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했다. 서울은 더 심각하다. 0.59명을 기록하면서 매년 역대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다.
보건의료계도 예외는 아니다. 3년 앞으로 다가온 초고령사회 이슈에 가려졌을 뿐 인구절벽은 보건의료계에 밀접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계는 비단 의사, 간호사로만 구성되는 것이 아닌 의료기관 행정직원부터 제약사·의료기기 업체, 미디어, 홍보대행사 등 실로 다양한 직군, 직업 형태가 유기적으로 맞물린 구조이기 때문. 아이가 없어 쩔쩔매는 건 비단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양한 계층의 취재원을 만나면서 멀게만 느껴졌던 '인구절벽'이라는 단어를 체감하고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일할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저출산·고령화에 대한 경고는 20여년 전부터 시작됐다. 1.18명을 기록한 2002년은 '정해진 미래'를 경고하는 표지판인 셈. 그간 대다수는 변화의 폭을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점에서 인구절벽을 호들갑으로 평가절하하기도 하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20년 전 저출산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취업 전선으로 나오면서 확연한 변화를 몰고 왔기 때문이다.
며칠 전 만난 모 업체 임원은 턴키 방식의 계약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프로젝트 전체를 일괄 수주하는 턴키 계약을 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인력이 필요한데 이를 감당할 만한 충원이 어렵다고 판단해 포기한 것.
다시 말하지만 이런 문제는 보건의료계도 예외일 수 없다. 그간 논의의 아젠다가 노령 인구 급증과 이에 따른 재정 부담, 그리고 저출산에 타격을 입은 전문과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보건의료 관련 '인력' 수급 문제에도 눈을 떠야 한다는 소리다.
요즘 MZ세대를 두고 "수 틀리면 나간다"는 말을 한다. 이는 IMF를 기점으로 형성된 묵묵히 버티고 인내하는 것이 미덕이었던 시대의 끝을 시사한다.
인구절벽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강도는 점점 강화되는 것이 현재의 '정해진 미래'다. 가고 싶고 일하고 싶은 일터를 만들지 않는 이상에야 지원율 하락과 조직 축소는 예정된 수순.
뇌졸중학회가 지속 강조하는 열악한 근무 조건에 대한 정부 지원 촉구 역시 이런 근무조건에서 일할 후배 MZ세대가 없다는 말을 다르게 표현한 것과 같다. 태움부터 열악한 전공의 근무환경 등을 개선하지 않고선, 개인의 희생에 의존하는 방식의 시스템 운영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다. 변화를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