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준 기자 : 메디칼타임즈가 한주간의 이슈를 진단하는 메타포커스 시간입니다. 정부가 코로나19 백신을 최대 4400만명 분을 확보했다고 공표하면서 과연 언제부터 접종이 되는 건지, 개인들이 업체별 백신을 선택할 수 있는지 다양한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 추산으로는 당장 2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승인까지 남은 절차와 임상 진행 현황들도 궁금하긴 마찬가지입니다. 8일부터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실시된 만큼 우리나라의 접종도 머지않아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은 의약학술팀 최선 기자와 함께 도입 백신을 둘러싼 다양한 이슈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먼저 최선 기자, 정부 발표한 백신 접종 계획을 요약해 주시죠.
정부는 8일 코로나19 백신 확보 계획 및 예방접종 방안에 대해 공개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코박스 퍼실리티 1000만명분 및 글로벌 백신 기업으로부터 3400만명분을 합쳐 최대 4400만 명분의 해외개발 백신을 선구매한다는 내용입니다.
글로벌 제약사를 통해 최대 6400회분의 백신을 선구매하는데 제약사별로 보면 아스트라제네카는 2000만회분, 화이자 2000만회분, 얀센은 400만회분, 모더나는 2000만회분을 선구매하게 됩니다.
▲명수 기준으로 보면 4400만명인데 제약사 별로는 최대 6400만회분이라고 하니까 좀 헷갈립니다. 조금 더 자세히 풀어 설명해 주시죠.
네 보통 코로나19 백신은 두 번 접종을 해야 합니다. 아스트라제네카, 화이자, 모더나 생산 백신이 그렇습니다. 이들로부터 3000만명분 백신을 확보했는데 접종을 두 번해야 하니까 도즈 기준으로는 총 6000만회분이 됩니다.
반면 얀센 백신은 1회 접종이 가능합니다. 얀센 백신 선구매량은 400만명분인데 1회 접종이 가능하니까 앞서 언급한 3개 업체의 총 6000만회분에 400만회분을 더해 6400만회분이 되는 것입니다.
백신 균등 공급을 목표로 설립된 다국가 연합체 '코박스 퍼실리티'를 통해 1000만명분이 추가되긴 하지만 아직 어떤 백신이 포함될지 결정되진 않았습니다. 4개 업체로부터 확보한 구체적인 물량인 6400만회분만 언급되고 있지만 코박스 퍼실리티 백신도 2회 접종이라고 가정하면 총 확보 물량은 8400만회분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미국, 일본, 영국만 해도 백신을 선구매해서 벌써 접종에 들어간 나라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 해외 접종 현황은 어떻게 되죠?
해외에서 임상 3상에 진입한 후보군은 총 11개입니다. 화이자&바이오엔텍이 공동 개발한 백신과 모더나가 개발한 백신은 mRNA 방식입니다. mRNA 방식은 바이러스 배양 및 이를 약화시켜 주입하는 기존 백신과 달리 바이러스 유전자 정보를 이용해 생산하기 때문에 제조가 빠르고 대량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실제 상용화가 가장 앞선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화이자는 지난달 18일 미국 FDA에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했고 모더나도 30일 중증 예방률 100% 3상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과 유럽에서 사용승인을 신청했습니다. 화이자에 대한 FDA 승인 심사는 10일, 모더나는 17일로 예정돼 있습니다.
영국의 경우 이달 2일 화이자 백신 사용을 승인해 당장 8일부터 실제 접종에 들어갔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를 가진 미국도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미국 FDA는 8일 화이자 백신의 안전성과 효능 데이터를 공개하면서 승인 지침에 부합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아직 승인 심사를 앞두고는 있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승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공식화한 것입니다. 조만간 백신 사용 승인이 떨어진다면 미국에서도 연내 접종이 가시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국내에서도 생산되는 것으로 압니다. 그럼 국내에선 언제부터 접종이 가능한 건가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독점 생산 계약을 맺고 현재 생산중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항원을 전달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는 아스트라제네카가 요구하는 공급 물량에 맞춰 생산을 하고 있지만 실제 공장 가동 캐파는 비공개 사항이라 2월부터 당장 접종이 가능한지는 미지수입니다. 게다가 국내 생산 물량이 전량 국내용으로 활용될지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국내 생산 백신을 자국민 우선 접종 물량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지만 지금으로선 이마저도 '희망사항'에 가깝습니다.
모더나, 화이자 백신도 원료 부족으로 인한 출하 목표량 감축 소식을 알리면서 미국은 올해 백신 공급 목표치를 3억명분에서 3500만명 안팎으로, 영국은 1000만명분에서 절반 수준으로 공급량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보다 해외 선진국들이 먼저 백신 구매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당장 공급 출하량 감소가 실현된다면 해외선진국들에게 밀려 국내 생산 백신 물량이 그대로 국내 소비분으로 사용될지 확실치 않기 때문입니다.
이건 국내 생산 백신을 주문한 아스트라제네카가 키를 쥐고 있는 셈인데요, 생산을 담당하고 있는 CMO 업체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이에 관여할 권한은 없습니다. 생산된 물량의 유통 활용 계획은 전적으로 아스트라제네카의 몫입니다. 게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추가 임상이 진행중입니다. 임상 결과를 분석하고 이후 승인 신청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제 승인까지 아직 많은 일정이 남아있습니다. 변수가 존재하는 만큼 단정적으로 2월부터 접종이 가능하다고 하는 건 현재로서는 섣부른 낙관론에 가깝습니다. 정부 역시 2월부터 단계적, 탄력적으로 접종한다고 밝혔다는 점은 참고할 만 합니다.
▲정부가 선구매한 4종의 백신이 가장 상용화에 근접한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들이 선택해서 맞을 수 있는 건가요?
수요 대비 공급량이 충분치 않다는 점, 의료기관 종사자, 고위험 환자군 등 우선접종 대상자를 고려하면 독감 접종처럼 국민이 업체별로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하는 그림은 쉽게 그려지지 않습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9일 기준 686명이 집계됐습니다. 이는 1차 대유행 당시인 2월 최대 규모인 909명 기록 이후 284일만에 최다 기록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 국내 상황 및 부작용 여부, 국민 수요 등을 감안해 정부는 노인, 집단시설 거주, 만성질환자 등 코로나19 취약계층과 보건의료인 등 사회필수서비스 인력을 우선 접종 권장 대상으로 설정해 뒀습니다. 이들에게 우선 접종하는 물량만 해도 3600만명분에 해당하기 때문에 백신 접종을 희망하는 일반 국민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 OK'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백신 4종에 대한 비용-효과성 비교가 궁금합니다. 이중 국내 환경에 가장 적합한 백신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각각의 백신은 예방률, 가격, 접종횟수, 유통 보관 온도라는 특성이 있습니다. 예방률을 먼저 살펴보면 화이자 백신은 95%, 모더나는 94%, 아스트라제네카는 최고 90%에서 최저 62%로 평균 70% 예방률을 보입니다. 얀센은 조만간 예방률 데이터를 공개할 예정입니다. 감염 전문가들에 따르면 보통 90%가 넘어가면 백신으로서 기대할 수 있는 효과로서는 최상위군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4종에 대한 효과가 사실상 비슷하다면 이들 백신의 선택 기준은 안전성과 가격, 편의성에 좌우될 수밖에 없는데 지금까지 중증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기 때문에 가격과 접종 횟수와 같은 편의성이 선택의 기준이 될 확률이 높습니다.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2회 접종이 필요한 반면 얀센 백신은 1회만으로 가능합니다. 화이자 백신은 회당 약 2만 1600원이, 모더나는 3만 5500원에서 4만 1천원, 얀센은 1만원 안팎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비용 면에서 강점을 가졌는데요 1회 접종당 약 4400원에 불과합니다.
국내의 백신의 보관 유통 시스템인 콜드체인을 고려해도 아스트라제네카가 가장 국내 환경에 적합한 유력 후보군입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 독감 백신과 비슷하게 2~8도 저온 유통이 가능하지만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도라는 극한의 유통 조건을 요구합니다. 모더나 백신도 영하 20도 보관이 필요합니다. 실제 정부 역시 화이자 백신을 지목하며 보관 조건 등으로 인해 접종 준비 과정에 어려움을 예상한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접종시기와 관련해서 전문가들의 입장도 속속 나오고 있죠?
네 그렇습니다. 정부는 2월부터 공급한다고 밝혔는데요 각계 전문가들은 좀 더 신중해야한다는 입장입니다. 유효성과 안전성 검증은 물론 접종 대상, 유통 등을 고려하면 하반기나 돼서야 가능하다는 주장인데요. 이러한 부분을 우려한 듯 정부는 내년 1분기(2·3월)부터 단계적으로 국내 상세 접종 계획을 수립해 단계별 접종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접종 시기는 코로나19 상황, 해외 접종 동향, 국민 수요 등을 고려해 안전한 예방 접종 전략에 맞춰 실시할 예정이며, 상황에 따라 내년 상반기부터 신속하게 접종을 실시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박상준 기자 : 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접종 가능성에 대해 점검했는데요, 아직 넘어야 할 난관이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1년을 끌어온 코로나19와의 전쟁에도 이제 서막이 보이고 있습니다. 백신이 나온다면 많은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해 봅니다. 국내 접종이 실현되는 시기에 다시 한번 원활한 백신 수급 여부, 접종 현장 분위기 등을 점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