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 높이는 국산 혈장 치료제…효용성 논란은 여전

발행날짜: 2021-01-06 05:45:57
  • 감염학회 등 학계 혈장치료 권고 보류…녹십자는 임상 효과 자신
    60명 임상시험 대상자 투약 완료 속 참여 병원들은 모집 난항 호소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에 이어 GC녹십자의 항체치료제 임상이 속도를 내면서 과연 국산 치료제가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을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학계에서는 치료제 개발의 모태가 됐던 코로나 혈장치료 자체를 권고 보류하는 등 회의적 시각도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의학적 근거를 둘러싼 논란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사진. 본 사진은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것입니다.
대한감염학회는 최근 코로나 치료제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아 '코로나19 감염증 약물치료 지침'을 발표했다.

공개된 지침에 따르면, 감염학회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회복기 혈장치료'에 대한 권고를 보류(근거수준: 낮음, 권고등급: I)했다.

혈장치료는 바이러스 감염 후 완치한 사람의 면역력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완치자의 혈장에 존재하는 코로나 항체를 채취해 다른 감염자에게 투여, 바이러스와 대항해 싸우는 방식이지만 효과를 두고는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논란은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코로나19 환자에게 일반적인 정맥용 면역글로불린(IVIG) 투여도 권고하지 않았다. 다만, 합병증 치료에는 면역글로불린 사용을 배제하지 말아야 한다(근거수준: 낮음, 권고등급: C)고 제시했다.

지침이 발표되면서 최근 허가 심사에 돌입한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인 렉키로나주와 함께 주목 받고 있는 녹십자의 'GC5131'가 또 다시 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임상이 완료되더라도 효용성이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다시 제시된 것이다.

혈장치료가 아직까지 효용성이 담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혈장치료제의 효과를 어디까지나 믿고 기대할 수 있겠냐는 근본적인 의문인 셈.

실제로 현재 녹십자 혈장치료제인 GC5131의 경우 코로나19 위험군 환자 60명 대상으로 임상 2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임상승인 약 6개월 만에 환자 모집과 투약이 완료돼 제약사가 이를 토대로 데이터 분석 작업을 하고 있다.

다만, 감염학회 측은 발표된 약물 치료 지침을 두고서 확대해석을 경계하면서 일단 치료제는 임상결과가 나와 봐야 한다고 신중한 해석을 내렸다.

감염학회 임원인 상급종합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이번 지침에서 권고를 보류한 것은 코로나 환자에게 회복기 혈장치료가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뜻"이라며 "치료 결과가 아직까지 상충하는 상황에서 권고를 보류한 것으로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까지 결론을 내리기 힘들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혈장치료 권고 보류를 두고 혈장치료제 효용성으로까지 확대되기는 아직 이르다"며 "혈장치료제는 임상연구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만큼 이를 확인해야만 가능하다"고 한발 물러섰다.

제약사 측은 수혈된 피를 그대로 사용하는 혈장치료와 달리 정제된 항체 단백질만 사용한다는 점에서 효용성 논란은 기우라고 자신하고 있다.

녹십자 관계자는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 혈장 속 항체 단백질인 면역글로불린을 따로 분리해 고농도로 농축시켜 만든다"며 "결과가 발표돼야 알겠지만 면역 기능 단백질만 농축하기 때문에 이론상 효과가 없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녹십자 혈장치료제 임상에 참여한 국내 대형병원은 총 15곳이다. 구체적으로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중앙대병원 ▲고대안산병원 ▲충남대병원 ▲신촌 세브란스병원 등 총 6개 병원이 참여한 이후 ▲전북대병원 ▲전남대병원 ▲서울의료원 ▲인천의료원 ▲순천향대 부천병원 ▲명지병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아주대병원 ▲경북대병원이 추가됐다.

그러나 임상 과정에서 병원들은 대부분이 상급종합병원이라는 특성상 임상 대상자 등록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임상시험 참여병원 내과 교수는 "녹십자 혈장치료제와 관련해서는 임상 대상자 등록인 인롤(enroll)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며 "상급종합병원이기 때문에 병원에 오게 되는 코로나 환자는 대부분 중증환자들인데 이들에게 임상을 할 수는 없지 않나"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병원에 오는 코로나 환자는 인공호흡기나 에크모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라며 "이들에게 임상을 할 수도 없는데 그렇다고 경증환자를 상급종합병원이 진료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임상이 여러모로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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