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코로나 백신 개발 등 임상 효율 향상에 활용
비용절감, 환자 모집 개선 넘어 임상 축 자리매긴 전망
코로나 대유행을 기점으로 더욱 주목받고 있는 분산형 임상시험(Decentralized Clinical Trial, 이하 DCT)이 전통적인 임상시험을 얼마나 대체할 수 있을까?
DCT가 전통적 임상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어렵다 하더라도 신약개발 실적을 쌓아올리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임상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 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21일 '분산형 임상시험 : 장점과 사례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DCT가 가진 장점과 역할을 살펴봤다.
전통적인 임상시험은 의료기관에 직접 임상시험 대상자와 연구자가 방문해 수행됐지만 코로나로 대면방식의 임상시험 수행이 어려워지면서 DCT의 활용이 각광받았다.
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코로나 대유행 초기에 임상 연구 등록이 약 70% 감소해, 임상시험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웨어러블 기기 또는 모바일 기기를 활용해 임상 데이터를 수집하고, 시험약을 우편으로 배송하는 등 임상시험 대상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더라도 임상시험이 가능한 DCT의 활용이 대두된 셈이다.
가장 대표적인 DCT의 사례는 모더나의 코로나 백신(mRNA-1273) 개발이다.
모더나는 코로나 대유행 상황에서 임상연구의 효율화와 가속화를 위해 임상연구를 위한 클라우드 기반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디데이터(Medidata)의 전자 자료 수집(EDC)과 전자 임상 결과 평가(eCOA), 위해성 기반 모니터링 솔루션(CSA) 등을 활용해 임상시험 대상자를 빠르게 모집해 단기간 내에 제품개발을 완료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DCT 임상은 특정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임상시험 대상자가 디지털 기기를 통해 연구자와 소통할 수 있기 때문에 임상 대상자를 빠르게 모집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이는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및 등록은 임상시험 과정 중 시간적으로 소비가 큰 단계인 경우가 많으며 약 80%의 시험이 초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는 점과 3상 대상자의 최대 40%가 참여를 끊고 연구를 중단한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DCT가 연구의 지속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다만, DCT임상이 코로나 대유행 상황을 통해서만 활용 폭이 넓어진 것은 아니다. 지난 10년 전부터 다국적제약사를 중심으로 DCT의 활용은 꾸준히 시도돼 왔다.
그 중 2011년 화이자의 과민성 방광 치료를 위한 톨터로딘(Tolterodine)의 임상4상 시험(REMOTE)이 선도적인 사례로 꼽힌다.
REMOTE 시험은 임상시험 대상자가 의료기관에 방문하지 않고 웹 기반으로 임상시험 대상자 모집 및 데이터 수집을 수행한 한 최초의 무작위 임상으로 주요 목표 중 하나는 가상 시험 설계가 미래 시험을 수행하는 가능한 방법인지 결정하기 위해 디지털 접근 방식을 기존의 4상 임상 연구와 비교하는 것을 포함했다.
당시 REMOTE의 임상시험 결과는 웹기반의 DCT 방법이 전통적인 임상시험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줬으며, DCT 방법이 안전하고 효과적임을 입증했다.
실제 화이자 강성식 부사장은 한 심포지엄에서 화이자의 가상임상시험(Virtual Clinical Trials)은 2011년에 처음 시작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7%를 기록했으며 지난 2019년부터 2020년까지는 약 77% 성장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는 "이전에는 DCT에 대한 규제가 준비가 안됐지만 이제는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기 시작했고 이를 어떻게 잘 적용할지 지침도 등장하고 있다"며 "웨어러블 기기나 가정에서 할 수 있는 검사 기술들이 점점 발달하거나 데이터를 전송하고 가공하는 기술 발전 역시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강 부사장은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에 대한 비용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데 DCT가 이를 타계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언급되고 있다"며 "환자가 임상의 중요한 축임에도 의견이나 편의가 고려되지 않았던 부분도 개선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화이자 이외의 사례를 살펴보면 GSK의 PARADE (Patient Rheumatoid Arthritis Data from Real World) 연구를 말할 수 있다.
GKS는 지난 2016년 류마티스 관절염 신약 개발에 대한 통찰을 위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과 생체신호 측정 센서를 바탕으로 리얼 월드 데이터(RWD, real world data)를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 신약 개발 프로세스를 개선할 계획이라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DCT가 향후 미래 임상의 중요한 한 축을 맡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현재 국내 상황을 보면 실제 현장에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제한점이 많은 상태다.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사회적인 규범이나 법에 대한 규정의 문제다. 데이터 개인정보 보호법이 일단 성장을 막고 있고 정말 충실하게 환자의 의견이나 동의하에 진행되는지 확인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신뢰의 문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또 새로운 장비를 이용해서 만들어진 자료를 기존의 의료시스템과 어떻게 접합시킬지 그리고 장치의 회사가 다를 경우 이를 어떻게 표준화 시킬지 여부도 임상 질 관리와 관련해 중요한 이슈이다.
한국바이오협회는 "DCT의 한계도 존재하지만 가진 장점은 몇 가지 적응증을 중심으로 신약개발 과정을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며 "국내에서도 DCT가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정부의 전향적 규제 개선 및 임상 솔루션 개발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