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석재 응급의학의사회 홍보이사, 진료영역 개척 화두 던져
종합병원 규모 응급 전문의 중환자실 근무 사례 증가 추세 전해
응급의학과 역할이 중환자실로 확대되고 있다.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로테이션으로 중환자실을 관리하도록 하는 종합병원도 늘어나는 추세다.
메디칼타임즈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면서 화홍병원 중환자의학과 과장으로 근무하는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최석재 홍보이사를 만나봤다.
화홍병원은 수원특례시에 있는 종합병원으로, 12명의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번갈아가며 근무한다.
화홍병원 중환자의학과는 4명의 의사가 한 팀으로 있으면서 중환자실을 중점적으로 관리하되, 여유가 있다면 응급실이나 병동을 지원해주는 방식이다. 보조금 없이 4명의 의사를 따로 빼서 유동적으로 활용하는 만큼 병원 입장에선 큰 투자였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최 홍보이사는 "중환자실 출근 후 환자 파악부터 하고 이후 환자 상태가 악화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업무를 한다"며 "중환자의학과라고 해서 중환자실만 보는 것은 아니다. 응급실이 바쁘면 도와주고, 병동에서 문제 생긴 환자들을 올라가서 봐주고, 만약에 중환자실로 내려야 되면 내리는 식으로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 홍보이사는 지난 7월부터 중환자실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다음달, 다시 응급실로 돌아가게 된다.
그는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중환자실은 응급실의 연장선"이라고 답했다.
기존엔 환자가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입원한 뒤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 응급실에 있던 의사들이 중환자실로 이동해 진료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응급실에 공백이 생기는 문제가 있었고 중환자실 역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아예 응급실 의사들이 중환자실까지 전담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최 홍보이사는 "이런 운영방식은 화홍병원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여러 병원이 중환자의학과와 응급의학과를 로테이션해가면서 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며 "본원은 최근 이를 시행했는데, 덕분에 의사가 없어 중환자실 입원이 어려운 문제나 응급의학과 의사가 응급실을 비우고 올라가는 문제가 사라져 안정성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특히 화홍병원은 심뇌혈관질환 등을 가진 중증 응급환자가 내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환자는 수술 이후 관리에도 백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술을 한 의사가 관리까지 맡기는 어려워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이를 담당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응급의학과의 역할이 점점 넓어지고 있는데 이는 시대적인 흐름이라고 본다"며 "과거엔 응급의학과 의사가 많이 배출되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는데, 지금은 오히려 중환자의학과라든지 병동 당직을 응급의학과가 도맡고 있다"고 전했다.
업무에서 오는 차이는 있다고 부연했다. 응급실은 밀려드는 환자들이 신속히 파악한 뒤 퇴원이나 입원, 전원 여부를 결정하는 업무가 주라면, 중환자실은 혈압·맥박·체온 등 환자의 바이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 것이 주다.
코로나19가 완화세라고는 하지만 응급실과 중환자실엔 여전히 확진자가 대부분인 상황을 우려하기도 했다. 특히 노년층 환자의 고통이 심각한데 몸이 약해져 있는 상태여서 주기적인 관리에도 상태가 악화하는 경우가 많고 감염 문제로 면회도 어렵다는 설명이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임종 전 환자의 가족 10여명이 병원에 방문한 일을 떠올렸다.
최 홍보이사는 "코로나19로 가족들의 얼굴도 못 보고 돌아가시는 환자가 많은데, 이 환자는 격리 기간이 끝나 밖으로 나온 분이었다"며 "하지만 상태가 안 좋아져 사망 직전이 됐는데, 이 사실을 알리니 10여명의 보호자가 모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왔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손 한 번 못 잡고 가면 상심이 클 것 같아 자녀분들을 중심으로 대여섯 분만 면회를 시켜드렸다"며 "코로나19 유행세 당시 확진자 장례절차가 어땠는지 아는 분들이다 보니, 임종을 지킬 수 있게 배려해줘 고맙다는 말을 들은 일이 기억난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 "응급실은 준비되지 않은 죽음이 대부분이어서 보호자의 슬픔을 위로하는 게 큰데, 중환자실은 가족들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를 한 상태인 경우가 많다"며 "이 또한 응급실과 중환자실의 다른 면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중환자실에서 개선이 필요한 부분으로는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지목했다. 종별구분 없이 간호사 이직률이 굉장히 높은데 이 때문에 현장 인력의 숙련도가 높아질 틈이 없다는 우려다.
더욱이 간호인력 임금이 통상대비 3배가량 높은 코로나19 전담병원이 등장했고, 이곳으로의 유입이 심화하면서 기존의 시스템이 깨졌다는 지적이다.
최 홍보이사는 "중환자실뿐만 아니라 응급실도 같은 문제를 가지고 있다. 업무역량이 가장 뛰어난 시기는 3~6년 차인데 이 시기까지 남아있는 간호사는 소수"라며 "병동에서 숙련도가 쌓이려면 1년 정도는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이직률 문제가 더욱 심각해져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이를 간호사 탓만 해선 안 된다. 우리나라 간호사는 미국과 비교했을 때 임금이 2~3배 적은데 3교대로 인한 육아의 어려움도 있고 건강이 악화해 퇴직하는 이들도 있다"며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해줘야 간호사들이 현장에 더 오래 남아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관련 경험이 없어 중환자의학과 근무를 고민하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에게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중환자실이 응급실보다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응급실의 연장선으로 응급의학과 수련과정을 거쳤다면 적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최 홍보이사는 "도전하라는 얘기를 하고 싶다. 현재까지 응급실 근무 환경을 계속해서 개선해왔는데 이는 응급실에 안주하지 않고 (진료 영역을)개척해 나갔던 선배들의 역할이 있었다"며 "최근엔 응급클리닉 등 개원가로도 영역을 확장하는 선배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더 좋은 환경을 찾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병원과의 협상도 필요하고 이를 위해선 자신의 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중환자의학과나 병동 당직 등을 두려워 말고 시도해야 한다. 병원이 필요하다면 협상을 통해 적극적으로 얻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