에 가까운 42.3%(88명)가 '의사 면허 취득 후 무기한 공공의료 분야'에서 일해야 한다고 답했다. 극단적일 수도 있지만 공공의대를 진학한 만큼 민간 의료기관이 아닌 공공병원이나 의료원 등에서만 근무해야 한다는 논리다.
또한 나머지 답변들도 비슷한 양상이었다. 공공의대에서 의사 면허를 취득할 경우 일정 기간 의료 취약지(28.8%)나 공공병원(15.4%), 내‧외‧산‧소 등 필수과목(7.7%) 진료를 의무적으로 하게 해야 한다고 응답자들은 주장했다.
만약 '공공의대 신설 시 지역은 어디가 적절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순천과 목포 등 전라남도가 적절하다는 응답이 40.4%(84명)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서울이 17.8%(37명), 창원 10.6%(22명), 포항 8.2%(17명)였다.
대한의사협회 안덕선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신설 국립의대를 위해선 최소 3000~4000억원이 소요되고 이후 국립의료원이 실습병원이 되었을 때 병원자립도도 문제"라며 "중견 의과대학의료원의 수입이 5000억대에서 2조를 돌파했다. 현재의 국립의료원 규모를 보면 자생불능"이라고 평가했다.
안 소장은 "한 의과대학이 정상적인 궤도에 오르는 데는 약 20년 정도가 소요된다"며 "그럴 예산이 있다면 의료인 전체의 질적 향상을 위한 의료인 교육에 투자되는 것이 훨씬 합당한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