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신약 크레네주맙 이어 피마반세린도 유효성 입증 실패
임상 전문가 "인지개선 등 평가 요소 수치 변화로 입증 어려워"
치매 신약 크레네주맙의 임상 2상 실패에 이어 알츠하이머병 정신질환 치료제로 개발중인 피마반세린마저 미국 FDA 약물자문위원회가 승인 거부를 결정하면서 중추신경계 신약 가뭄이 지속되고 있다.
치매 신약 아두헬름도 FDA 약물자문위의 만장일치 승인 거부 이후 우여곡절 끝에 작년 허가된 까닭에 약물 자체의 유효성에선 기대감이 한풀 꺾인 분위기. 임상 현장에선 '인지개선'과 같이 주관 및 변수 의존도가 높은 부분이 관련 임상의 태생적 허들로 작용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지시각 18일 FDA 정신약리학 의약품 자문위원회가 알츠하이머병과 관련된 환각 및 망상 치료제 피마반세린에 대한 승인 거부를 결정했다.
피마반세린은 정신분열, 우울증, 기타 신경정신 질환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5-HT 2A 수용체를 우선 표적하는 선택적 세로토닌 역작용제 및 길항제다.
2016년 파킨슨병 정신병과 관련된 환각 및 망상 치료제로 승인된 이후 알츠하이머병에 대해서도 적응증 추가를 진행해 왔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약 30%는 환각이나 망상 등 정신병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문위원회는 투표를 통해 9 대 3의 결과로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 피마반세린의 약효에 대한 설득력 있는 증거를 제공하는 데 실패했다고 판단했다.
자문위원들은 간병인과 임상의의 증언을 참고했지만 신약 개발사 아카디아(Acardia)가 제공한 임상적 증거로는 확장된 적응증에 대한 유효성을 입증하는 데 필요한 임계값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위원들은 피마반세린 관련 HARMONY 임상에 포함된 대상자가 대다수 백인이고 남성이라는 점에서 다양성이 부족하고 26주간의 관찰 결과 정신질환 증상의 현저한 개선을 보여주지만 임상의 설계가 이미 승인된 파킨슨병 치매 환자의 효능에 의해 주로 결정됐다고 판단했다.
FDA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8월 4일 최종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앞서 16일 로슈와 제넨텍이 개발중인 알츠하이머병 신약 크레네주맙도 API ADAD 임상 2상의 중간분석 결과 공개를 통해 실패를 자인했다.
크레네주맙은 베타 아밀로이드 단백질 항체 신약으로 아밀로이드 축적 감소 및 제거 기전을 통해 증상 개선을 노린다.
API ADAD 임상에 포함된 252명 중 2/3 이상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인지 장애를 일으키는 E280A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었는데 크레네주맙 또는 위약을 5~8년 동안 투여한 이후에도 주요 연구 종말점 상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는 나타나지 않았다.
CREAD 임상 3상에 실패한 이후 새로 설계한 API ADAD 임상 2상에서도 추가로 실패하면서 베타 아밀로이드 제거 기전의 다양한 신약 후보군은 물론 새로운 중추신경계 약물 탄생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들었다.
연이은 신약 실패와 관련 임상 현장에선 수치로 증명하기 어려운 중추신경계 약제의 태생적인 허들을 지적하고 있다.
양동원 치매학회 신임 이사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는 약제를 투약한 이후 수치적인 변화를 확인하기 용이한 반면 중추신경계 약제들은 수치를 통한 입증이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치매 등 인지개선 쪽 약제의 유효성은 ADAS-Cog(치매 평가척도)를 활용하는데 문제는 환자 컨디션에 따른 편차가 크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약을 먹어서 증상이 좋아질 수 있지만 위약을 먹어고도 비슷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며 "수면 양, 염증 발현 여부 등 다양한 변수에 의해 인지개선 영역은 영향을 받는데 좋아진 부분 역시 수치적인 변화로 증명이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평가에 들어간 인지개선치료제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예로 들면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약제 복용후 증상이 좋아졌다는 반응이 많지만 이것이 실제 점수에 반영될 정도로 변화량이 크지 않을 수도 있다"며 "좋아지는 정도의 평가가 주관에 의존하기 때문에 임상적인 개선을 증명하기 어렵다는 점이 한계"라고 밝혔다.
현재 FDA의 승인 기조는 처방 가능 약제 옵션 등을 두루 판단하기 때문에 피마반세린 등 약제의 허가 가능성도 제기된다.
양 이사장은 "아두헬름도 두 가지 임상중 하나는 확실히 실패했고 자문위원회도 승인 거부를 제시했지만 FDA는 최종 허가를 결정했다"며 "이는 그 정도로 신약 가뭄에 시달라는 약제 환경을 고려한 결과"라고 말했다.
그는 "임상에서 일부분이라도 유효성이 나타난다면 사용할 적절한 치료제가 없는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이는 중요한 의미"라며 "FDA가 이런 부분들을 전체적으로 감안해 승인한 것이 최근 중추신경계 약물 시장의 상황이기 때문에 실제 승인 여부까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