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한솔 전공의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인정하기 싫지만 의료계는 지금까지 명분과 실리의 측면에서 위정자들에게 항상 지기만 했습니다.
국민건강 수호라는 의사와 정부의 공통된 목표를 두고도 의료와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는 자들과 다투기만 고집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처한 의료현실은 막막한 것 또한 사실이기에, 올바른 소리를 그만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정책을 논의했던 예전의 방식이 우리의 의료정책에 더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의사협회의 수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는 왜곡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때에 상대방을 깔아뭉개며 대책 없이 감정적으로 언성만 높이고 회의장을 빠져나와 버리는 앞서갔던 이들의 구태의연한 방식을 지향하는 후보를 더 이상 지지해선 안 되겠습니다. 조롱만 일삼으며 의료계 내부에서만 자화자찬하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 의료제도 개혁을 위해 득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총 여섯 분의 귀한 선배님들께서 41대 의협회장 후보로 출마하셨습니다.
의료계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여섯 분 모두 대동소이하리라 생각합니다. 훌륭한 공약을 들고 오셔서 공약을 읽는 내내 한 줄기 희망을 갖는 동시에, 속으로는 감출 수 없는 걱정 또한 있습니다.
앞선 회장들, 그리고 이들과 경쟁했던 수많은 후보가 교과서처럼 나열했던 공약들과 비교해 보니, 지금의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과 하나같이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후보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의료정책의 문제점은 누구나 쉽게 지적할 수 있지만, 그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엄청난 고뇌와 지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늘어날 보건 의료비용에 대해 저항하기 위해 예산을 책정하는 위정자들과 이를 집행하는 행정부를 향한 실질적인 노력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을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분을 우리의 수장으로 모셔야 하지 않을까 되뇌어봅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자들이 왜곡된 의료체계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판을 설계하고, 그 안에서 법안과 정책에 대해 읍소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통해 건설적인 정책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의 대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때론 대나무처럼 곧을 필요도 있지만, 갈대처럼 구부릴 줄도 아는 회장이 당선되길 기대합니다.
또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양한 직역에 대한 요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귀가 열린 사람이 회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의사협회의 구조는 너무 수직적으로 경직되어 있습니다. 의사들의 정책을 논하는 데에 협회의 구조를 지켜보자면, 교수와 개원의 같은 직역에만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일례를 들자면,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평가하는데 전공의가 단 두 명만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중역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의료수가를 결정짓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속한 공급자인 우리가 턱없이 부족하게 책정된 결과가 어떠합니까. 우리 내부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보니 대한민국 의료정책을 구상할 때와 같이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촌극을 마주하니 답답합니다.
각자 나누어진 단체, 직역들을 통합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한 후보가 당선되어야 합니다. 수년간 몇 번의 간담회만을 진행하고 이를 '소통했다'라고 자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개원의와 봉직의, 교수, 전공의, 공보의 모두가 투표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의사협회의 실무진도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을 영입하여 형식만 갖춘 통합이 아닌 진짜 의료계의 통합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너무나 진부하지만, 다시 한 번 빼먹어선 안 될 한 문장으로 훌륭한 후보님들께 감히 조언 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회장이라는 권한을 자신의 입신양명에 이용하지 않고, 모든 회원의 염원인 '왜곡된 의료정책 개혁'을 올바른 방법으로 이끌어 주고 이를 회원들과 함께 소통하는 그런 회장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국민건강 수호라는 의사와 정부의 공통된 목표를 두고도 의료와 관련된 정책을 입안하는 자들과 다투기만 고집했습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처한 의료현실은 막막한 것 또한 사실이기에, 올바른 소리를 그만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그들과 협상테이블에 앉아 정책을 논의했던 예전의 방식이 우리의 의료정책에 더는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라는 것입니다.
의사협회의 수장을 뽑는 이번 선거에서는 왜곡된 정책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때에 상대방을 깔아뭉개며 대책 없이 감정적으로 언성만 높이고 회의장을 빠져나와 버리는 앞서갔던 이들의 구태의연한 방식을 지향하는 후보를 더 이상 지지해선 안 되겠습니다. 조롱만 일삼으며 의료계 내부에서만 자화자찬하는 우리의 모습이 과연 대한민국 의료제도 개혁을 위해 득이 되는 것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총 여섯 분의 귀한 선배님들께서 41대 의협회장 후보로 출마하셨습니다.
의료계를 사랑하는 마음이야 여섯 분 모두 대동소이하리라 생각합니다. 훌륭한 공약을 들고 오셔서 공약을 읽는 내내 한 줄기 희망을 갖는 동시에, 속으로는 감출 수 없는 걱정 또한 있습니다.
앞선 회장들, 그리고 이들과 경쟁했던 수많은 후보가 교과서처럼 나열했던 공약들과 비교해 보니, 지금의 후보들이 내세운 공약과 하나같이 다른 것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후보가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의료정책의 문제점은 누구나 쉽게 지적할 수 있지만, 그 문제점들을 해결해 나가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은 엄청난 고뇌와 지식이 필요할 것입니다.
앞으로 필연적으로 늘어날 보건 의료비용에 대해 저항하기 위해 예산을 책정하는 위정자들과 이를 집행하는 행정부를 향한 실질적인 노력을 어떻게 펼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들을 더 심사숙고해야 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분을 우리의 수장으로 모셔야 하지 않을까 되뇌어봅니다.
정책을 입안하는 자들이 왜곡된 의료체계에 귀 기울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판을 설계하고, 그 안에서 법안과 정책에 대해 읍소하고 합리적인 비판을 통해 건설적인 정책들이 나올 수 있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우리의 대표가 되었으면 합니다. 때론 대나무처럼 곧을 필요도 있지만, 갈대처럼 구부릴 줄도 아는 회장이 당선되길 기대합니다.
또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다양한 직역에 대한 요구를 한데 모을 수 있는 귀가 열린 사람이 회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의사협회의 구조는 너무 수직적으로 경직되어 있습니다. 의사들의 정책을 논하는 데에 협회의 구조를 지켜보자면, 교수와 개원의 같은 직역에만 치중되어 있었습니다.
일례를 들자면, 전공의의 수련환경을 평가하는데 전공의가 단 두 명만 속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구조가 잘못되었다고 지적하며 개선을 요구하는 의료계의 중역을 찾아보기가 어려웠습니다.
의료수가를 결정짓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속한 공급자인 우리가 턱없이 부족하게 책정된 결과가 어떠합니까. 우리 내부의 문제들을 해결하려고 보니 대한민국 의료정책을 구상할 때와 같이 똑같은 과오를 저지르고 있는 촌극을 마주하니 답답합니다.
각자 나누어진 단체, 직역들을 통합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한 후보가 당선되어야 합니다. 수년간 몇 번의 간담회만을 진행하고 이를 '소통했다'라고 자위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개원의와 봉직의, 교수, 전공의, 공보의 모두가 투표에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의사협회의 실무진도 다양한 직역의 사람들을 영입하여 형식만 갖춘 통합이 아닌 진짜 의료계의 통합을 이끌 수 있는 리더가 나오길 기대합니다.
너무나 진부하지만, 다시 한 번 빼먹어선 안 될 한 문장으로 훌륭한 후보님들께 감히 조언 드리며 이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회장이라는 권한을 자신의 입신양명에 이용하지 않고, 모든 회원의 염원인 '왜곡된 의료정책 개혁'을 올바른 방법으로 이끌어 주고 이를 회원들과 함께 소통하는 그런 회장이 나오길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