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민 30만 명 이상에 타당하면 보건소 추가설치
"도심은 의료 공백 없는데…무의촌 외면하는 정책"
보건소 추가 설치 기준을 담은 지역보건법 시행령 개정령안 시행이 예고되면서 개원가에서 반발이 나오고 있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일 보건소 추가 설치 기준을 담은 '지역보건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 개정령안은 이미 보건소가 있는 시·군·구라도 인구가 30만 명을 초과하거나, 취약계층 등 지역민 보건의료에 특별히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대통령령에 따라 추가 설치할 수 있다.
이는 종전 시행령으로 정했던 보건소 설치 기준을 법률에서 구체화하도록 한 지역보건법 제10조의 개정에 따른 후속 조치로 오는 18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개원가는 즉각 반발하고 있다. 보건소가 방역 및 질환 예방 업무를 하고 있기는 하지만 진료 업무도 병행하고 있어 지역 개원가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보건소 진료는 대부분 무료이거나 저가로 제공돼 개원가에서 불공정거래라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사실상 지자체의 보건소 설치 제한이 해제되면서 개원가에선 보건소의 진료 업무를 중단하라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내과 개원의는 "정부가 시장 옆에 물건을 공짜로 파는 대형마트를 세운다고 하면 소상공인들이 가만히 있겠느냐"며 "환자가 보건소에서 받은 검사지를 가지고 와서 진료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진료·검사·처방이 일원화되지 않아 생기는 혼란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개원의 역시 "보건소 주변에는 병·의원이 없다. 경쟁 자체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서비스의 질은 둘째치고 진료랑 의약품이 아예 무료인데 경쟁 구도가 성립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상황에서 보건소를 늘리겠다는 것은 개원가를 없애겠다는 소리"라고 반발했다.
대한개원의협의회는 이번 개정안이 필요도가 아닌 수요에 따라 보건소를 늘리는 선심성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지역민이 30만 명 이상인 지역은 이미 개원가가 형성돼 의료체계에 공백이 없을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인구수와 지역민 수요에 따라 보건소를 설치하는 것은 정말 필요한 산간벽지 등 무의촌을 외면하고, 도심에 불필요하게 보건소를 늘리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대개협 김동석 회장은 "인구수가 많은 지역에 보건소를 추가설치 것은 지역민의 표를 의식한 선심성 행정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며 "보건소를 늘리겠다면 불필요한 진료 업무를 중단해야 한다. 과거처럼 정부 관할로 이전해 중앙의 통제를 받으면서 예방접종 및 방역을 좀 더 체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