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앞두고 있는 의협 최대집 리더십 결론은?

박양명
발행날짜: 2020-07-23 05:45:59
  • [메타포커스]최대집 집행부, 설문조사 공개하며 투쟁 분위기 조성
    의료계 리더들 "투쟁 외치기 전 대국회, 대정부 활동 얼마나 했나" 반문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집행부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단어 중 하나가 '투쟁'이다.

최대집 회장은 40대 의협 회장 당선 때부터 "의료를 멈춰 의료를 살리겠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줄곧 투쟁을 외쳐왔다. 투쟁의 최후 카드인 '총파업'도 늘 따라 나왔다.

최대집 집행부는 22일 대회원 설문조사 결과 발표 기자회견을 갖고 투쟁의 시작을 알렸다.
최대집 회장이 임기를 약 10개월 남겨놓고 다시 한번 투쟁을 진행한다. 이번에는 총파업 대신 '집단행동'이라는 단어가 등장했다. 회원 입장을 들어보기 위해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최 회장은 설문조사 결과에 대한 정치적 해석을 차단하기 위해 차기 의협 회장 선거 불출마라는 배수의 진까지 쳤다. 재선 도전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

투쟁의 목적은 4대악 저지. 의협은 정부가 현재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첩약 급여화, 공공의대 신설, 의사 수 증원, 원격의료 등을 4대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의협은 22일 열린 상임이사회에서 전회원 총파업을 포함한 집단행동 추진에 대한 대의원 동의를 얻기 위해 서면결의를 요청하기로 했다.

대의원 동의만 떨어지면 시한을 정해놓고 대정부 요구안을 낸 후 정부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집단행동에 돌입하겠다는 계획이다. 그 사이 민초 회원으로 구성된 반모임 활성화 차원에서 반모임 당 10만원을 지원해 투쟁 동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집단행동 방법에는 총파업 이외에도 의사면허 반납 투쟁, 개원가 중심 청구대행 거부 투쟁 등이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은 "투쟁은 지금도 하고 있다. 총파업을 언제 시작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코로나19 상황에서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다. 집회를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가지 투쟁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7월, 의료개혁 6대 과제 제시하며 총파업 내건 의협

최대집 집행부의 투쟁, 총파업 목소리는 낯설지 않다. 투쟁을 외치며 총파업하겠다는 엄포는 불과 1년 전에도 있었다.

최대집 집행부는 지난해 7월 의료개혁을 주장하며 총파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7월 의협 의료개혁쟁취투쟁위원회(이하 의쟁투)는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부에 의료개혁을 위한 6가지 과제를 제시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파업을 예고했다.

6대 과제는 ▲문재인 케어의 전면적 정책 변경 ▲수가 정상화, 진입 단계로 진찰료 30% 인상 및 외과계 수술 수가 정상화 ▲한의사 의과 영역 침탈 행위 근절 ▲의료전달체계 확립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의료에 대한 국가재정 투입 정상화 등이다.

최대집 회장은 투쟁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 일환으로 무기한 단식투쟁을 하기도 했다. 투쟁 동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련의 활동을 거친 뒤 9~10월 중 전국의사 총파업을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최 회장은 "물러설 생각, 타협할 생각이 전혀 없다. 회장직을 걸고 옥중 투쟁 각오로 총파업 나서겠다"라며 강하게 의지를 표명했다. 최대집 집행부의 투쟁은 단식에 이어 8월 전국대표자대회를 끝으로 사그라 들었다.

이후 9월부터 돌연 의정협상을 재개했다. 의협이 제안한 과제를 정부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총파업하겠다고 예고한 시기에 대화를 시작한 것이다. 집행부는 투쟁을 외쳤지만 시도의사회장단을 비롯해 의료계 중진은 잇따라 투쟁 신중론을 제기하던 게 한몫한 결정이기도 했다.

1년 만에 벌어진 같은 상황…얼마나 소통했나

1년 만에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아직 설문조사 결과만 발표했을 뿐 구체적인 투쟁 로드맵도 공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 리더들은 의협 집행부가 투쟁을 외치기 전에 4대악 저지를 위해 정부와 어떤 소통을 했냐고 묻고 있다.

광주시의사회 양동호 회장은 "똑같은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어 지친다"라며 작심 비판했다.

양 회장은 "설문조사를 하면 당연히 투쟁하자는 답변이 많이 나올 것"이라며 "이달 말이면 4대악 중 3개는 결정이 되거나 방향이 나오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무조건 안된다가 아니라 대안을 이야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첩약 급여화도 이미 지난해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서 결정된 사안이다. 의협은 건정심에 참석 자체를 안했다"라며 "공식적으로 이거 하면 안 된다, 안되니까 투쟁하자는 방식보다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동안 의협 집행부는 물밑으로 얼마나 대국회, 대정부 활동을 했나"라고 반문했다.

실제 대의원회 운영위원회도 투쟁을 수단일 뿐 목표를 명확해야 하고 전략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며 집행부에 자문을 할 수 있는 협의체를 별도로 꾸려야 한다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철호 의장은 "투쟁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정부와 물밑에서라도 얻어올 수 있는 것은 얻어와야 한다"라며 "투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밑에서부터 모여야 한다. 최대집 회장이 혼자서 결정하기 힘들면 직역, 시도회장단 등 리더 등의 이야기를 모을 수 있는 조직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대의원회 최상림 운영위원(경상남도의사회 의장)도 "일이라는 게 단계가 필요한 데 제대로 된 대응이 없다"라며 "투쟁을 통해서 얻어낼 게 있어야 한다. 현재 최대집 집행부는 회원을 보호하고 권익을 지킬 수 있는 실질적 대책은 없이 반복적인 전회원 설문조사를 통해 시간만 보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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