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의료공백 현실화 "전공의 없는 병원 가세요"

발행날짜: 2020-08-25 05:45:55
  • 전공의 업무중단 2일차…응급‧외상‧중환자실까지 업무공백 커져
    병원 내 응급환자 대응하는 '코드블루팀'과 'CPR팀' 부담

전체 전공의가 무기한 파업에 돌입한 지 이튿날인 24일.

수련병원을 중심으로 한 의료현장에서는 그야말로 '비상체계'로 전환, 긴박하게 돌아갔다. 의료공백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주말 동안 병원을 찾지 못한 환자들이 대거 몰리는 월요일이었기 때문이다.

자료사진. 권역응급센터를 운영 중인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응급실의 모습이다. 해당 병원의 경우도 전공의 모두가 업무중단에 돌입하면서 교수와 나머지 보조인력으로 환자를 돌봤다.
24일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을 취재한 결과,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로 분류되는 곳들도 전공의가 빠진 채 전문의인 교수 중심으로 비상진료체계로 운영했다.

앞서 대한전공의협의회를 중심으로 한 젊은 의사들은 21일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업무중단을 시작으로 23일까지 레지던트 전 연차가 업무중단에 들어갔다. 이 와중에 정세균 국무총리와 대전협이 간담회를 갖고 대화를 나눴지만 업무중단은 집단파업 이튿날에도 이어졌다.

선별진료소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19 진료는 참여하기로 했지만, 나머지 진료는 업무중단 상태다.

이로 인해 전체 전공의 업무중단 이튿날인 24일까지도 응급실과 중환자실 등 필수진료의 업무공백은 계속됐다.

실제로 이날 서울과 수도권 주요 대학병원 응급실은 인턴과 레지던트가 빠진 채 교수 중심으로 공백을 메꿨다. 교수와 전문간호사, 응급구조사들이 합심으로 전공의들의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이로 인해 응급의학과 교수들은 물론이거니와 전문간호사와 응급구조사들 역시 주 52시간 근무 방침을 어기고 특수근무체제에 돌입, 밤낮없이 근무에 투입되는 병원들도 존재할 정도.

권역응급센터장인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산하 병원 응급실에 모든 전공의들이 빠진 채로 하루를 버티고 있다"며 "응급환자가 왔을 때 기본적인 환자 평가와 처치는 인턴이 해왔는데 현재 교수들이 전담하고 있다. 전공의들의 의지를 꺾을 수도 없기에 하루하루 버텨나가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수도권의 권역외상센터장인 외과 교수 역시 "마취통증의학과 전공의가 빠지면서 공백이 크다. 전체적으로 응급의료 대응력이 떨어진 상황으로 중증환자는 받겠지만 경증환자는 전공의가 없는 병원으로 가야 할 것 같다"며 "외상센터도 전문의 당직으로 버티고 있다. 병원마다 사정이 다르겠지만 전문의와 PA 간호사들이 현재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여기에 수련병원 지위를 가진 대학병원 응급실 의료공백이 현실화되면서 인근 중소병원 응급실로 환자가 전원 되는 일이 흔치 않게 벌어지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소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아무래도 중소병원은 인턴과 레지던트, 전임의 구별 없이 전문의로만 운영된다. 이 때문에 필수의료인 응급실은 유지하고 있다"며 "대학병원에서 전원 되는 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전공의들의 업무중단이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학병원 '코드블루팀'도 비상상황

여기에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동 내 응급환자를 책임지는 소위 '코드블루팀'과 'CPR팀'들도 비상이 걸렸다.

자료사진. 서울의 한 종합병원 응급실 모습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공의들의 업무중단 상황에서 순환기내과 중심으로 운영되는 '코드블루팀'과 'CPR팀'들의 책임이 한층 커진 것이다.

대학병원 별로 대부분 '심폐소생술위원회' 산하로 이들 팀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들이 현재 응급실과 중환자실, 병동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응급환자 대부분을 책임진다고 봐도 무방하다.

중환자의학회 임원인 한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드블루팀'과 'CPR팀'은 교수진 중심으로 운영되지만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전공의도 함께 투입된다"며 "전공의들의 업무중단이 장기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학병원들은 교수 중심의 당직제도를 운영하는 동시에 24시간 응급 콜에 대비하도록 조치했다.

서울의 한 상급종합병원 내과 교수는 "응급환자 발생 시 담당 교수와 코드블루팀이 투입되는데 문제는 위급상황이 한꺼번에 닥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라며 "응급실의 경우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상주하지만 병동이 걱정이다. 응급환자를 대하는 포메이션이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CPR이 발생하면 사고가 나지 않도록 바짝 긴장하고 있다"며 "예상치 못한 사고를 막기 위해 다이렉트로 교수들에게 콜을 하도록 조치했다. 비상대기가 계속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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