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세브란스 주관, 종이 대신 휴대전화로 처방전 전송
건보공단, 원주 지역 의료기관 절반 이상 사용이 목표
정부가 주도해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 논의를 시작하면서 건강보험공단이 참여하고 있는 '진료지원 플랫폼 시범사업'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 전부터 '전자처방전' 서비스를 설계해 실제 실행 임박 단계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시범사업 추진 시점과 정부의 제도 추진 시기가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 과정에서 관련 데이터 관리를 건보공단이 선점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진료지원 플랫폼 지원사업은 한국산업기술진흥원(산업통상자원부)이 발주한 '바이오나노 산업 개방형 생태계 조성 사업' 일환이다. 지난해 5월부터 2024년까지 총 44개월에 걸쳐 이뤄지는 사업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약 77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이 중 건보공단은 15억원을 지원받는다.
건보공단이 갖고 있는 환자 건강 정보를 기반으로 의사소통이 어려운 응급환자 등에게 의료진이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건강정보 공유 플랫폼을 개발한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여기서 건보공단은 어디까지나 사업 참여기관이며 해당 사업을 주관하는 곳은 연세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이다.
진료지원 플랫폼은 말 그대로 환자의 검진, 진료, 처방 등 건강 정보를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공해 응급의료 및 의사소통 등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검진, 처방 내역을 의료진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진료지원 플랫폼 사업의 핵심이다.
응급진료에 필수적으로 필요한 데이터 제공, 만성질환 환자의 장기적인 진료계획을 위한 데이터 제공, 입퇴원 환자의 지속적 관리를 위한 데이터 제공, 의사소통이 어려운 고령자/ 소아, 장애인, 치매환자 등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 등이 주요 중점 서비스 내용이다.
QR코드 기반의 전자처방전 서비스도 그 중 하나다. 말 그대로 종이가 아닌 휴대전화로 '처방전'을 주고받는 것이다.
건보공단 빅데이터전략본부 김록영 건강서비스부장은 "현재 의료진은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의약품 내용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기 어렵고, 건보공단의 데이터 만으로는 약 3개월의 시간차가 발생하고 있다"라며 "의료기관의 급여 청구가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진은 응급실로 실려온 환자가 당장 현재 무슨 약을 먹고 있는지가 중요하지 3개월 전 무슨 약을 먹었는지 중요하지 않다"라며 "이 정보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보공단이 그리고 있는 전자처방전 서비스는 의료기관이 알림 톡으로 전자서명 처리된 처방 내역을 환자에게 알리면 환자는 휴대전화에서 처방 내역을 확인하고 건보공단 서버로 전송한다.
이후 건보공단의 애플리케이션인 'The건강보험(앱)'에 접속해 QR코드를 발행 받아 약국에서 보여주면 된다. 약국은 QR코드를 스캔해 건보공단 서버에 저장된 처방 내역을 전송받아 조제를 한다.
김 부장은 "요즘 의료 서비스 제공 과정에서 종이로 출력되는 것은 의약품 처방전 밖에 없다"라며 "종이처방전을 들고 다니다가 개인 정보 유출의 위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기다 약국은 처방전을 의무적으로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기 때문에 별도 공간이 필요하다"라며 "종이 처방전에 대한 불편한 이슈가 계속 있어왔다"라고 덧붙였다.
건보공단은 오는 9월 시범운영을 목표로 중개서버 등 시스템 구축 작업에 한창이다. 올해는 원주세브란스병원과 문전약국 2곳 정도에서 시범운영한 후 2024년까지 원주시에 있는 요양기관에 한해서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원주시에 있는 의료기관과 약국 절반 이상 참여토록 하는 게 건보공단의 목표다. 지난해 12월 기준 원주시에는 의료기관은 210곳, 약국은 178곳 있다. 시범사업 대상 확대 과정에서 처방 데이터 중개 서버 구축, EMR 연동 등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해 있는 상황이다.
김 부장은 "전자처방전의 필요성은 의료계와 약계 모두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고, 어떤 형태로 구현할 것인지에 대한 관점 차가 있다"라며 "건보공단은 데이터가 아닌 대국민 서비스 관점에서 요양기관과 환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종이가 휴대전화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복지부 차원에서 공적 전자처방전 도입을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향후 플랫폼 지원 사업 중 전자처방전 서비스 부분의 방향성에 는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