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데들의 얘기다.
지금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지 가늠할 수 없지만 과거에는 술,담배를 해야 '사회적 인간'이 되었다.
"...사람을 사귀려면 술, 담배는 기본이지..." "....사내가 말야 술, 담배는 해야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자랐다.
남자들은 다 피고 마셨다.
학창시절도 그랬고 군시절도 그랬고 직장에서도 그랬다.
술은 좋아하지만 담배를 아직 배우지 않은 것이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가끔 심판회의가 있어 참석한다.
한번은 이런 경우가 있었다.
보통 한번 출석하면 4건의 해고 등의 사건을 결정(판결)한다.
그날도 심의가 끝났다.
끝나면 4건 담당 조사관들이 다 입회하에 심의에 의견을 준다.
특정건에 대해 의장이 "아까 논의한 대로 결정하겠습니다"라고 했다.
"아까 논의?" 난 처음 듣는 소리였다.
"특정건에 대해 아까 논의하셨다는 것이 무엇인가요?" 물었다.
"아까 논의했는데 분명히...김위원님 맞죠?" "맞습니다"
" 아! 백위원님은 담배를 안 피우시는 군요, 아이쿠 죄송합니다."
요약하면 나 빼고 4분이 모두 브레이크 타임에 담배피우면서 논의를 끝낸 것이었다.
아하 '이렇게 진행될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어른들이 왜 "...사람을 사귀려면 술, 담배는 기본이지..." 라고 했을까?
사람을 사귀려면 대화를 많이 나누어야 한다.
술을 같이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대화가 오가는가?
같이 담배를 피면서 떠드는 것은 동지의식까지 생긴다.
고스톱을 치면 같이 몇시간 떠들면서 그 사람의 진면목까지 알게 된다는 전설도 있다.
어쨌든 상대방을 안다는 것은 대화라는 채널을 통해야 한다.
그 채널은 말과 글이다.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원을 그리다가 말과 글을 통해 교집합이 생긴다.
교집합의 크기가 친한 친구, 그냥 친구, 먼 친구를 구분한다.
그래서 Dunbar's number도 만들어진다.
같이 일하는 사람들끼리 모르면 잘 협력이 될까?
통상적으로 말하는 '사무적 관계'만 형성될 것이다
재택근무로 운영될 수 밖에 없었던 과거 코비드19 3년간은 ‘사무적관계’의 연속이었다.
회의실에서 화이트보드에 써가며 격론을 하면서 아이디어에 아이디어를 얹어가며 부가가치를 높이던 것이 아주 먼 과거였다.
코비드 19시작하고 4년이 지난 지금 우리회사도 35%?40%?정도 직원들 나가고 들어왔다.
더 사무적인 관계가 되면 됐지 친밀도 높은 직원관계를 기대하기 어렵다.
사무적관계에 있는 직원들간의 협업과 서로 " 아 그분 잘 알아, 같이 대화 많이 해봤어"관계에 있는 직원들간의 협업을 비교하면 생산성은 어느 쪽이 높을까?
측정 안 해봐도 생산성은 후자가 월등하다.
왜? 사무적관계라면 자기가 가진 정보나 아이디어를 선뜻 공유하기 어렵기 때문이고 라뽀형성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잘 나가는 회사에서 COVID 19 끝나기가 무섭게 재택근무를 멈췄을까?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24년간 재택근무를 고집한 IBM을 비롯한 거의 모든 회사가 출근이 디폴트가 되었다.
대 퇴사, 조용한 퇴사 운운해도 왜 그런 조치를 내렸을까?
야후 최고경영자 머리사 메이어는 "최고의 의사결정이나 혁신은 때로 회사 복도나 식당에서 나올 수도 있다.
이것이 우리가 모두 사무실에 나와서 일을 해야 하는 이유다"라고 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10명이 10개만를 만들수 있다면 뭐하러 출퇴근 힘든데 회사를 나오는가?
시너지를 내어 100개 1000개를 만들기 위함이다.
시너지는 '사무적관계'에서 만들어지지 않고 '친밀한관계'에서 만들어진다.
과거는 술, 담배라면 요즈음 어떻게 회사내 친구를 만들고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