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칼타임즈-병원협회 공동기획 필수의료 개선 토론회 개최
토론 나선 패널 "수가 정책 만으로는 답 없다" 한목소리
"필수의료 강화, 윤석열 정부 대표 의료정책 추진" 제안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의료계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필수의료'. 의료계와 정부는 정책 추진의 핵심이 인력수급의 지속가능성이라는 데 뜻을 모았다.
윤석열 정부 출범 때부터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이를 국가적 과제로 삼고 전략을 다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메디칼타임즈는 대한병원협회와 30일 서울 코엑스에서 '필수의료 강화 방안 어디로 가야 하나'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토론은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윤동섭 병협 회장은 "의료기관 사이 경쟁이 아닌 공공병원과 민간병원이 어우러진 의료체계 속에서 의료자원의 효율적인 배분과 협력체계를 보다 촘촘하게 설계해 유기적인 시너지 효과가 생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토론회에 참석자들은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인력 수급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라기혁 대한중소병원협회 수석부회장은 "앞으로 미래가 문제"라며 "10~20년이 지나고 나면 필수응급의료나 중증의료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은 은퇴할 것이다. 그 뒤를 이어줄 필수의료 담당 의사나 진료인력이 필요할 텐데 이는 단순히 의사 정원을 늘린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산부인과에서 산과보다는 부인과를, 신경외과도 뇌혈관보다는 척추를 선택하는 현실"이라며 "기피 분야는 야간 휴일 상관없이 온 콜 및 당직을 서면서 중환자를 상대해야 하는데 현재 우리나라 시스템은 이에 대한 보상책이 없다. 젊은 의사가 사명감만으로 필수의료를 담당할지 의문스럽다"고 토로했다.
젊은의사의 시각도 마찬가지.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장은 "사명감을 강요하는 시대는 끝났다"라고 잘라 말했다.
강 회장은 "필수의료 기피는 기성세대에 대한 청년세대의 사실상 파업이라고 본다"라며 "보건경제학 기본 원리 중 인센티브가 영향을 미친다는 게 있다. 기본 원리에 부합하지 않기 때문에 젊은의사들이 기피과에 지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의료계에 투철한 사명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사회적 분위기가 워라밸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라며 "의료계도 여기에 발맞춰서 제도를 다시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력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필수의료 해결책은?
인력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다양한 해결책이 제시됐다.
라 부회장은 "지역에서 의료자원의 협력체계, 즉 네트워크를 구축 운영해야 한다"라며 "질환별 해당 중증응급환자 발생 시 진료가능한 인프라 정보 체계화 및 연계, 지역 응급수술 인프라 확충을 위한 국가 차원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역단위별로 필수의료를 담당할 수 있는 툴을 확인하고 그들이 부족한 곳은 정부에서 인력을 고용해서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도 더했다.
강 회장은 "전문의가 병원에 더 많아야 한다"라며 "그냥 수가 인상만 하게 되면 병원은 여력이 있어도 전문의 채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 최소한의 전문의 채용 기준이 있어야 한다. 대전협은 입원전담전문의 채용을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0~40년 동안 전문의로서 살수 있는지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필요하다고 했다.
강 회장은 "전문의 취득 후 커리어 전반에 걸쳐 필수의료인 근로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며 "전주기적 관점 없이 특정 정책만 시행하는 것은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필수의료인이 적자 수술, 수술 실적, 매출에 대한 인센티브 압박에서 비교적 자유로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의사협회는 실제 정부 주도 필수의료협의체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의료분쟁특례법 제정 등 의료현장의 법적 분쟁 부담 해소 ▲필수의료 분야 일차의료 활성화 및 인력양성 등을 제안한 바 있다.
의협은 "지역사회에서 필수의료가 원활히 제공될 수 있도록 필수의료 종사자, 필수의료 제공 기관, 필수의료 지원기업 등에 대해 국가 및 지자체의 강력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방향을 설정했다.
이상운 보험정책부회장은 "선의의 의료행위 제공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의료사고에서 형사책임을 져야 하는 현실은 문제가 많다"라며 "의료인에게 특혜를 달라는 게 아니라 안전하고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든든한 배경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또 "의사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켜야 할 필요성이 있다"라며 "국가와 의료계 모두 노력해서 존경받는 의사상 회복이 필수의료를 살리는 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정부 출범 5개월째, 필수의료 그림도 없다" 쓴소리
지난 정권의 보건의료 정책 추진 과정에서 대국민 소통에 앞장섰던 여준성 청와대 전 사회정책비서관은 정무적인 측면에서 '필수의료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필수의료 강화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 상품이 돼야 한다는 것.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필수의료 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으며, 새 정부 출범 당시 내세운 110대 국정과제에도 '필수의료 기반 강화 및 의료비 부담 완화'를 제시했다.
이 같은 기조가 단순히 공약, 과제에서 끝날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의 '4대 중증질환 보장성강화', 문재인 정부의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문재인 케어)'처럼 대표 정책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게 여 전 비서관의 주장이다.
여 전 비서관은 "문재인 케어가 발표된 게 2017년 8월이다. 선거 후 인수위원회도 없이 정부가 출범했지만 상대적으로 빨리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라며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었고, 이미 준비가 돼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의 후보 시절에는 필수의료 국가책임제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축소, 후퇴한 듯한 느낌"이라며 "윤 정부가 들어온 지 5개월째, 인수위까지 하면 7개월째인데 아직 필수의료 강화에 대한 그림도 잡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정권 초기 6개월이 가장 중요하다. 핵심 정책에 대한 의지가 강할 시기이고 부처 장악력이 가장 큰 때다"라며 "날림으로 특정 질환, 특정 진료과, 수가 정책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말고 장기적, 종합적인 계획을 세우며 이 문제를 갖고 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여 전 비서관도 필수의료는 곧 '인력정책'이 돼야 한다고 봤다.
그는 "수가 정책만으로는 인력의 수도권 집중으로 나타날 수 있고 대학병원 인력이 중소병원으로 이탈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종합적인 인력정책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했다.
복지부가 그리고 있는 필수의료 그림은?
현재 복지부는 26개 의학회 의견수렴, 심뇌혈관센터 방문 등을 거쳐 필수의료협의체 등을 만들어 관련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복지부 차전경 보건의료정책과장은 "중증이나 응급질환을 우선해서 보고 있다"라며 "시급해서 바로 해결하지 않으면 생명에 지장을 주는 의료서비스, 저출산 등으로 수요가 줄어서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경우 두 가지를 필수의료로 보고 있다. 그 안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크게는 수가가 먼저 나올 것 같다"라며 "특히 수술, 응급, 중증고난이도 시술이 다른 검사 보다 수가가 낮다는 문제 제기가 있어 고민을 깊이 하고 있다"라며 "이외에도 지역 인프라, 인력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단순히 수가 정책을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끝내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차 과장은 "지역 의료 인력 자원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배치하는 문제가 선행돼야 하고 인력은 어떻게 배치를 잘해서 필수의료의 인력이 사명감을 갖고 명예스럽게 일할 수 있게 만들어주냐 검토해야 할 것 같다"라며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거버넌스를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