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준 충주의료원 비뇨의학과장, 지방의료원 향한 배경 설명
주5일 오전‧오후 외래 진료 더해 충북 지역 공공 의료 앞장
국내에서 손꼽히는 서울 내 대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에서 돌연 명예퇴직을 선언하고 필수의료 분야가 열악한 지방의료원 근무를 선택했다.
이 기이한 사연의 주인공은 바로 올해 고려대 의과대학에서 충주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긴 천준 비뇨의학과장.
그렇다면 진료과목 학회 이사장과 회장을 거치는 등 국내 비뇨의학계를 대표하는 그가 돌연 지방의료원에서 근무를 시작한 배경은 무엇일까.
22일 충주의료원 천준 비뇨의학과장을 만나 의대 교수에서 지방 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긴 배경과 최근 변화된 그의 삶을 들어봤다.
'명예교수' 타이틀 과감하게 버리고 택한 지방 근무
올해 초 천준 과장이 고대의대 교수에서 정년이 남은시점에 돌연 사직, 3월부터 충주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긴다는 사실이 알려졌을 때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렸다.
아직 정년이 남은 상황에서 의대교수를 그만두고 돌연 지방 의료원을 자리를 옮긴다는 배경을 둘러싼 궁금증이다. 고대의대를 넘어 국내 비뇨의학계에서도 정년 후 보장되는 '명예교수' 자리를 포기하고 택한 방향이 무엇인지를 두고서 한동안 큰 이슈로 자리했다.
더욱이 연고도 없던 충청북도 충주로 향했다는 이유서 그를 향한 궁금증은 더 크게 작용했다.
천준 과장은 지난 30여년 간 국내 의학계 활동에 있어 보답하고자 하는 생각에서 열악한 지방의 필수의료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방의 열악한 필수의료 상황에 의사로서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자 한 선택이었다"며 "충주의료원을 선택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충청도 지역에서도 충주와 단양, 괴산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필수의료 분야가 열악했다"고 충주의료원을 택한 배경을 설명했다.
천준 과장은 "충주 지역은 3차 상급종합병원에 접근하기가 상당히 까다롭다. 충청도 내 상급종합병원이 위치한 천안과 청주 지역과도 거리가 상당하다"며 "열악한 지방 필수의료 분야에 어떻게 도움이 될지 고민하다 자리를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준 과장은 고향과 같은 고대의대의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천준 과장의 요청으로 고대안산병원 등에서 초음파 기기 등을 기증하는 등 충주의료원에서의 진료활동을 측면 지원했다고.
그는 "비뇨의학과 진료에서 초음파는 기본이다. 최근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갖추고 있다"며 "고대안산병원에서 지난 4월 초음파 기기를 기증받았으며 추가로 한 대 더 받을 예정이다. 이를 통해 초음파 클리닉을 개설하기도 했다"고 강조했다.
"주5일 오전‧오후 외래진료…필수의료 현실 확인"
그렇다면 천준 과장이 충주의료원으로 자리를 옮긴 뒤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까.
주5일 오전‧오후 외래진료는 기본이거니와 충주에 더해 인근 괴산과 단양에서까지 환자들이 찾아오면서 최근 신규 환자가 많이 늘어났다.
지역에 건국대 충주병원 외 대학병원급 비뇨의학과 진료를 보는 경우가 드문 상황에서 천준 과장이 자리를 옮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달라진 현상이다.
최근에는 괴산군 보건소와 협력해 특정일에 해당 지역 환자를 진료하기로 했다.
대학병원 교수로 주3일에만 오전이나 오후에만 외래 진료를 보던 생활에서 완전히 달라진 것.
천준 과장은 "아침 7시 30분에 출근해서 저녁 6시까지 외래진료를 보고 있다. 신규 환자만 30%를 차지할 정도로 환자가 늘었다"며 "100일 넘게 생활해보니 필수의료 상황이 상당히 열악했다. 충주의료원의 경우도 코로나19 유행 당시 비뇨의학과 진료가 이뤄지지 않았었지만 최근 다시 개설해 초음파와 내시경 클리닉을 열었다"고 말했다.
그는 "충주도 그렇지만 인근 괴산군 지역에는 비뇨의학과 의원이 전혀 없다. 인구고령화로 인해 비뇨의학과 진료의 중요성이 커진 상황에서 상당히 열악한 것"이라며 "혼자서 진료를 보고 있는 터라 괴산군으로 지원을 나갈 수 없어 보건소에서 모집해 환자들을 충주의료원으로 내원, 진료를 하기로 했다"고 열악한 필수의료 상황을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천준 과장은 최근 사회적으로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 열악한 '필수의료' 상황을 개선하려면 일선 현실을 확인하는 것부터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제도 개선에 있어 일선 현실부터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과정이 빠져 있다고 본 것이다.
천준 과장은 "현재 필수의료 관련 의대 정원 확대 등 관련 논의에 있어 일선을 제대로 한 번 경험해봐야 한다"며 "숫자로 나온 데이터로만 필수의료 상황을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 지방의 열악한 현실을 파악하고 어떤 점이 문제인지부터 되짚어야 한다"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이어 "필수의료 부족으로 인해 제대로 된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환자들이 정말 많다"며 "지방 공공 의료기관부터 문제점을 파악하고 어려운 환자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현장을 찾아 개선점을 파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토론회에 참여해 앉아서 데이터를 가지고 이야기할 것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