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경제팀 임수민 기자
여당의 참패로 끝난 총선 이후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과 관련해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어 의정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집단사직 등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의료계 집단행동이 본격화되자 매일 오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앙사고수습본부 회의를 열고 브리핑을 개최하며 국민들에게 정부의 대응 상황을 알렸다.
하지만 의료계 지난 4·10 총선 후 계속해서 브리핑을 취소하며 별다른 입장 표명 없이 '묵묵부답'을 이어가고 있다. 15일 브리핑 역시 일정상 진행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비롯한 대통령실 고위급 참모들이 총선에 책임지며 사의를 표해 뒤숭숭한 분위기는 납득 가능하지만, 의대증원 정책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의사와 환자들 입장에서는 답답하기만 한 상황.
의료계는 그동안 2000명 증원 정책을 고수하던 보건복지부의 입장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 전망하지만, 복지부는 우선 표면적으로 의대증원 정책은 원칙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복지부는 의료공백 대응을 위해 진료지원(PA)간호사 증원, 필수의료 수가 인상, 비대면 진료 확대 등 할 수 있는 대책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의료계 설득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총선 결과로 국민에게도 외면받으며 향후 어떠한 논리로 정책 강행을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가 집단적으로 병원을 떠나고 두 달 이상 지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의료공백은 계속되고 있다.
정부는 인근 2차 병원으로 이송, 진료지원 간호사 확대 등으로 의료공백을 방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장 대학병원 진료가 절실한 환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복장 터지는 소리'가 아닐 수 없다.
의료계 역시 어수선한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최근 전공의, 의대생, 교수단체와 합동 기자회견을 열기로 해 단일창구가 마련되는 듯 보였으나 각 주체 간 이견으로 기자회견을 취소했다.
의대 증원 정책과 관련해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갈등만 격해지는 것이다.
의대증원 정책이 등장한 처음부터 일각에서는 '총선용' 정책이라고 주장하며, 특정 당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의료계가 희생양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총선이 끝난 지금 시점에서 정부와 의료계 상황을 살펴보면 의정갈등은 장기전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물론 그동안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과 환자다. 의대증원 정책의 변곡점으로 여겨졌던 총선이 끝난 만큼, 의료계와 정부 모두 각자의 고집을 꺾고 오픈 마인드로 협상 테이블에 앉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