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생자 정신심리치료 골든타임 놓친다"…후속 관리 중요성 강조
의협, 정신과 의료기관 연계 강조…"트라우마 극복 최선 다할 것"
이태원 참사 생존자가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건이 벌어지자 의료계가 적극적인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치료를 촉구하고 나섰다.
16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태원 참사 생존자인 고등학생 A군이 최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PTSD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적 방역 체계 마련이 시급해졌다.
대한정신의학과의사회는 PTSD를 겪는 사람들은 사건이 종료 돼도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 상태라고 우려했다. 또 초기 증상인 재경험을 통한 플래시백, 공황발작, 악몽 등이 환경적 요인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중의 비난, 지나친 언론 보도 등 2차 가해가 우려되는 상황도 지적했다. 조사 명목이어도 불필요한 세부사항까지 진술하게 하는 것도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져야 한다는 압박감도 당사자를 힘들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PTSD는 사건 발생 수개월 후나 1년 이상 경과된 후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가 PTSD 고위험군인 청소년이라는 점도 조명했다. 10대는 재난상황을 겪을 시 우울증이 발병하거나 극단적인 행동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문제가 복합애도반응으로 병합될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할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는 것.
정신의학과의사회는 "재난 상황에서의 정신건강 개입은 현재 증상이 심한 사람을 위주로 이뤄져야 한다. 다만 여력이 된다면 고위험군에 해당하는 부상자, 가까운 사람을 잃은 사람 등에게는 더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같은 사건을 겪더라도 PTSD의 위험성이 다르므로 예전에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이나, 기존에 정신질환이 있는 사람, 청소년, 고령, 독신 등 PTSD 고위험군에 대한 심리적 방역 체계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의사협회 역시 트라우마에 대한 집중적인 후속 관리를 강조하면서 의협이 운영하는 진료연계센터에서 관련 지원을 수 있다고 전했다.
의협은 지난달부터 진료연계센터를 운영해 이태원 참사 부상자·유가족의 국가트라우마센터 상담 과정에서 진료가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거나 희망하는 경우, 전문의료기관을 매칭해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현재 107곳의 의료기관이 매칭에 참여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더 많은 의료기관에서 협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의협 이필수 회장은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 극복을 위해선 전문가의 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진료를 적극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이 필요하다"며 "본회 회원들도 참사의 슬픔을 함께 하고 있다. 국민들이 트라우마를 잘 극복해나갈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응원하며 진료에도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