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ESC·ERS, 진단 기준 낮추고 초기 적극 치료 강화
폐고혈압학회 "국내 3제 요법 제한적…최신 연구 반영"
최근 폐(동맥)고혈압 치료와 관련해 초기 적극적인 병용요법이 예후에 긍정적이라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이를 반영한 진료 지침이 많아질 전망이다.
지난해 유럽이 초기 3제에 요법에 손을 들어준 데 이어 국내에서도 조만간 지침을 변경, 초기 신속 병용요법에 무게를 실어준다는 계획이다.
26일 의학계에 따르면 대한폐고혈압학회가 최근 폐고혈압 관련 지침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조만간 공식 발표를 준비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폐고혈압은 폐동맥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를 뜻하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측 심실이 두꺼워지고 비대해져 폐성 심장이 발생하며, 심부전을 야기한다.
우리나라 폐동맥고혈압 환자의 3년 평균 생존율은 절반에 그쳐 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그 원인으로 약제를 순차적으로 추가해야 하는 급여 시스템이 거론된 바 있다.
고위험군에서만 병용치료를 허용하는 것과 달리 초기부터 다약제를 사용하는 글로벌 진료 지침과 궤를 같이해야 한다는 것이 유관 학회측의 주장.
실제로 초기 적극적인 병용 치료가 환자 예후를 보다 더 좋게 한다는 연구가 축적되면서 이를 반영한 지침이 늘어나고 있다.
폐고혈압학회 관계자는 "작년 유럽에서 관련 지침을 개정해서 초기부터 3제를 사용하고 이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국내의 급여 기준이 다소 완화됐지만 지침과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다.
유럽심장학회(ESC)와 유럽호흡기학회(ERS)의 2022년 지침은 평균 폐동맥압(mPAP) 기준을 기존 25mmHg 이상에서 20mmHg 초과로 낮춰 이상 조짐을 보이는 환자를 조기에 진단토록 했다.
이어 낮은 위험도부터 중간 위험도를 보이는 환자의 경우 ERA 및 PDE5i를 사용한 초기 병용 치료를 권장하고 고위험군 환자에서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유사체를 포함한 초기 3제 병용 치료를 고려하라고 제시했다.
국내에선 2022년 2월부터 병용기준이 완화됐지만 아직까지 초기 중증도 이상의 악화 환자에 대한 3제 사용은 제한적이다.
폐고혈압학회 관계자는 "국내 급여 기준도 완화된 것이 맞지만 임상적 반응을 판단하는 기준이 완화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아직까지 3제 사용이 원활하지 않고 추가 때마다 보고가 필요하다"며 "현재는 환자 상태의 악화를 증명해야 다른 약제를 추가로 사용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태가 악화된 다음 약제를 쓰면 예후가 나빠지고 이를 증명하는 연구들이 축적되고 있다"며 "초기 3제 사용이 원활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지침을 개정하고 있고 조만간 이를 발표하겠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초기에 3제를 병용하는 연구를 보면 WHO 기능등급 III~IV단계인 중증의 폐동맥고혈압 환자 19명에서 신속한 초기 3제병용요법의 장기적 효과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 바 있다.
이어 다국적 다기관 이중맹검 위약 대조 임상시험에서 새롭게 발생한 WHO 기능등급 II~III단계의 폐동맥고혈압 환자에서 타다라필을 이용한 단독요법, 암브리센탄 단독요법과 타다라필 및 암브리센탄을 이용한 '초기 신속 병용요법'을 비교한 결과 병용군의임상적 실패가 50% 감소하고 운동 능력 개선, 만족스런 임상 상태의 달성 비율 및 NT-proBNP 수치 개선 등의 임상 결과가 보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