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요섭 연세의대 학생(본과 2학년)
Medical Mavericks 부회장
록펠러와 석유산업이 일으킨 1차 의료혁명
|연세의대 본과2학년 김요섭|연세대학교 의과대학 현판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세브란스씨의 후원으로, CMB와 미8군의 지원으로, 이제는 우리의 힘으로…" 세브란스씨는 왜 제중원에 투자를 했고, CMB는 대체 어떤 단체일지 궁금해서 논문을 찾아보았다. 그리고 알게 된 사실은 충격이었다.
세브란스씨는 바로 석유왕 록펠러의 절친으로 스탠다드 오일의 공동창업자였고, CMB는 China Medical Board로 록펠러가 직접 설립한 중국 최초의 근대 의료 협회였던 것이다. 한국에는 세브란스 병원 설립을 돕고, 중국에는 중국 최초의 의료 협회인 CMB와 의료기관인 협화(Xiehe)의과대학 (현 칭화대학교 의과대학)을 설립하고 후원한 것이다.
같은 시기, 미국 내에서 록펠러의 1차 의료혁명은 카네기재단의 후원으로 작성된 Flexner’s Report (1910)와 Evidence Based Medicine의 실현을 통해 꽃을 피운다. Flexner’s Report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155개의 의과대학 중 31개만 남기고 모두 문을 닫는다. 둘, 의과대학 입학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 셋, 의사에게 과학적 사고를 가르친다. 넷, 의과대학이 병원에서의 임상교육을 담당한다. 다섯, 의사면허에 대한 자격요건을 강화한다. Flexner’s Report는 존스홉킨스 대학병원을 근거 기반 의학의 롤모델로 선포했고 다른 의과대학들에게도 교육과정의 혁신을 촉구했다.
근거기반의학은 화학적 제제를 처방하는 시스템을 정착시켜 제약산업이 크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었고 록펠러와 석유 재벌들은 석유의 고부가가치 산업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의료혁명을 지지했을 것이다.
Google/Apple/Amazon/Samsung 등 IT업계가 이끌어가는 2차 의료혁명
구글, 애플, 삼성, 아마존, 페이스북, NVDIA 등 수많은 IT 기업들이 의료 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글은 근래에 스마트/헬스케어워치 회사인 핏빗, 생명공학회사인 칼리코, 생명과학/헬스케어 회사인 베릴리, 의료인공지능을 만드는 딥마인드, 벤처캐피탈인 구글벤처스 등을 인수하여 지주회사 알파벳을 설립했다.
그리고 알파벳의 업종/업태, 즉 제품과 서비스는 인터넷, 소프트웨어 뿐만 아니라 생명공학기술과 의료를 포괄하고 있다. 이 뿐인가, 구글에 인수된 칼리코의 창업자 Arthur D. Levinson은 현재 애플의 회장직을 맡게 되었으며 스탠포드 대학병원 흉부외과 출신 Dr. Sumbul이 애플워치 디렉터직을 맡게 되는 등 IT업계에 의료,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미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활발하다. 삼성이 삼성헬스와 C랩 운영을 통해 헬스케어로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연세의료원은 지난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억의 투자를 받아 헬스케어 ICT합작법인 ‘파이디지털헬스케어’를 설립하였고 2020년도 연세의료원장 최연소 후보였던 나군호 교수는 돌연 교수직을 내려놓고 네이버 임원으로 이직하였다. 이렇게 네이버와 카카오톡 등 국내 IT업체들도 스마트 의료 사업 진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2차 의료혁명에 관심을 보이는 건 비단 IT업체만이 아니다. 중국 3대 보험회사인 PingAn 보험회사도 싱가포르 헬스케어 회사인 Good Doctor를 인수하고, 24시간 약 자판기와 원격의료 서비스를 출시하였고 우리나라 보험회사들도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육성과 인수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며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대의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머지않아 디지털 치료제, 의료인공지능 등에 대한 과목이 의대생 필수 교과목으로 떠오르고, 네이버 의료원, 카카오 의료원과 같은 신흥 의료기관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전문의 과정이 탄생하고, 진단과 치료의 방침이 상당히 바뀌리라고 본다. 1차 의료혁명이 록펠러와 석유산업이 주도한 evidence based medicine이었다면 2차 의료혁명은 IT업계들이 주도하는 digital healthcare based medicine이 되지 않을까?
인공지능이 초진을 보고 필요에 따라 해당 분야의 전문의를 원격으로 연결해준다. 전문의는 모바일로 문진을 하고 환자는 병원에 와서 검진만 받고 모바일로 검사결과를 확인한 뒤 모바일 앱을 통해 복약지도와 생활습관 지도를 받을 것이다. 그리고 생체 센서가 더 발전하여 온도, 혈압, 산소포화도, 뿐만 아니라 WBC, RBC, 혈당, 동맥혈가스 등 다양한 지표들을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환자의 24시간 365일 건강 상태를 주치의가 모니터링하는 미래가 조만간 펼쳐질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두뇌와 전문성을 지닌 우리나라 의사들에게는 희소식이다. 앞으로 우리나라 의사들이 세계 시장을 무대로 전문성을 발휘할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