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의료연구원 신채민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단장
"의료 인공지능 등 선진입 통로 확대…RWD 기반으로 충분"
"개선된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을 활용할 경우 빠르면 80일 안에 우선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렸어요. 충분한 잠재력을 증명한 기업이라면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의료 인공지능(AI)과 디지털치료제(Dtx) 등 혁신기기로 분류되는 기술에 대해 잠재력만을 인정해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이른바 혁신의료기술평가 개선안으로 절차와 평가 기준을 크게 간소화해 우선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통로를 넓힌 것. 잠재력만 있다면 일단 시장에 나가 유효성을 입증하라는 의도다.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범 정부적으로 이뤄지는 대대적인 프로젝트지만 결국 핵심은 보건의료연구원에 있다.
혁신의료기술 평가에서 신의료기술평가까지 이어지는 건강보험 급여권 진입 과정이 모두 보건의료연구원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총괄하는 신채민 신의료기술평가사업본부장을 만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실제로 이 제도가 기업들에게 어떠한 혜택으로 돌아가는지를 자세히 들어보기 위해서다.
신채민 본부장은 "지난 7월 바이오헬스 규제 혁신 중 하나로 대통령이 직접 혁신 의료기기 규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며 "신속하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평가 기간을 단축하고 항목을 최소화하는 것이 골자"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에 따라 혁신의료기술평가에 대한 규정 개정을 통해 평가 기준과 절차를 간소화하고 통합 심사 기반을 갖춘 새로운 트랙이 만들어지게 됐다"며 "빠르면 80일만에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것이 주요 방향"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번 개선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의료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디지털치료제 등 비침습적 혁신의료기술에 대해 절차와 기준을 대폭 간소화해 최대 120일 내에 시장 진입이 가능하도록 한 부분이다.
또한 통합심사제를 신설해 마찬가지로 비침습적 혁신의료기술의 경우 의료기기 인허가와 혁신의료기기 지정을 최대 80일 내에 끝내는 트랙도 새롭게 마련했다.
신채민 본부장은 "또 하나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과거의 경우 안전성과 유효성, 잠재성에 대한 통합적 평가가 이뤄졌다면 이제는 안전성과 잠재성만 증명하면 곧바로 트랙에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동안 잠재성을 충분히 인정받았지만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어려움을 겪었던 기업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기회가 생긴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특히 과거 혁신의료기기를 일단 인정받은 뒤에야 혁신의료기술 신청이 가능했지만 개선안을 통해 연계 통합 심사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며 "준비된 기업들의 입장에서는 한번에 트랙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된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연구원은 과거 혁신의료기술전문위원회를 거쳐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상정된 뒤 안전성·유효성 평가 소위원회와 잠재성 평가 소위원회를 지나 다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서 최종 트랙을 결정하는 구조를 완전히 개편했다.
혁신의료기술전문위원회에서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로 곧바로 안건이 상정돼 혁신의료기술 대상 여부를 곧바로 도출할 수 있게 간소화한 것이다.
신채민 본부장은 "개정안에 따른 트랙을 활용하면 불과 몇 달만에 혁신의료기기와 혁신의료기술로 인정받게 되고 이를 통해 우선적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게 됐다"며 "이를 통해 3년에서 5년까지 비급여나 선별급여로 시장성을 확보하며 유효성의 근거를 쌓아가는 기회를 얻게 된다"고 전했다.
또한 그는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없는 기술에 대해서는 임상적 근거를 성실히 만든다는 조건 아래 일단 시장에 나갈 기회를 주자는 취지"라며 "한마디로 조건부 신의료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보건의료연구원은 지금까지 신의료기술평가에서 지속적으로 고배를 마셨던 의료 인공지능 등이 시장에 나설 수 있는 충분한 통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혁신 기술이라는 한계성으로 문헌 고찰 등 근거 마련이 쉽지 않으며 1년여가 소요되던 평가 기간으로 인해 혁신 기술이 '구 기술'이 된다는 기업들의 비판과 지적이 한번에 해결됐기 때문이다.
신채민 본부장은 "지금까지 의료 인공지능 등이 기존 기술로 분류되는 부분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에 대한 민원이 많았다"며 "이제는 안전성만 확보되면 비급여나 선별급여로 일단 시장에 들어올 수 있다는 점에서 준비된 기업에게 큰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그는 "보건의료연구원에서도 혁신의료기술평가 트랙에 올라오면 이후 근거 창출을 위한 방법 등에 대해 충실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원을 지속할 것"이라며 "올바른 근거를 효과적으로 창출해 안정적으로 급여권에 안착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