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형우 과장, 비대면진료 제도화 세미나서 방향성 공유
비대면 특화 의원·약국 금지 가능성 시사…처방조제 건수도 제한
보건복지부가 현재 비대면 진료 시장에 난립하고 있는 '플랫폼'을 제도화 과정에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복지부 고형우 보건의료정책과장은 26일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와 대한민국의학한림원이 주최한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방향을 주제로 한 세미나에서 실제 설계하고 있는 방향성을 공유했다.
고 과장에 따르면 2020년 2월 한시적으로 전화 상담 진료를 허용한 이후 485만건의 비대면진료가 이뤄졌다. 지난해 코로나 환자의 재택치료를 동네의원으로 확대하면서 528만건의 전화 상담 진료가 있었다. 약 1000만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진 것.
고 과장은 "기본적인 방향은 의료사각지대에서 취약계층의 상시적 질병관리를 위해 보건의료정책적 관점에서 제도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라며 "의료전달체계에 부합하도록 1차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추진하고 병원급의 예외적 참여에 대해서도 검토할 것"이라고 운을 뗐다.
또 "현재도 비대면진료 수가가 대면진료 수가에서 30% 가산을 하고 있어서 더 높다"라며 "책임 소재는 원칙적으로 대면진료와 같아야 한다. 중과실이나 고의가 있으면 의사가 책임져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면책하는 게 원칙"이라고도 했다.
의약품 배달을 허용하면서 시장에 난립하고 있는 플랫폼 업체에 대해서는 보다 엄격한 시선이었다.
고 과장은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플랫폼 업체에 대한 부분은 직접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다"라며 "대면진료를 어떻게 비대면으로 잘 구현하는가에 대해 제도화하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플랫폼 위주로 바뀌는 게 아니라 환자 선택권과 의사 진료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자 선택권과 의사 진료권 보장을 플랫폼이 지원할 수는 있겠지만 선택은 의사와 환자 몫이라는 게 복지부 입장이다.
고 과장은 "법 근거를 마련해 환자가 진단, 검사, 처방을 받고 약까지 제대로 배송받을 수 있는 상황을 만들 것"이라며 "처방이나 조제건수도 제한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비대면'만 주력하는 의료기관, 약국 개설 자체를 막을 수 있다고도 했다.
고 과장은 "현재 법으로도 비대면 진료 전용 의료기관, 약국 개설은 위반이며 보건소 등을 통해서 지금도 조치하고 있다"라며 "의약품도 지금보다는 더 많이 제한될 것이다. 전문의약품은 비급여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도 주요 논의 사항"이라고 전했다.
최근 한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등장한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에 대해서도 경계했다.
고 과장은 "전문의약품을 (환자가) 선택해 처방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약사법,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라며 "25일 해당 업체에 법 위반 소지가 높으니 시정하라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업체가 의료 정보를 갖고 있는 것도 불법"이라며 "의료 정보는 의사가 갖고 있어야 하고, 환자가 선택해서 의사에게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의료계는 이미 시장에 플랫폼 업체가 속속 등장하고 있는 만큼 다양한 제도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톨릭의대 김헌성 교수는 '플랫폼'이 비대면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중요한 이슈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미국 51개 주에서 통용되는 가이드라인을 예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기준에 맞춰 '디바이스' 혹은 '플랫폼'을 선택해야 한다.
그는 "한시적 전화 상담 진료에서는 플랫폼 중요도가 사실 없었다"라며 "비대면진료는 커다란 개념이고 디바이스와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의학적 자문, 상담이 주축을 이뤄야 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능한 많은 공급업체에 대한 경험을 가지는 게 좋고 이는 성공과 직결되는 내용"이라며 "적절하지 못한 디바이스와 플랫폼으로 건강관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있다. 디바이스 혹은 플랫폼의 오작동, 끊김, 느림 등은 결국 부정적인 영향을 야기한다"라고 설명했다.
토론회 좌장을 맡은 의학한림원 윤건호 원격의료연구특별위원장도 "현재 비대면진료를 중개하는 업체들이 있지만 수익모델이 없다"라며 "비대면진료를 잘 하도록 환경은 있는데 (수익도 없이) 저렇게 오래 유지되도록 하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기업들이 어떤 형태의 비지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