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대유행 정점 타고 병‧의원 처방량 한계 봉착
알레르기 시즌과 겹칠 시 품귀 현상 장기화 우려 팽배
오미크론 확산으로 하루 코로나 신규 확진자가 40만명을 넘어서면서 일선 병‧의원에서 감기, 기침 등에 주로 처방되는 진해거담제 품절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급기야 정부가 나서 병‧의원에 진해거담제를 비롯한 '해열‧진통소염제'의 대체 조제를 권고하고 나설 정도.
지난 2년간 코로나 대유행이 지속되며 처방량이 급감해 매출 추락을 우려하던 진해거담제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이제는 제약사가 공급량을 버거워할 정도로 품귀 현상이 벌어지는 반전이 일어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오미크론 대유행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4월 알레르기 철이 도래할 경우 진해거담제 처방 급증 시기가 겹쳐 품귀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진해거담제도 '마스크‧진단키트' 사태 재현하나
19일 의료계와 제약업계에 따르면, 내과와 이비인후과‧소아청소년과 중심으로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진해거담제 처방이 급증한 상태다.
이는 오미크론의 증상이 기침, 가래를 동반한 감기와 비슷한 만큼 일반의약품과 함께 상기도감염 등에 처방되는 전문의약품인 진해거담제 처방이 늘어난 것이다.
실제로 취재 결과, 의료현장에서는 진해거담제 처방 시 인근 약국들의 재고 현황을 파악해 처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근 약국들과 협의해서 재고가 남은 호흡기계 질환 품목만을 처방하는 것이다.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김주한 의무이사는 "의원에서 직접 하는 처방은 인근 약국 진해거담제 재고 현황을 파악해 처방하고 있다. 대부분 품절"이라며 "재택치료도 담당하고 있어 거점약국도 이용을 하고 있는데 그쪽도 마찬가지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는 "약국마다 부족한 제품의 상황이 다르다 보니 처방을 내는데 헷갈리고 어렵다"며 "제약사에서 전해 듣길 거의 6개월 치 재고가 나갔다는 말이 들린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복지부가 나서 해열‧진통제 관련 병‧의원에 대체조제를 안내하고 나선 상황.
복지부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DUR 시스템을 통해 중복 처방 중인 의약품의 경우, 기존 잔여 의약품을 감안해 처방할 것을 주문했다. 가령, 5일분 처방 시 DUR 등으로 해당 의약품 3일분이 중복으로 확인된 경우 2일분만 처방하도록 안내했다.
제약업계의 물량 공급 한계에 따라 정부가 나서서 처방에 있어 조절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장기화 과정을 거치면서 발생했던 마스크나 진단키트 품귀현상이 생각날 정도다. 벌써부터 의료계 안팎으로는 이 같은 사태가 재현할 지 모른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한내과의사회 곽경근 총무이사 역시 "호흡기계 질환 대부분 약제는 물량 공급에 한계가 있다"면서 "진통소염제는 그나마 처방에 문제가 없지만 진해거담제는 없어서 처방을 못 한다. 약국에서 해당 약품 처방 시 없다고 바꿔 달라고 할 정도로 그야말로 품절"이라고 현상을 설명했다.
보릿고개 버틴 진해거담제, 이제는 품절 장기화 걱정
진해거담제를 생산‧공급하는 국내 제약사들도 덩달아 의료현장 처방량을 맞추기 위해 공급라인을 총동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국내 진해거담제 시장은 최근 몇 년 동안 아이비엽과 황련 성분을 조합한 천연물의약품인 시네츄라(안국약품)와 함께 디히드로코데인 성분의 진해거담제 코푸(유한양행), 코대원포르테(대원제약) 3강 체제를 유지해왔다.
눈에 띄는 점은 진해거담제 주요 품목들은 지난 2년 간 코로나 장기화 사태를 거치며 소아청소년과, 이비인후과 등 내원환자 급감으로 매출이 추락했다는 점이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진해거담제 시장 1위인 안국약품의 시네츄라의 경우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약 330억원대였던 매출이 2020년과 2021년 각각 218억원, 178억원으로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호흡기계 특화 제약사를 표방하며 진해거담제 시장 강자로 등장한 대원제약의 주요 품목도 마찬가지였다. 코대원 포르테의 경우도 239억원이었던 매출이 2년 새 115억원으로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나마 2020년 하반기 출시한 코대원 에스가 84억원의 처방액을 기록하면서 해당 시장에서 '코대원 패밀리'로 선두자리를 차지했다.
하지만 오미크론 대유행을 거치면서 진해거담제 존재감이 커지면서 이제는 물량 공급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해 한 달 처방액에 달하는 공급량을 현재는 하루 만에 생산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
갑작스럽게 병‧의원 처방량이 급증하면서 2월 중순 혹은 3월 초부터 공급라인을 총동원하고 있지만, 도매사와 택배 공급 과정에서도 한계에 봉착하면서 의료현장에서 품귀현상을 부채질 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국약품의 경우 한 때 시네츄라 '품절' 사태를 맞이했지만 현재는 생산라인을 총동원해 물량을 공급하고 있으며, 대원제약도 이른바 '코대원 패밀리'로 불리는 진해거담제 생산으로 분주한 상황.
익명을 요구한 국내 제약사 관계자는 "진해거담제 공급 요청을 생산라인이 맞춰주질 못하고 있다. 영업사원들이 처방 현장 의견을 받아 진해거담제 생산량 증가를 원하고 있지만 따라가지 못하는 형국"이라며 "여기에 시럽제는 부피가 커 도매와 택배사의 입고 처리에 한계가 빚어지면서 공급에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일반 급성상기도감염은 3일 처방하던 것을 오미크론 치료에는 5일~7일까지 처방하는데다 정부가 약값을 지원하다보니 공급량은 배가 된다"며 "일부 제약사는 진해거담제 공급이 원하는 만큼 이뤄지지 않자 도매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약국과 직거래 라인을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오미크론 대유행 정점이 지나고 있는 가운데 4월까지 상황이 진정되지 않을 시 진해거담제 장기간 품귀현상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또 다른 국내사 관계자는 "오미크론 대유행과 4월 봄철을 맞아 알레르기 환자 급증 시즌이 겹친다면 진해거담제 품귀가 장기화 될 수 있다"며 "보건당국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언제 오미크론 대유행이 진정될지 모르지 않나. 4월 봄철이 진해거담제 처방액 급증 시기인데 겹칠 수 있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