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이지현 기자
대법원이 한의사의 초음파 행위를 허용한 판결로 의료계가 발칵 뒤집혔다.
향후 한의사가 초음파 장비를 활용해 진단을 할 수 있게 된 것도 충격이지만, 해당 판결 내용을 짚어보면 초음파로 오진한 한의사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점 또한 의아하다.
임상 현장의 의사들은 벌써부터 한의사에게 초음파 장비를 허용했을 때 발생할 부작용을 쏟아내고 있다. 일단 무분별한 초음파 검사는 물론이고 환자의 진료비 급증 및 급여화시 건보재정에도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가장 문제는 오진. 사법부는 초음파 장비는 비침습적 장비로 환자에게 위해가 없다고 봤지만 의료진의 오진은 환자에게 치명적 위해라는 게 의료계 공통된 시각이다.
단적이 예로 지난 2016년 한의사협회 김필건 전 회장은 '한의사에게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직접 초음파식 골밀도 측정기 진단을 시연에 나섰지만 잘못된 부위의 골밀도를 측정, 결과를 잘못 해석해 논란을 빚은 바있다.
한의사가 왜 의료기기 사용을 하면 안되는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준 꼴이 된 셈이다. 이후 한의사의 의료기기 허용 요구는 잠잠해지는 듯 했지만 의료계와 한의계간 찬반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 한편으로는 사법부에 의해 보건의료계 쟁점이 정리 당하는 선례를 남겼다는 점에서 안타깝다.
한의사의 초음파 허용 관련한 이번 재판은 의료계와 한의계가 예의주시했던 바. 수년 째 양측이 대립각을 세워온 부분이다.
보건복지부 또한 직역단체간 갈등이 첨예하다보니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만 흘려 보냈다. 그 결과 사법부의 칼날에 정리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런 측면에서 의료계는 진작에 복지부가 가르마를 타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을 제기하고 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번 판례를 시작으로 보건의료계 직역간 갈등이 첨예한 현안을 사법부를 통해 결론지으려는 경향이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보건의료계에는 직역간 논란으로 해결하지 못한 난제가 산적한 상태. 그 판단을 하나하나 사법부의 판단에 맡길 경우 보건의료계 전문가 및 의료현장의 의료진들의 의견은 배제된 채 결론 내려질 수 있다.
의료계는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당장 급한 불을 꺼야 하는 상황이지만 한발 더 나아가 사법부에 의료계 현안을 정리 당하는 전례를 만들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