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1학년 박주미
'어르신 10명 중 1명 치매' 쉽게 접할 수 있는 문구고, 다들 이제 아주 가까이에서도 심심찮게 인지능력이 저하되신 어르신들을 뵐 수 있어 놀라워하지도 않는다.
혹자는 치료법 개발에 더 힘써야 한다고 말한다. 또 혹자는 돌봄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그러나 필자는 기술과 제도는 체와 같다고 생각한다. 노력으로 틈을 촘촘히 할 수는 있으나, 완전히 막을 수는 없어 꼭 무언가는 틈으로 빠져나간다.
얼마 전 방문한 홈케어·재활·복지 전시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전시에서 근육 옷감, 계단을 오르내리는 휠체어, 직립 보조 로봇을 비롯해 나름 이과생인 필자의 상상을 초월하는 휘황찬란한 기술들에 나도 모르게 "와~"하는 경이감에 젖은 탄식을 내뱉었다.
그러나 인지 문제와 밀접한 기술은, 퍼즐 맞추기나 간단한 게임 정도밖에 볼 수 없었다. 높은 유병률에 의해 많은 연구자가 그 분야에 뛰어들겠지만, 기술적 진전이 어렵다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황을 효과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까? 우연히 들른 한 책방에서 그 길을 제시해주었다. 그 책방에서는 이전에 가본 다른 책방들에선 본 적 없는, '돌봄'을 주제로 한 책들이 중심부 한 켠에 진열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둘러보다 띠지의 '격리도 통제도 없는 특별한 요양원' 문구를 보고 『돌봄, 동기화, 자유』를 골랐다. '요양원'의 이미지를 떠올리면 단번에 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유를 금방 알 수 있을 것이다.
격리, 통제를 지양하고 어르신 본연의 생활 리듬을 존중하기에 돌봄자의 역할이 더욱 커진다. 어르신이 나가고 싶어하시면 정처 없이 따라다니기도 하고, 도무지 해석하기 힘든 어르신의 행동이나 언어에 관심을 기울여 어르신의 의사를 파악한다.
때로는 보통 '헛소리'로 치부하는 사실과는 동떨어진 이야기에 귀 기울여, 몇 가지 키워드를 주워 어르신의 깊은 내면에 닿기도 한다.
물론 이상적인 상황이 펼쳐지는 것은 일부다. 어르신들은 예측불허의 모습을 보이시고, 요양원을 몰래 탈출하시기도 하시고, 식사나 배변 같은 필수 현상을 거부하시기도 하신다. 그리고 직원들은 수용의 한계에 도달할 때가 많다. 이렇게 주변인들은 끊임없이 갈등과 고뇌에 빠진다.
이 요양원에 인지저하가 생기신 어머니를 맡기신 따님이 있으셨다. 어머니께서는 요양원에서 예쁜 꽃을 보면 좋아하시기도 하고, 삶을 즐기시는 모습도 보이셨다. 그렇게 지내시다 돌아가셨고, 20년이 지났다. 따님도 인지저하증 진단을 받으셨다. 그러나 그 따님은 전혀 속상해하거나 무력해하지 않으셨다.
따님의 사례에서 우리는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인지저하증을 가지신 분의 삶도 인간답다고 느낄 때, 그것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관점에서 벗어나게 된다. 사회 전반에 그러한 인식이 퍼져 있으면, 그것이야말로 적절한 돌봄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분위기는 '어리석을 치', '어리석을 매'가 합쳐진 '치매(癡呆)'를 '인지저하증'과 같은 용어로 대체하고, 주변의 인지저하증 어르신에게 너무 무심하지도, 간섭하지도 않는 관심을 보이는 태도 등에서 출발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알맞은 태도는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은 『돌봄, 동기화, 자유』 같은 책을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필자가 들른 책방처럼, 타인에게 돌봄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것도 좋다.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변화인 인지저하증을 서글프게만 여기기보다, '한 사람이 살아가는 과정'의 일부로,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사회가 곧 오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