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김승직
모든 국가는 그에 걸맞은 정부를 가진다는 말이 있다. 새뮤얼 스마일스의 저서 자조론에 나오는 말로 정부는 그 나라를 구성하는 개인들을 반영한다는 의미다.
이는 정부 지도자들이 국제사회에서 물의를 일으켰을 때 "국격을 떨어뜨렸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어떤 집단이건 그 대표자는 구성원들의 거울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의사협회를 보면, 의사들은 집행부를 통해 어떤 모습을 투영하고자 하는지 의문이 든다. 집행부가 어떤 성향과 방향성을 가지고 있건 의협 회장은 매 임기마다 탄핵 논란에 휩싸이기 때문이다.
실제 39대 의협 회장인 추무진 집행부 때와 40대 의협 회장인 최대집 집행부 때 모두 각각 2번의 회장 탄핵 임시대의원총회가 열렸다. 37대 집행부를 이끌었던 노환규 전 회장은 아예 탄핵을 당하기까지 했다.
이는 41대 이필수 회장도 피해가지 못했다. 지난 2월 간호법·면허취소법 논란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한지 5개월 만에 또다시 임시총회가 열리게 됐다.
권익단체의 특성을 고려한다고 해도 탄핵이 이렇게 자주 거론되는 집단이 또 있을까 싶다. 명백한 결격사유가 없는 탄핵은 오히려 혼란을 야기해 구성원들의 권익을 해친다.
실제 헌법재판소는 "탄핵은 국정 공백, 국민 간의 갈등 등으로 국익에 반하며 국민이 부여한 민주적 정당성을 임기 중 박탈하는 만큼 중대성을 지녀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또 2001년 내놓은 논문을 통해 "대통령 탄핵소추 제도는 다수당 주도로 남용돼 정치적 불안을 초래할 수 있어 보완장치가 필요하다. 탄핵사유의 확대해석은 정쟁을 불러일으킴으로써 정치적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밝히며 그 요건이 강화돼야 함을 시사하고 있다.
의협 대의원회 운영위원회가 회장 불신임 임시총회를 결정하면서도 회원들이 뽑은 회장을 대의원들이 끌어내리는 것이 적합한지 우려를 표하는 이유다. 이에 비하면 매 회장 탄핵 임시총회마다 수천만 원이 소요되는 것은 소소한 문제다.
의료계 반발이 큰 현안들이 모조리 급물살을 타는 상황에서 현 집행부가 고집하는 소통이 해법인지, 비대위가 주도하는 투쟁이 정답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의협이 다음 임기는 고사하고 임기 중에도 한 가지 방향성을 유지할 수 없다면 협의주체로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
특히 정부 사업에서 주된 의료계 불만은 정권과 함께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논의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정부 입장에서도 의협 회무는 연속성을 장담할 수 없는 업무다.
매번 대통령을 탄핵시키는 국가의 국민이 국제사회에서 좋은 인식을 가질지 수 있을지 생각해볼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