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 국회 앞에서 집회 열고 민주당 규탄
"의사vs간호사 프레임 아냐…약소 직역vs간호사 토론회 열어라"
국회 본회의를 앞두고 약소 직역들의 간호법 규탄이 계속되고 있다. 간호법은 약소 직역 반대가 더 큰 사안인데도 간호계는 간호법에 부모돌봄법 프레임을 씌우고 의사들만이 이에 반대하는 것처럼 여론에 호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30일,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간호단독법·면허박탈법 저지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안을 강행처리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 약자를 위한 정치를 해 달라고 촉구했다. 해당 법안으로 간호사가 대부분 약소 직역의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되면서 간호계 업무침탈 문제가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맡은 바 사명을 다하고 있는 약소 직역들의 소외감과 박탈감에 대해, 정치권에서 단 한번이라도 헤아려봤는지 묻고 싶다"며 "간호법은 의료의 대원칙과 기본질서를 근본적으로 무시하는 비상식적인 법안이다. 기존 체제에서 하나의 직역만 분리하여 따로 규정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며 정치적 목적이라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호법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한다는 미명 하에, 다른 보건의료 직역들의 헌신과 희생을 철저히 무시하고 도외시하는, 편향적이고 부당하고 불공정한 악법"이라며 "간호법의 직역이기주의적 속셈이 여과 없이 드러난 상황인데도 대한간호협회는 이를 의사와 간호사의 대립 프레임으로 몰아가면서 약자 코스프레로 대한의사협회에 토론회를 제안해왔다"고 지적했다.
대한임상병리사협회 장인호 회장은 대한간호협회에 보건복지의료연대와의 토론회를 제안했다. 앞서 간협은 의사들이 존엄한 부모돌봄법인 간호법에 반대하고 있다며 의협에 이를 지적하기 위한 생중계토론회를 제안한 바 있는데, 여기엔 진짜 피해자인 약소 직역들이 참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우리 연대는 간협에 역으로 제안한다. 간호사가 지배하려고 하는 대상이자, 간호법으로 인해 생존권마저 위협받는 우리 약소직군들과 공개토론회를 진행하자"며 "간호법이 왜 간호사특혜법인지, 사실에 근거해 분명히 말할 기회를 가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이어 "민주당에 묻는다. 당이 존재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국민의 행복하고 안전한 삶을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게 공당의 역할이다"라며 "우리 보건복지의료인들이 존재하는 이유는 국민건강과 생명이라는 최우선의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다. 결국 민주당과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지향점은 같아야 하는 것이지만 실상은 정반대 편에 서 있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약소 직역 단체장들 역시 이미 현장에서 간호사들에 의한 업무침탈 문제가 심각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상황에서 간호법까지 제정된다면 이들 직역은 고사 위기에 놓인다는 우려다.
대한방사선사협회 이배원 부회장은 "간호법은 간협의 거짓과 눈속임, 집단이기주의와 편협한 논리로 포장된 법이다. 지급도 간호계의 업무 침탈로 현장에 혼란을 가중하고 있다"며 "간협은 지금이라도 의료기사에 관한 법률에서 정의하는 방사선사의 업무 범위를 침범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간협은 전체 보건의료인력의 처우 개선을 위한 보건의료체계 마련에 동참해야 한다. 나이팅게일 선서를 하던 초임을 다시 한 번 상기해 보건의료체계 아래로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대한보건의료정보관리사협회 백설경 회장은 "보건의료정보관리사는 국가시험을 통해 국가 면허를 소지하고 의료 현장에서 의료기록에 기반한 진단명과 질병분류 업무 통계 업무 그리고 국가 통계 생성을 하는 보건의료직종이다"며 "하지만 간호계는 업무 중 의사의 지도에 행해지는 진료 및 보조 업무에 우리 면허에 상응하는 업무도 가능하다고 확대 해석해 우리 직역의 업무를 침탈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렇게 현장에서 뿐만 아니라 이에 상응하는 교육을 받기 위해 수년간 노력하고 공부한 학생들의 앞길도 막아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간호사만을 위한 법인 간호법이 제정되면 법에서 인정한 다른 직역의 업무를 침해하는 문제가 확대될 것이고 그 결과 국가 보건의료체계의 혼란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한응급구조사협회 강용수 회장 역시 "간호사는 단지 의료법이 정한 의료인이라는 이유로 아무런 제한 없이 구급차에 동승해 응급구조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더욱이 간호법은 지역사회를 강조해 응급구조사 고유의 업무를 침해한다"며 "지금도 밤낮 없이 국민 곁에서 소중한 생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 응급구조사들은 각종 응급상황이나 재난 상황 대응에 특성화된 인력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단지 간호사라는 이유로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재난이나 응급상황 등 가장 신속하고 적절한 전문조치가 필요한 현장을 전문화되지 않은 간호사에게 어떻게 맡길 수 있겠느냐"며"간협이 주장하는 간호법은 약소 직역의 전문성을 억압하고 이들의 업무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