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리더들, 의학회 학술대회에서 소통 단절 자성 목소리
직역·과목간 갈등 위험성 공감대 "의료계 고립의 제1 원인"
의료계 내부에서 일고 있는 직역간, 전문과목간 갈등으로 인해 의사들이 점점 더 사회에서 고립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자각과 반성이 필요하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러한 괴리로 인해 의료계가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지고 있는 만큼 일단 소통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것. 아무리 명분이 있더라도 지금과 같이 고립된 상태에서는 힘을 받을 수 없다는 목소리다.
대한의학회는 16일 더케이호텔과 온라인을 통해 첫 통합 학술대회를 열고 의료계가 사회 각 층과 소통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에 대해 논의를 진행했다.
기조강연을 맡은 이진우 연세대 부총장(의학회 부회장)은 "우리나라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사망률을 현저하게 낮게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의료인들의 희생과 헌신이 컸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과연 국민들이 이러한 헌신에도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주는가에 대해서는 생각해 봐야할 문제"라고 운을 뗐다.
이어 그는 "수술방 CCTV 문제에 대해 국민들의 98%가 찬성하고 있는 참담한 현실과 공공의대 등에 대한 이슈들을 보면 분명하게 우리는 사회와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지금 우리 의료계는 소통과 리더쉽의 부재, 분절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덧붙였다.
특히 학술대회에 참석한 의료계 리더들은 의료계 내부에서 일고 있는 직역간, 전문과목간 갈등이 더더욱 이러한 괴리를 벌려놓고 있다고 지적했다.
마찬가지로 코로나 상황에서 민간 의료기관과 의사들이 그렇게 많은 노력을 했음에도 공공의료에 공이 모두 돌아가는 것만 봐도 이러한 문제가 드러난다는 지적이다.
이진우 부총장은 "의료계 내부에서조차 각 직역간에 다른 목소리가 나오고 전문과목별로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으니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의사들의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질 수 밖에 없다"며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그저 다 똑같은 의사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이렇게 의료계 자체가 사분오열되고 내부 소통조차 되지 않다보니 일관된 메시지는 당연히 나올 수가 없다"며 "국민들이 의료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자리에 함께한 다른 의료계 리더들도 마찬가지 자성을 쏟아내며 소통과 공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금과 같이 의료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는 그 어떤 메시지도 제대로 전달되거나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한의학회 정지태 회장은 "어제 한 매체에서 3분 진료 시스템의 우수성에 대한 기사가 나와 매우 당황했다"며 "아마도 다른 시각에서 이를 활용했겠지만 의료계의 가장 큰 문제가 칭찬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의료계를 바라보는 시선이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이에 대한 근본 원인을 살펴보면 결국 의료계 내부에서의 소통 문제, 사회와의 소통 문제, 정부와의 소통 문제 전반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며 "이를 어떻게 풀어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이번 학술대회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전했다.
국내 최고 학술단체인 대한민국 의학한림원 왕규창 원장도 이같은 의견에 힘을 보탰다. 의료계의 분절이 시급히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왕규창 원장은 "의료계 내부에서도 많은 논의들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부분이 각 직역이나 전문과목간에 분절돼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내부에서 소통과 공감을 통해 사회와 정부에 한 목소리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의료계 리더들은 내부 소통을 넘어 사회와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동반돼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지금과 같이 의료계의 주장만 지속해서는 아무도 의사들을 도와주지 않는다는 것이 이들의 공통된 위기 의식이다.
이진우 부총장은 "의료계가 자꾸 각론을 얘기하다보면 이익과 이익의 충돌이 일어날 수 밖에 없고 합의점을 찾기 힘들어진다"며 "상의하달뿐 아니라 하의하달 역할을 인식하며 수평적 소통을 강화하는 리더쉽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또한 최소한 남의 얘기들, 사회의 얘기들을 들어보고자 하는 노력이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며 "의료계의 주장을 의사들의 입으로만 얘기하지 말고 남과 사회를 통해 논의되게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