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부터 자체 임상시험 및 정기 안전성 보고 의무화
미국 FDA 기준보다 깐깐…"수출 사실상 포기할 상황"
올해부터 유럽연합(EU)이 의료기기 인증 규정을 대폭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요 수출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유럽은 물론 중동 진출까지 빨간불이 켜지며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는 것.
특히 인허가 기준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깐깐해진데다 시판 후 정기적 임상시험과 안전성 평가 등 후속 조치까지 의무화되면서 일부에서는 아예 인증과 수출을 포기할 상황이라는 토로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 5월부터 의료기기 인증 규정 대폭 강화
23일 의료기기 산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오는 5월부터 대폭 강화된 의료기기 인허가 및 사후 관리 규정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새롭게 적용되는 유럽의 의료기기 인증 규정은 일명 MDR((Medical Device Regulation)로 과거 기준에 비해 임상 등 근거 자료의 보완과 시판 후 후속 모니터링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유럽은 지금까지 MDD(Medical Device Directive)라는 인증 지침을 운용해왔다. 이 지침은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에서 제시하는 기준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 많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수출을 위한 1차 허들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보다 유럽 CE를 먼저 획득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내 허가와 유럽 CE를 동시에 공략해 검증을 받은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두드리는 루트가 정형화된 이유다.
MDD가 적용되던 지금까지는 허가에 필요한 임상 근거를 임상평가 보고서, 즉 문헌 등으로 갈음할 수 있었으며 일단 한번 허가를 받으면 후속 조치에 대한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2010년 프랑스에서 유방성형용 의료기기에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해 3만명 이상이 대대적인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력한 사후 조치를 의무화하는 MDR이 태동하는 발단이 됐다.
이로 인해 5월부터 적용되는 MDR은 허가에 필요한 임상 근거를 의료기관내에서 이뤄진 별도의 임상시험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즉 유럽 CE 인증을 받으려면 과거에는 보고서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 큰 부담은 사후 모니터링이 대폭 강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MDR이 적용되면 시판 후 임상 후속 조치(PMCF)가 의무화된다. 또한 매년 시판 후 정기 안전성 보고서(PSUR)를 규제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즉, 허가를 받을때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했어도 매년 자사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별도로 진행해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 깊은 한숨…"사실상 수출 포기할 상황"
이렇듯 유럽 진출의 기반이 되는 인허가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급격하게 높아진데다 유럽 CE 인증이 중동 진출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것.
더욱이 신규로 유럽에 진출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미 수출하고 있는 제품도 정기 안전성 검사 및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인 A사 임원은 "MDR을 살펴보면 사실상 미국 FDA보다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내 많은 기업들이 FDA를 가기 전 관문으로 유럽 인증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제는 반대로 진행하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현재 유럽 수출량이 매출의 20%가 넘는데 만약 5월부터 MDR이 적용되면 이걸 넘을 수 있을지, 아니 굳이 넘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다수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명 K-헬스케어로 불리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들이 대부분 상위 등급의 위해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료기기 등급은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인체 삽입 여부와 사용 부위 등의 위험에 따라 보통 1, 2a, 2b, 3, 4 등급 등으로 구분한다. 숫자가 높을 수록 침습적인 부분들이 많아 위해도가 높게 분류된다. 그만큼 첨단 제품이 많다.
문제는 국내에서 유럽 등에 수출하는 제품들이 대부분 2a 등급 이상이 많다는 것이다. 등급이 높을 수록 시판 후 모니터링 주기가 짧고 규제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진다는 점에서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국내 B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MDR 개정이 기준이 까다로워진다는 장벽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판 후 임상과 정기 안전성 보고"라며 "제품 인허가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도 매년 계속해서 시판 후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면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결국 그러고도 마진이 남을지 신중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자제 개발 제품의 경우 고민이라도 해볼만 하겠지만 수출입, 유통 기업들은 사실상 유럽에서 줄줄이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큰 타격이 예상되자 정부와 의료기기산업협회 등도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지 않도록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초 유럽연합이 지난해 5월 MDR을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요청으로 1년간 이를 유예한 바 있다"며 "식약처는 물론 산자부 등과 긴밀하게 논의해 가며 국내 기업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인허가 기준이 미국 식품의약국(FDA)보다 깐깐해진데다 시판 후 정기적 임상시험과 안전성 평가 등 후속 조치까지 의무화되면서 일부에서는 아예 인증과 수출을 포기할 상황이라는 토로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연합, 5월부터 의료기기 인증 규정 대폭 강화
23일 의료기기 산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이 오는 5월부터 대폭 강화된 의료기기 인허가 및 사후 관리 규정을 적용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새롭게 적용되는 유럽의 의료기기 인증 규정은 일명 MDR((Medical Device Regulation)로 과거 기준에 비해 임상 등 근거 자료의 보완과 시판 후 후속 모니터링 강화를 골자로 하고 있다.
유럽은 지금까지 MDD(Medical Device Directive)라는 인증 지침을 운용해왔다. 이 지침은 세계 각국의 규제 당국에서 제시하는 기준보다 진입 장벽이 낮아 많은 의료기기 기업들이 수출을 위한 1차 허들로 여겨왔던 것이 사실.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보다 유럽 CE를 먼저 획득하는 국내 기업들이 많았던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국내 허가와 유럽 CE를 동시에 공략해 검증을 받은 뒤 미국 식품의약국(FDA)을 두드리는 루트가 정형화된 이유다.
MDD가 적용되던 지금까지는 허가에 필요한 임상 근거를 임상평가 보고서, 즉 문헌 등으로 갈음할 수 있었으며 일단 한번 허가를 받으면 후속 조치에 대한 의무가 없었다.
하지만 2010년 프랑스에서 유방성형용 의료기기에 공업용 실리콘을 사용해 3만명 이상이 대대적인 피해를 입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강력한 사후 조치를 의무화하는 MDR이 태동하는 발단이 됐다.
이로 인해 5월부터 적용되는 MDR은 허가에 필요한 임상 근거를 의료기관내에서 이뤄진 별도의 임상시험으로 엄격히 규정하고 있다. 즉 유럽 CE 인증을 받으려면 과거에는 보고서만 내면 됐지만 이제는 별도의 임상시험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미다.
더욱 큰 부담은 사후 모니터링이 대폭 강화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MDR이 적용되면 시판 후 임상 후속 조치(PMCF)가 의무화된다. 또한 매년 시판 후 정기 안전성 보고서(PSUR)를 규제 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즉, 허가를 받을때 임상시험 자료를 제출했어도 매년 자사 제품의 안전성 검사를 별도로 진행해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 깊은 한숨…"사실상 수출 포기할 상황"
이렇듯 유럽 진출의 기반이 되는 인허가 기준이 대폭 강화되면서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한숨도 깊어지고 있다.
미국, 중국과 함께 세계 3대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시장에 대한 진입 장벽이 급격하게 높아진데다 유럽 CE 인증이 중동 진출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발을 구르고 있는 것.
더욱이 신규로 유럽에 진출하는 기업뿐 아니라 이미 수출하고 있는 제품도 정기 안전성 검사 및 사후 모니터링을 진행해야 한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인 A사 임원은 "MDR을 살펴보면 사실상 미국 FDA보다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하고 있다"며 "국내 많은 기업들이 FDA를 가기 전 관문으로 유럽 인증을 노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제는 반대로 진행하게 생겼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현재 유럽 수출량이 매출의 20%가 넘는데 만약 5월부터 MDR이 적용되면 이걸 넘을 수 있을지, 아니 굳이 넘어야 할지 판단이 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대다수 기업들도 마찬가지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일명 K-헬스케어로 불리는 국내 기업들의 제품들이 대부분 상위 등급의 위해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의료기기 등급은 세계 각국에서 유사한 기준을 가지고 있다. 인체 삽입 여부와 사용 부위 등의 위험에 따라 보통 1, 2a, 2b, 3, 4 등급 등으로 구분한다. 숫자가 높을 수록 침습적인 부분들이 많아 위해도가 높게 분류된다. 그만큼 첨단 제품이 많다.
문제는 국내에서 유럽 등에 수출하는 제품들이 대부분 2a 등급 이상이 많다는 것이다. 등급이 높을 수록 시판 후 모니터링 주기가 짧고 규제 기준이 더욱 까다로워진다는 점에서 설상가상의 상황에 놓인 셈이다.
국내 B의료기기 기업 임원은 "MDR 개정이 기준이 까다로워진다는 장벽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시판 후 임상과 정기 안전성 보고"라며 "제품 인허가를 위해 임상시험을 진행하고도 매년 계속해서 시판 후 임상을 진행해야 한다면 비용 부담이 엄청나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결국 그러고도 마진이 남을지 신중하게 검토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그나마 자제 개발 제품의 경우 고민이라도 해볼만 하겠지만 수출입, 유통 기업들은 사실상 유럽에서 줄줄이 철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렇듯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의 큰 타격이 예상되자 정부와 의료기기산업협회 등도 대책 마련을 강구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수출길이 막히지 않도록 고민을 거듭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 관계자는 "당초 유럽연합이 지난해 5월 MDR을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의 요청으로 1년간 이를 유예한 바 있다"며 "식약처는 물론 산자부 등과 긴밀하게 논의해 가며 국내 기업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