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기자간담회서 집행부 역점 사업 강조
여전한 저수가에 마약 취급받는 향정의약품…"저항감 없애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가 새 역점 사업으로 국민 트라우마 관리, 수가 개발 및 확대, 마약류 법개정을 강조했다.
19일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2023년 정기학술대회 및 전국운영위원회 기자간담회를 열고 국내 유일 정신건강 전문가단체로서의 영향력 강화를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조근호 정책위원장은 그 일환으로 지난해 10월 29일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여러 사회적 활동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피해자·유가족의 심리적 트라우마 최소화를 위해 긴급성명서를 발표했으며, PTSD 자살추정 사건 등 심리적 방역 중요성이 커진 상황을 강조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내부적으로는 회원을 대상으로 긴급진료체계 안내문을 배포해 사망자 유가족 및 지인, 부상자, 목격자, 구호 활동 요원 등에 대한 진료 패스트트랙 협조체계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총 104개 회원 소속 의료기관이 이태원 사고 의료비 지원 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조 정책위원장은 사회적 참사 재발에 대비하기 위한 정부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역시 정신건강 전문가단체로서 이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설명이다.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는 어떤 사회적 참사에서도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한 우리나라에서 유일한 정신건강 전문가 단체다"라며 "향후 사회적 재난 발생 시 대한의사협회와의 공조 뿐만 아니라 긴급한 심리적 트라우마에 대해 보건복지부 국가트라우마센터와 직접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회적 참사의 심리적 대응을 보다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회원 대상 정례적 재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500여 명의 회원이 참여한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긴급한 대응 시 응대할 수 있는 전국적인 우선 대응 조직망도 구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수가 개발 및 확대 필요성 강조…"원내 조제·검사 인정 못 받아"
새로운 수가 개발 및 확대도 제안했다. 개인정신치료는 2018년 개편된 뒤에도 여전히 현실에 맞지 않는 저수가라는 지적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커지는 만큼 적절한 수가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개인정신치료와 마찬가지로 가족치료 역시 본인부담금을 20%포인트 낮추고, 소아청소년·노인 등 심층상담이 필요한 특정연령군에 대한 가족치료 수가 신설 등, 전반적인 가족치료 수가 인상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것.
독거노인 등 1인 가구가 많아진 만큼, 가족치료 대상자 범위를 가족에서 요양보호사 등 환자 상태를 잘 아는 주보호자까지 넓혀지도록 가족치료 행위정의 변경이 필요하다고 봤다.
정신건강의학과 원내조제 관련 수가 적용도 제안했다. 현재 약사법 상 정신건강의학과는 예외적으로 의사의 원내조제가 가능하다. 하지만 이에 따른 조제료 및 복약지도료에 대한 수가는 인정되지 않고 있다는 것. 의약품 조제 및 복약지도까지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수가가 없다는 것은 매우 불공평하며 빠른 시일 내에 개선되어야 할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신상태검사(MSE) ▲기질 및 성격검사(TCI) ▲전반적 기능평가(GAF) 척도 ▲전반적 발달평가(GAS) 척도 등 새로운 수가 신설도 제안했다.
MSE는 모든 정신건강의학과 환자에게 기본적으로 필요한 검사여서 매 진료마다 이뤄지지만 수가가 없기 때문이다. TCI도 임상에서 매우 자주 시행되고 있지만 수가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GAF·GAS 척도 역시 정신장애·자폐성장애 장애정도를 평가할 때 정부 필수검사항목으로 지정된 검사지만 수가는 없다.
개인정신치료에서의 건강보험적용 횟수 제한을 없애고 내과·소아청소년과·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가산 폐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신용선 보험부회장은 "개인정신치료는 주 2회, 가족치료는 주 1회로 건강보험 적용이 제한돼 있다"며 "이는 명백한 차별이며 이를 없애기 위해 의료급여 환자도 건강보험 환자와 동일하게 개인정신치료는 매일, 가족치료는 주 3회 이상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원의 경우 등급에 따른 정액제를 폐지하고 역시 건강보험 환자와 동일하게 모두 행위별수가제로 전환해야 한다"며 "또한 정부가 연간 843억 원에 달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료 30% 가산 폐지에 대한 100% 보전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면 내·소·정 입원료 가산 폐지안에 대해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마약 취급 받는 향정신성의약품…"기존 관리체계 무너져"
마약류 법개정 필요성도 강조했다. 향정신성의약품, 대마가 관리 효율성이라는 이유로 하나만으로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로 통합돼 환자 불신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재 정신건강의학과는 마약류 통합 관리 시스템(NIMS)을 통해 환자의 향정신성처방내역을 기록하고 전국 의사가 조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향정신성의약품과 마약을 구분하고 불법적인 사용을 막고 있음에도, 용어가 혼동되면서 환자가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는 것. 대한정신건강의학회 역시 이 문제에 공감하고 있는 만큼, 공조를 통해 해결해나가겠다는 설명이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송성용 의무법제부회장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로 의사의 처방하에 안전하게 사용해 오던 약물들이 관리의 효율성을 이유로 무너져 내렸다"며 "이는 환자를 치료에 끌어들이기 위해 신분 노출을 하지 않으면서 중독을 방지하는 통합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그것을 허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불법적 마약과 치료적 목적의 향정신성약물을 하나의 통합된 법률로 묶으면서 정신건강의학과에 대한 이미지가 더욱 나빠졌으며, 환자의 치료저항성이 더욱 커졌다"며 "향정신성의약품을 마약류에서 분리 시켜 주기들 정치권에 간곡히 부탁한다"고 강조했다.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상욱 부회장은 "정신분열병이 조현병으로 바뀌었고 치매도 용어 변경이 논의되고 있다. 마약도 같은 맥락에서 변경돼야 한다. 항불안제·수면제 등 의료용 의약품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한다"며 "일반적으로 환자들은 마약하면 중독자의 개념을 떠올린다. 의료용 의약품은 이런 마약의 개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코로나19 여파로 우울·불면 등 국민 정신건강이 악화한 만큼 지금이 관련 논의를 시작할 적기다. 학계와 함께 이를 입법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김동욱 회장은 "정신건강의학과 오는 것에 상반된 의견이 있다. 치료받기 어렵다는 내용이 있고 취업·진학 등에서 불이익이 우려된다는 의견도 있다"며 "예약제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오해도 있는데 자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당일 예약이 가능한 의료기관이 전국 1500여개 중 80%이른다. 이 같은 낭설을 하나씩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에 대한 개정이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개원가가 살아남아야 국민 정신건강을 일선에서 챙길 수 있는 만큼 수가 개발 및 확대도 논의할 것"이라며 "전문가 그룹으로서 국민 트라우마 관리를 위해 개원의가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하겠다. 또한 전날 의협 임시대의원총회에서 결론 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집행부 결정을 지지하고 의사단체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