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미국 캘리포니아주가 코로나19을 팬데믹에서 엔데믹(풍토병) 전환을 선언한 가운데 태국 정부도 엔데믹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의 변이 발생으로 치명률이 낮아지면서 백신과 치료제를 통한 감염병 관리가 어느 정도 가시화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국내에서도 작년 11월에 도입한 방역패스를 4개월만에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코로나19 바이러스와의 전쟁이 승리까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공존하는 방향을 모색했다는 편이 맞을 것 같다.
국민 대다수는 환호하는 분위기지만 꼭 그렇지 않은 곳도 있다.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코로나 팬데믹 상황은 누구에겐 악재였지만 '특수'를 누리던 다른 누군가에겐 호재였다는 뜻이다.
개발 선언만으로도 주가가 요동쳤던 제약사, 바이오업체 입장에선 코로나19 상황은 나쁘지만은 않은 기회였음이 틀림없다.
국내에서만 1월 28일 기준 식약처가 임상시험을 승인한 코로나19 치료제 및 백신은 총 39품목이며 이중 치료제는 28품목, 백신은 11품목에 달한다.
치료제 중 국내 개발 치료제는 21품목, 이 중 14품목이 현재 임상시험 진행 중이고 백신 11품목 중 국내 개발 백신은 10품목이다.
상용화에 가장 앞서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유바이오로직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백신 임상이 여전히 1/2a상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해외 업체들의 치료제 및 백신이 상용화된 마당에 국산 품목들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용화 시기와 씨름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상용화된 mRNA 기반 백신 및 항바이러스 치료제의 예방률은 90%를 넘어설 정도로 국산 업체들이 상용화 성공 후에도 맞서 싸우긴 벅차다는 게 중론이다.
오미크론 변이 발생으로 치명률과 중증 발현이 현저히 적어진 마당에 당장 임상 대상자 모집도 관건으로 떠오른다. 2년간 임상 대상자 모집에 난항을 겪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코로나 누적확진자 300만명 시대에 상용화 시기는 늦어도 너무 늦었다.
재단을 만들어 감염병 대응에 앞장섰던 빌게이츠는 오미크론을 두고 T세포와 B세포 등 면역을 만들어 주는 '자연 백신'이라며 변이가 백신이 했던 것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백신에 대한 수요는 없는데 남은 백신이 넘치고 있다는 언급도 곁들여서.
이제 백신 특수를 어떻게 자산으로 남길 것이냐는 숙제가 남았다. 임상을 주가 부양책으로 활용했던 기업들과 달리 임상에 진심이었던 기업들은 코로나 상황과 상관없이 백신 개발 완수를 강조하고 있다.
언제든 비슷한 팬데믹이 발생할 때 이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플랫폼 기반 기술 획득으로 향후 백신 개발 대응 속도를 높일 수 있으리란 판단 때문이다. 결국 어떤 기업이 백신/치료제 개발에 진심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가서야 알 수 있을 것이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인 인생사처럼 코로나19도 관점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코로나19 특수에 웃었던 기업들 중에 수 년 후에도 계속 웃을 수 있는 기업이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