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상대는 젊은의사 집단행동 당시 대전협 전 집행부
"9.2 의정합의 '독단적' 행동 비판 성명서 허위사실 적시" 주장
의사증원 정책에 반대하며 거리로 나온 젊은의사 집단행동이 2년이 넘게 지난 현재, 법정에서 다시 등장했다.
젊은의사 집단행동을 종료케한 9.2 의·당·정 합의 당시 합의서에 서명한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전 회장이 대한전공의협의회 당시 임원을 상대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한 것.
8일 대한전공의협의회에 따르면, 최근 그 소송 결과가 나왔는데 최 전 회장이 '패'했다. 수원지방법원 오산시법원은 최근 최 전 회장이 젊은의사 집단행동 당시 대전협 회장과 부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에서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최 전 회장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를 제기했다.
의료계는 2020년 정부가 발표한 공공의대 설립, 의대정원 확대 등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돌입했다. 이후 최대집 전 회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범의료계 4대악 저지투쟁 특별위원회(이하 범투위)'를 발족해 투쟁에 나섰다. 대전협 박지현 당시 회장은 부위원장을 맡았다.
범투위는 8월 말에 열린 2차 회의에서 '의료계 최종합의안이 마련된 후 진행될 정부 또는 여당과의 협상에 대해 최 전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는 내용을 의결했다. 9월 3일에는 3차 회의를 열고 의료계 최종합의안을 도출했고, 실제 협상 과정에서 최종합의안 내용이 수정될 수 있고 위원장이 재량권을 갖고 행사한다는 내용도 의결했다.
최 전 회장은 바로 여당과 협상을 실시, 9월 4일에는 최종합의안 내용 중 일부가 수정된 상태로 여당과 정책협약 이행합의서를 작성했다.
이 과정에서 범투위 부위원장이자 대전협 수장이었던 박 전 회장과 서연주 전 부회장은 '최대집 회장의 독단적 결정에 대해 해명을 요청한다'는 제목으로 성명서를 작성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최 전 회장은 대전협의 이같은 활동이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며 위자료로 500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최 전 회장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것.
법원에 따르면 범투위 회의록은 의결사항과 투의사항을 구별해 기재하고 있는데, 회의록에서 '최 전 회장에게 전권을 위임한다'나 '최종협상안이 수정되면 최 전 회장이 재량권을 행사한다'는 내용은 의결사항이 아닌 토의사항에 기재돼 있었다.
재판부는 "토의사항에 있는 내용이 의결됐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전권을 위임하거나 재량권을 부여했다고 하더라도 범투위에서 논의된 의료계 최종합의 최대한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허용된 권한이라고 봄이 타당"이라고 밝혔다.
또 "범투위 회의에서는 최종협상 과정에서 젊은의사 비대위 임원 등을 대동해야 한다는 내용이 논의됐는데 최 전 회장은 실제 협상과정에서 그렇지 않은채 협상에 임했다"라며 "박 전 회장과 함께 서명하기로 논의됐음에도 최 전 회장은 이를 지키지 않고 단독으로 서명했다"고 판시했다.
최 전 회장에게 소송을 당한 당사자인 서연주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의대생, 전공의를 포함해 의료계 선후배 모두가 바른 의료, 옳은 가치에 대한 열망으로 나섰던 단체행동이었기에 그 끝이 법적 소송으로 얼룩지는 것이 안타깝다"라며 "서로를 탓하기 보다는 부족한 점을 메워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전 회장이 당시 대전협 집행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대전협은 산하에 꾸린 비상대책위원회가 소송을 지원하고 있다.
1심 소송을 지원한 여한솔 대전협 전 비대위원장은 "의료계 안에서 분쟁이 법적 소송으로 이어진 것이 안타깝다"라면서도 "대전협 비대위는 원만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