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노무칼럼|이동직 노무사(노무법인 해닮)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中 -
제가 좋아하는 수필의 한 구절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밥벌이의 지겨움을 적나라하게 토로하고 있는 셈인데, 이토록 밥벌이가 서글프고 힘겨웠던 건가요. 저 역시 월급쟁이 시절을 거쳐 이젠 조그마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올 한해 빨간 날이 며칠 정도 있는지, 이번 달에 주말과 붙어있는 빨간 날이 있긴 한 것인지 자연스레 달력을 확인하는 걸 보면 밥벌이의 비애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휴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가오는 2021년은 근로자에겐 꿀맛 같은 휴일이 더 늘어나는 경사스러운 해이고, 사업주에겐 늘어난 휴일만큼 줄어든 근로일에 업무처리 방식을 어떻게 효율화해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숙제를 받아든 해입니다.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30~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화되기 때문입니다.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내후년부터 법정공휴일 의무화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도 미리 법정공휴일 의무화에 따라 달라지는 점들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쯤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적으로 쉬는 날이었지, 언제 쉬는 날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볼멘소리하는 원장님들이 있을 줄 압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하도 많다보니 법정공휴일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먼저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법정휴일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유급휴일을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1주 소정근로일(근로하기로 약정한 날)을 전부 출근했을 때 부여되는 주휴일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법령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매주 돌아오는 주휴일과 1년에 한 번 맞는 5월 1일은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정공휴일은 법정휴일과 사뭇 다릅니다.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상관없는 법에서 정한 공무원 휴무일을 뜻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태 잘못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구정・추석・크리스마스 등 달력상 빨간 날에 당연하다는 듯 휴무를 가졌는데 사실은 공무원에만 해당하는 휴무일 뿐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별 상관없는 날이었던 셈입니다.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은 명칭에선 한 끗 차이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 그 이상입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기 위해 민(民)보다 관(官)이 주도했던 경제개발계획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를 갓 넘겨 겨우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 빠른 경제부흥을 달성하기 위해 골몰하던 시기였습니다. 정부의 정책사업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우르르 움직이던 시절이다 보니 행정업무 처리를 하던 관공서와 대관 업무를 보며 사업을 일궜던 기업들은 어깨동무하며 한 걸음씩 내딛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관공서가 열지 않는 법정공휴일에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게 된 게 아니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작용한 탓도 있습니다. 구정・추석 같은 민족의 가장 큰 명절에 다른 기업 근로자들은 부모님과의 상봉을 위해 서둘러 시골에 내려간다는데 한줌 제 이익 차리겠다고 근로자들에게 일만 하라 강요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공장 불빛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던 시절인데, 그날마저 일개미가 되라고 쉽사리 얘기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이렇게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하등 상관없는 날이었지만, 관행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기업 근로자들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가졌던 탓에 법정공휴일은 쉽사리 연차휴가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소정근로일에 해당하는 법정공휴일에 다 같이 쉬면서 임금을 받다보니 이는 연차휴가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고, 기업에선 잔여 연차휴가일수를 줄이기 위해 법정공휴일에 휴무할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 겁니다.
1년에 법정공휴일이 10~15일 정도인데 결국 모든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면 남은 연차휴가는 겨우 2~3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여름 휴가철에 소진시킬 수 있으니 결국 근로자가 날짜를 지정해 가는 연차휴가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간에 기업은 이를 합법적으로 적극 활용했고, 근로자는 남들과 똑같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갖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관행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2021년부터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법정공휴일은 의무화되었고, 이는 유급화의 다른 말입니다. 법적으로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이지요. 이 날을 연차휴가로 간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의무화된 법정공휴일에 근로를 해야 한다면 먼저 근로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향후 1.5배에 해당하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할 겁니다. 물론 휴일근로수당 대신 대체휴일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빡빡한 병원 스케쥴을 감안한다면 쉽진 않을 겁니다.
부담감이 물밀 듯 밀려오나요? 그게 정상입니다. 그래야 미리 대비할 수 있거든요.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 씩씩하게 말을 들어 조금이라도 일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
"나는 근로를 신성하다고 우겨대면서 자꾸만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라고 몰아대는 이 근로감독관들의 세계를 증오한다. 나는 이른바 3D 업종으로부터 스스로 도망쳐서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인간들의 저 현명한 자기방어를 사랑한다. 그러므로 이 세상의 근로감독관들아. 제발 인간을 향해서 열심히 일하라고 조져대지 말아 달라. 제발 이제는 좀 쉬라고 말해 달라. 이미 곤죽이 되도록 열심히 했다."
- 김훈, 밥벌이의 지겨움 中 -
제가 좋아하는 수필의 한 구절입니다. 책 제목 그대로 밥벌이의 지겨움을 적나라하게 토로하고 있는 셈인데, 이토록 밥벌이가 서글프고 힘겨웠던 건가요. 저 역시 월급쟁이 시절을 거쳐 이젠 조그마한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올 한해 빨간 날이 며칠 정도 있는지, 이번 달에 주말과 붙어있는 빨간 날이 있긴 한 것인지 자연스레 달력을 확인하는 걸 보면 밥벌이의 비애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는 휴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다가오는 2021년은 근로자에겐 꿀맛 같은 휴일이 더 늘어나는 경사스러운 해이고, 사업주에겐 늘어난 휴일만큼 줄어든 근로일에 업무처리 방식을 어떻게 효율화해야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숙제를 받아든 해입니다.
내년부터 상시 근로자 30~300인 미만 사업장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화되기 때문입니다. 5~30인 미만 사업장에서도 내후년부터 법정공휴일 의무화 규정이 적용되는 만큼 작은 병원을 운영하는 원장님들도 미리 법정공휴일 의무화에 따라 달라지는 점들을 알고 계셔야 합니다.
이쯤에서 법정공휴일이 의무적으로 쉬는 날이었지, 언제 쉬는 날 아니었던 적이 있었느냐고 볼멘소리하는 원장님들이 있을 줄 압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은 그렇게 알고 계신 분들이 하도 많다보니 법정공휴일의 정확한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고자 합니다.
먼저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을 구분해야 합니다. 법정휴일은 근로기준법 및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의해 보장되는 유급휴일을 말합니다. 근로기준법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1주 소정근로일(근로하기로 약정한 날)을 전부 출근했을 때 부여되는 주휴일을,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법정휴일은 법령의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을 가리킵니다. 그러니 매주 돌아오는 주휴일과 1년에 한 번 맞는 5월 1일은 민간기업 근로자들이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날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법정공휴일은 법정휴일과 사뭇 다릅니다.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상관없는 법에서 정한 공무원 휴무일을 뜻합니다. 그러니 우리는 여태 잘못 알고 있었던 셈입니다. 구정・추석・크리스마스 등 달력상 빨간 날에 당연하다는 듯 휴무를 가졌는데 사실은 공무원에만 해당하는 휴무일 뿐 민간기업에서 일하는 근로자와 별 상관없는 날이었던 셈입니다. 법정휴일과 법정공휴일은 명칭에선 한 끗 차이인데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야말로 천지 차이 그 이상입니다.
왜 그랬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마도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기 위해 민(民)보다 관(官)이 주도했던 경제개발계획 탓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70~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보릿고개를 갓 넘겨 겨우 개발도상국에 머물고 있었고, 정부 차원에서 빠른 경제부흥을 달성하기 위해 골몰하던 시기였습니다. 정부의 정책사업에 따라 많은 기업들이 우르르 움직이던 시절이다 보니 행정업무 처리를 하던 관공서와 대관 업무를 보며 사업을 일궜던 기업들은 어깨동무하며 한 걸음씩 내딛을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니 관공서가 열지 않는 법정공휴일에 기업들도 보조를 맞추게 된 게 아니었을까요?
물론 우리나라 특유의 집단주의 문화가 작용한 탓도 있습니다. 구정・추석 같은 민족의 가장 큰 명절에 다른 기업 근로자들은 부모님과의 상봉을 위해 서둘러 시골에 내려간다는데 한줌 제 이익 차리겠다고 근로자들에게 일만 하라 강요할 순 없었을 것입니다. 가뜩이나 공장 불빛이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던 시절인데, 그날마저 일개미가 되라고 쉽사리 얘기하긴 어려웠을 겁니다.
이렇게 법정공휴일은 민간기업 근로자와 하등 상관없는 날이었지만, 관행적으로 거의 대부분의 기업 근로자들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가졌던 탓에 법정공휴일은 쉽사리 연차휴가의 먹잇감이 됐습니다. 소정근로일에 해당하는 법정공휴일에 다 같이 쉬면서 임금을 받다보니 이는 연차휴가의 모습과 정확히 일치했고, 기업에선 잔여 연차휴가일수를 줄이기 위해 법정공휴일에 휴무할 경우 연차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간주한 겁니다.
1년에 법정공휴일이 10~15일 정도인데 결국 모든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면 남은 연차휴가는 겨우 2~3일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여름 휴가철에 소진시킬 수 있으니 결국 근로자가 날짜를 지정해 가는 연차휴가는 아예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간에 기업은 이를 합법적으로 적극 활용했고, 근로자는 남들과 똑같이 법정공휴일에 휴무를 갖고자 울며 겨자 먹기로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하는 관행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2021년부터 법정공휴일을 연차휴가로 대체할 수 없습니다. 법정공휴일은 의무화되었고, 이는 유급화의 다른 말입니다. 법적으로 쉬면서 임금을 받을 수 있는 날이지요. 이 날을 연차휴가로 간주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의무화된 법정공휴일에 근로를 해야 한다면 먼저 근로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고, 향후 1.5배에 해당하는 휴일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할 겁니다. 물론 휴일근로수당 대신 대체휴일을 부여하는 것도 가능하긴 하지만, 빡빡한 병원 스케쥴을 감안한다면 쉽진 않을 겁니다.
부담감이 물밀 듯 밀려오나요? 그게 정상입니다. 그래야 미리 대비할 수 있거든요. 어차피 던져진 주사위, 씩씩하게 말을 들어 조금이라도 일찍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