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병원 마이크로바이옴센터 권계숙 센터장, 표준화 작업 강조
"대변은행 운영 시스템 체계화…마이크로바이옴 신약조합 찾겟다"
중증 궤양성 대장염 환자에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이식하는 '대변이식술(fa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 이하 FMT)'.
치료가 어려운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 이하 IBD)' 등에 차세대 치료법으로 주목받으면서 의학계와 제약업계 모두 다양한 질환에 FMT 치료 효과와 신약개발 가능성을 평가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
최근 들어선 실제 임상 현장에서 치료 성공률이 높은 질환에 FMT을 적용하는 등 중요한 치료옵션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바로 인하대병원이다.
인하대병원은 지난 2020년부터 대변이식과 연구를 전담하는 '마이크로바이옴센터(이하 센터)'를 개소, 국내에서 단일기간으로 가장 많은 FMT를 시행 중이다.
최근 센터 소속 교수진들을 만나 치료옵션으로써 FMT의 가능성을 점쳐봤다.
국내 단일기관 최다 시술 속 이식체계 구체화
지난 2016년 인하대병원은 항생제 유발(클로스트리듐 디피실레) 장염 치료에 FMT를 시행한 후 관련 의료진을 중심으로 장내 세균과 관련된 다양한 질환의 치료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한 임상시험 등 연구를 진행해 왔다.
이후 가능성을 눈여겨 본 의료진들이 의기투합해 센터를 2020년부터 운영하며 350례가 넘는 FMT를 시행했다.
현재에도 월 5~9회의 FMT를 시행하고 있으며 이러한 시술 빈도는 국내에서 단일기관으로 가장 많은 실적이라고.
권계숙 센터장(소화기내과)은 "마이크로바이옴에 대한 지식과 효과적인 마이크로바이옴 교정 기술, 더욱 편리하고 발달된 FMT 기술이 확보된다면 다양한 질환의 치료 효과와 건강 개선 효지를 얻을 수 있으리라 본다"며 "이 같은 기대를 갖고 2020년 경인지역 최초로 마이크로바이옴센터를 개소했다"고 설명했다.
이 가운데 인하대병원은 마이크로바이옴센터 운영을 통한 FMT 시스템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대변은행(Stool bank)도 운영하고 있다.
환자에게 이식할 수 있는 대변 공여자를 찾는데서 부터 대변 공여자가 적절한지 확인하는 검사를, 공여 대변을 이식이 가능한 상태로 처리, 보관 그리고 최종 분양해 FMT가 이뤄지기 까지 일련의 과정을 시스템화 한 것이다.
함께 자리한 박수현 교수(입원의학과)는 "대변은행은 미국 등 다른 나라에서는 이미 활성화 되고 활발한 업무가 진행되고 있는 분야로, 국내에서는 생소할 수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정착한 개념"이라며 "미국 한 대변은행이 최근까지 총 5톤의 대변을 분양했다고 알려져 있을 정도다. 또 대변은행은 연구 목적의 대변과 대변 검체를 보관해 사용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수현 교수는 "현재 엄격한 기준을 통과한 이식가능한 상태의 공여대변 최소 30회 분량이 상시 확보돼 보관 중"이라며 "언제든 환자에게 대변이식이 가능하며, 연구목적으로도 충분히 활용 중"이라고 설명했다.
"FMT 적응증 확대 속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목표"
FMT는 최근 10년 동안 IBD의 차세대 치료법으로 주목받으면서 임상현장에 자리 잡았다.
실제로 IBD의 주요 질환 중 하나인 궤양성 대장염은 FMT를 이용한 치료 효과에 대한 임상시험이 이뤄졌고 최근에는 FMT가 치료법으로 사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센터는 대한장연구학회 산하 마이크로바이옴연구회에 속해 다양한 임상시험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소화기 질환뿐만 아니라 다양한 질환에서의 FMT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겠다는 것이 센터의 장기적인 목표다.
신종범 교수(소화기내과)는 "염증성 장질환, 항생제 다제내성 장염, 항생제 유발 장염 등 소화기질환에 대한 FMT 치료뿐 아니라 미국에서 연구를 통해 보고된 자폐증 환아에서의 FMT 치료 근거를 바탕으로 국내 자폐증 환아에서의 FMT를 통한 증상 개선과 치료의 효과를 확인하는 케이스를 쌓아가고 있다"며 "이러한 연구들은 점차 FMT의 적응증을 넓혀가게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함께 자리한 이정환 교수(입원의학과) 역시 "비만, 당뇨 등 대사질환과 치매, 자폐증, 우울증 등 정신질환, 아토피와 탈모 등 다양한 분야의 의료진과 함께 마이크로바이옴과 질환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고 이를 치료로 연결해 나갈 수 있도록 연구를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는 FMT 적응증을 넓혀가는 동시에 연구로 확인된 유익한 장내 세균의 조합을 캡슐 등과 같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개발 활용하는 것이 센터의 장기적인 목표라고.
추가적으로 대변은행을 확장해 FMT가 치료법으로 인정돼가는 질환에서 개개인의 맞춤의학으로 발전시키는 것도 센터가 가진 장기적 계획이다.
권계숙 센터장은 "국내 최대 FMT 수행 병원으로서 FMT와 연관된 연구 결과물을 공유해 프로토콜을 확립하고, 선두병원답게 표준화 작업을 하려고 한다"며 "특정 질환과 마이크로바이옴의 연관성을 밝히는 기초연구는 물론, 다양한 질병에 적용될 수 있도록 FMT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권 센터장은 "FMT를 위한 이식용 대변의 준비과정을 자동화하는 기기를 인하공대 교수진과 개발 중"이라며 "마이크로바이옴의 의학적 가치를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치료 수단으로 발전시키는데 앞장 설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